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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방화 3남매 숨지게 한 엄마 징역 20년

입력 2018.07.13. 13:07 수정 2018.07.13. 13:30 댓글 0개
방화·실화 공방 속 법원 '방화'로 결론
"미필적 살인 고의 있었다" 판단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3일 오후 광주 북구 한 아파트 11층에서 이불에 담뱃불을 비벼 꺼 불이 나게 해 삼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모친 A(23)씨가 검찰·경찰과 현장검증을 벌이고 있고 현관문을 나오고 있다. 2018.01.03. guggy@newsis.com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자신과 자녀들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질러 어린 자녀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20대 엄마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정까지 '실화냐 방화냐'를 놓고 공방이 일었던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 20대 엄마의 방화로 결론 지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송각엽)는 13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A(23·여) 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절대성을 지닌 것이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의 회복이 불가능한 만큼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결코 용서될 수 없다.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끔찍한 고통과 극심한 공포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A 씨에게 중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단 "A 씨가 어린 나이에 피해자들을 양육하면서 겪게 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이혼 등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들의 유족이자 A 씨의 배우자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실화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방화의 고의를 가지고 라이터로 이불 등에 불을 붙인 사실이 없다. 당시 술에 만취,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다'는 A 씨와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죄 판단의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화재 현장의 연소 상태가 작은 방 내부를 포함한 출입문 부분 특히 출입문 내부 바닥 부분이 주로 소실된 점 등을 고려해 보면 A 씨의 주장과 달리 작은 방 출입문 내부 바닥 부분이 발화지점으로 추정된다. 인적인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국과수가 내놓았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은 화재 발생 원인에 대한 A 씨의 주장을 토대로 담배꽁초 불똥, 불이 붙은 담배꽁초를 극세사 이불과 면 이불 위에 올려두거나 담배꽁초 불똥, 불이 붙은 담배꽁초를 각 이불로 덮은 뒤 연소 현상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감정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극세사 이불과 면 이불 모두 재질의 특성상 불꽃이 착화되지 않았으며 담뱃불도 연소 뒤 자연소화 되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감정을 진행한 감정인도 '최초 착화물이 이불이었다면 라이터 등을 이용해 직접 착화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A 씨의 방화 가능성에 대해 재판부는 "화재현장에서 다른 가연 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사정에 비춰 봤을 때 이불에 의한 직접 착화 이외에 다른 화재 발생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가 화재 발생 신고로부터 상당한 시간 이전 이미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불을 끄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태연하게 전 남편 등과 계속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재발생 사실을 알린 뒤 자신의 친구에게 '미안해' 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다"며 "A 씨가 방화의 고의를 가지고 라이터를 이용, 이불 등에 직접 불을 붙임으로써 화재가 발생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당시 A 씨가 술에 취해 있었던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여러 정황 등에 비춰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A 씨와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지난달 검사는 결심공판에서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 씨는 2017년 12월31일 오전 1시51분께 광주 북구 자신의 아파트에서 3남매가 잠든 작은 방에 불을 놓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오전 2시께 아이들이 잠을 자고 있는 작은 방안쪽 출입문 문턱 부근에서 라이터로 이불 등에 불을 붙여 네 살과 두 살 아들, 15개월 된 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자녀 양육 문제와 생활고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A 씨가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봤다.

화재 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술에 취한 A 씨가 자녀들이 자고 있는 작은방 입구 쪽에 놓인 이불에 담뱃불을 끄는 과정에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중과실치사와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 씨가 담뱃불이 꺼졌는지 확인할 의무를 소홀히 했으며, 화재가 커진 상황에서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A 씨가 구조 뒤 응급 진료 중 "라면을 끓이기 위해 붙인 가스레인지 불을 끄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 소환 뒤 "담뱃불을 터는 중 화재가 발생했다"며 진술을 번복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A 씨를 상대로 한 여섯 차례의 조사, 화재현장 정밀감정,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메신저 대화 내용 분석·통합 심리분석 등에 나섰다.

이 과정에 '담뱃불에 의한 합성 솜이불(이른바 극세사 이불) 착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포함된 대검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대검 과학수사과 화재 감정 결과 발화지점이 '작은 방 방 안쪽 출입문 문턱에서 시작돼 방 내부를 전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는 회신도 받았다.

검찰은 '불이 난 작은 방에 있었다'는 A 씨의 진술 역시 허위로 봤다.

A 씨가 신고 있던 스타킹에서 탄화흔(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A 씨의 얼굴에 복사열 등에 의한 화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A 씨가 작은 방이 아닌 거실 등지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화재 당일 A 씨가 친구와 전 남편에게 화재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송한 점, 귀가 뒤 구조 직전까지 40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한 점, 아파트 월세 미납과 자녀 유치원비용 연체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실, 인터넷 물품 범행에 연관돼 변제와 환불 독촉을 받은 사실 등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해 봤을 때 A 씨가 실수로 불을 낸 것이 아닌 불을 지른 것으로 판단,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persevere9@newsis.com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3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에서 이불에 담뱃불을 비벼 꺼 불이 나게 해 삼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모친 A(23)씨가 검찰·경찰과 현장검증을 벌이고 있다. 2018.01.03. gug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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