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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핵심 비켜간 증선위…반쪽 결론, 봐주기 논란
입력 2018.07.12. 22:48 댓글 0개삼성 경영권승계 관련 여부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심의해 온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12일 회계기준 중대 위반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핵심쟁점이었던 고의적 회계분식이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과의 연관성 등에 대해 판단을 유보함에 따라 '반쪽' 결론에 '봐주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증선위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회의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위반 안건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의결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합작 상대방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을 2012~2014년 공시에서 누락한 것과 관련해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분식회계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린 금융감독원에 해당 조치안의 내용이 미흡하다며 수정·보완을 요구했지만 금감원이 끝까지 거부하자 아예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앞서 2011년 이후 4년 연속 적자에서 허덕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회계연도에 1조9000억원대 순이익이라는 반전을 기록했다.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함에 따라 이 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재평가해 회계장부에 반영한 결과다.
자회사 보유지분은 장부가액으로 평가받지만 관계사가 될 경우 공정가액(시장가액)으로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자회사 회계 처리 기준 변경으로 갑자기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갑자기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변경해 지분가치 평가 방식을 장부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바꾼 게 뚜렷한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선위는 금감원의 조치안 내용이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면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금감원의 조치안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한 것을 지적하면서도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이 맞는지를 제시하지 않아 위법행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게 증선위의 입장이다.
실제 증선위는 지난달 20일 열린 3차 심의에서 금감원이 2015년도의 회계변경 문제만 지적한 부분이 불충분하다면서 2012~2014년 회계처리 변경도 함께 검토해 조치안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윤석헌 원장까지 나서서 "이슈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원안 고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증선위는 콜옵션 공시 누락 부분만 결론을 내리고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않은 것이다.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감원의 원안 자체가 상당히 미흡하다고 봤고 증선위는 그것을 조치가 가능한 상태로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아쉽게도 조치안 수정에 대해 금감원이 난색을 표명했다"며 "금감원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게 오히려 시장혼란이 커진다고 봤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진 내용에 대해 먼저 종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증선위와 금감원이 조치안의 수정·보완 여부를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핵심쟁점에 대한 판단은 빠진 채 콜옵션 공시 누락의 고의성만 판단한 반쪽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증선위는 금감원에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다시 감리를 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의 기존 감리는 증선위의 이번 심의·의결로 종결된 것이기 때문에 아예 새로운 감리가 시작돼야 한다.
이미 금감원이 조사를 끝낸 사안이기는 하지만 조치사전통지 발송 같은 절차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여서 최종 결론이 도출되기까지는 또다시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명확한 판단을 보류해 '삼성 봐주기'라는 비판도 예상된다.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여 삼성물산과 합병시키려는 의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김 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관된 회사의 2014~2015년 있었던 합병이나 상장 등의 내용에 대해서도 전부 들여다봤다"면서도 "증선위는 회계처리 기분 위반 여부에 대해서 심의를 했다. 이번에 콜옵션 공시 누락을 고의로 본 게 합병비율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겠지만 그에 대해서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향후 감리에서 이 문제가 다시 다뤄질 수 있냐는 질문에는 "새로운 감리는 회계처리 위반 부분을 보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삼성그룹 승계 이슈와 연관된 판단은 내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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