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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국제 질서 요동…적과 동맹 뒤바뀐 일주일
입력 2018.07.17. 11:07 댓글 0개"트럼프, '제로섬' 관점으로 美경제 위협 여부 판단해 대응"
"트럼프의 지정학적 자살행위, 우려해야 할 시점돼"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유럽 동맹을 때리고 서방의 적국으로 여겨지는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냉전 이후 미국 주도로 구축된 국제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비난하고 유럽연합(EU)을 '적'(foe)으로 표현하자마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설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년차에 들어 기존의 미국 외교안보 방향을 뒤엎는 행보가 노골화되면서 미국이 '지정학적 자살'(geopolitical suicide)을 저지르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부터 푸틴 대통령 같은 독재자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 왔지만 이제는 그의 언행이 미국과 나머지 세계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훼손시키는 수준으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더 밝은 미래'로 가는 발걸음을 뗐다고 강조했지만, 국제사회는 이번 회담을 통해 새로운 국제 질서가 세워지고 있다는 징후를 실감했다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무역과 경제를 '제로섬'(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구도) 관점으로 바라보는 트럼프가 '미국에 경제적 위협이 되는가 아닌가'라는 척도로 다른 국가와 지역에 대한 태도를 설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러시아보다는 유럽과 캐나다가 미국에 훨씬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서구 동맹들과의 무역 갈등을 무릅쓰고 러시아와 가까워지려 한다는 설명이다.
브루킹스 연구소 산하 미국유럽연구소(CUSE)의 토머스 라이트 소장은 "정말로 충격적인 상황"이라며 "그는 민주주의 동맹들보다는 독재를 펼치는 적들을 훨씬 더 편안하게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 온라인매체 복스(VOX)는 트럼프 행정부로 인해 미국이 평화로운 현상 유지를 추구하던 기존의 모습을 지우고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국익을 추구하는 일종의 '불량 초강대국'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을 위해 개입한 이유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바로 그 방식대로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가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지타운대학의 댄 넥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정학적 자살 행위'를 실제로 우려해야 할 시점이 됐다며 미국의 동맹 방어 약속에 관한 트럼프 행정부의 극심한 일관성 부재가 오해와 충돌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며 군사외교적으로 영향력 있는 국가로 군림하며 현상 유지를 추구했다면, 수정주의자인 트럼프는 미국이 강대국으로서 누린 특권보다는 동맹의 '무임승차'와 불공정 행위에만 집중하며 현 상황을 뜯어고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략의 성공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11~12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16일 미러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지난 일주일은 트럼프가 자신의 방침에 진지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만큼 나머지 세계가 미국의 달라진 모습을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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