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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보다 생계 걱정 앞서" 폭염 속 일하는 사람들

입력 2018.07.16. 15:59 수정 2018.07.19. 15:08 댓글 0개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광주에 내려진 폭염경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16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인근 도로에서 한 남성이 폐지를 실은 리어카를 밀고 있다. 2018.07.16.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불볕더위보다 먹고 사는 게 더 걱정인데 쉴 수가 있나"

16일 오전 11시께 광주 서구 양동시장. 시장 좁은 통로 사이로 길모(61) 씨가 작은 손수레를 끌며 상점 곳곳을 돌았다. 그는 시장 상인들이 내놓는 상자 등 폐지를 주워 손수레에 실은 뒤, 시장 골목 구석 공터 한쪽에 세워둔 리어카에 폐지를 옮겼다.

길 씨는 "일이 없어 쉬는 날이면 부업 삼아 폐지를 줍는다"며 "인근 고물상에서 리어카를 빌려 시장을 한 바퀴를 돌면 2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더워 힘에 부치지만, 가족들 먹여 살리려면 몇 푼이라도 벌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길 씨는 "그래도 시장상인이나 고물상 주인이 건네는 얼음물 한 잔에 더위와 피로를 이겨낸다"며 힘차게 리어카를 밀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16일 광주의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할머니가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다. 2018.07.16. wisdom21@newsis.com

양동시장 인근 노점에서 만난 윤모(83·여) 씨도 연신 부채질을 했다. 40여 년 동안 과자류와 제철과일을 팔았다는 윤 씨는 "아침 7시에 나와 5시간이 되도록 손님이 없었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는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덥다는데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도로 위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가마솥 더위 속에서도 윤 씨는 부채와 얼음물에만 의지해 더위를 버티고 있었다.

윤 씨는 "숨차고 땀 나는 것도 힘들지만, 더위 때문에 손님이 줄어든 게 더 애간장이 탄다"며 "하루 한 푼도 못 버는 날도 있다. 병원비는 갈수록 더 들어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더운 날씨에 점심으로 집에서 챙겨 온 밥이 쉬지는 않았는지 도시락을 열어봤다.

서구의 한 아파트 공사 신축현장은 중장비가 뿜어내는 열기와 먼지가 가득 차 있었다.

안전모를 벗고 쉬고 있던 이모(64) 씨는 "여기는 남의 집 지어주면서 자기 집 없는 사람이 허다하다"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하는 일이라지만 정말 고된 일이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몸에서 땀이 비오듯 흐른다"면서 "철근 작업을 하는 인부들은 표면 온도가 40도 넘는 철근을 들고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름철 오후 근로시간을 조정했지만, 오전에 이미 땀에 젖은 인부들은 일을 빨리 마치고 싶어 해 더위가 한창인 오후 4시까지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5.7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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