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탁란(托卵)족

입력 2018.07.12. 17:33 수정 2018.07.13. 08:55 댓글 0개
나윤수의 약수터 칼럼니스트

아름 다운 칠월 신록은 겉 모습과는 달리 뱁새 (붉은 머리 오목눈이)와 뻐꾸기의 치열한 생존 터다. 뱁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자기 새끼를 키우는 뻐꾸기 어미의 탁란 때문이다. 탁란은 남의 둥지를 훔쳐 제 새끼를 키우는 것을 일컫는다.

뻐꾸기 암컷을 인간 눈으로 보면 육아에는 빵점이다. 태어나지 말아야 할 후안 무치한 족속이다. 뻐꾸기는 두견이과로 전세계에 140여종이 있다. 이중 약 60%는 자신의 둥지에 새끼를 키우며 40%는 탁란을 한다. 뻐꾸기는 탁란 대상으로 자기 보다 훨씬 덩치가 적은 뱁새 둥지를 집요하게 노린다. 뱁새 어미가 어느 때 집을 비우는 지 봐서 탁란 타이밍을 잡으려는 것이다.

뻐꾸기는 1개의 알을 낳는데 알을 낳기 전 한시간 이상 집요하게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다 뱁새 어미가 둥지를 비우는 순간 잽싸게 뱁새 알 하나를 물어 들고 그 빈 자리에 알을 낳는다. 뱁새 알 하나를 골라 입에 물고 알을 낳고, 뱁새 둥지를 떠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딱 10초. 절체 절명의 10초가 뱁새와 뻐꾸기의 운명을 가른다.

탁란후 뻐꾸기 새끼의 행동은 더 가관이다. 거의 파렴치한 살인 강도다. 뻐꾸기 알은 포란기간이 짧아 뱁새를 제치고 먼저 태어난다. 알에서 나온 새끼는 털도 없고 눈도 안 뜬 상태서 뱁새 알을 하나씩 등으로 밀어 올려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다. 그리하여 뻐꾸기 새끼는 둥지 하나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것도 모르고 뱁새는 뻐꾸기 새끼를 자기 새끼로 알고 몸무게 7배로 클 때까지 지극 정성으로 보살핀다. 가끔은 뱁새가 뻐꾸기 알을 제거 하기도 하지만 알의 색깔과 산란시기, 빠른 산란 시간 등으로 무장한 뻐꾸기 탁란 작전에 거의 속수 무책이다. 자연계의 생존 질서라지만 어째 좀 섬뜩하다.

며칠전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다는 국회의원들의 특수 활동비지출 내역이 처음 공개 됐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들의 하는 짓이 영 뻐꾸기를 닮았다. 서민 밥그릇 빼앗아 자기 배 채우는 짓이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그것도 모르고 서민은 어렵게 번 돈을 세금으로 꼬박 꼬박 내고 때 되면 표 달라고 조르는 뻐꾸기 같은 자들에게 열심히 표를 찍어 주었다. 그렇게 뺏긴 돈이 3년간 약 240억원이다. 국회 사무처가 지급한 특활비 240억원은 대부분 그들의 쌈짓돈으로 쓰였다. 영수증도 필요 없다니 고약한 탁란이다.

보다 못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반기를 들었다. 차마 양심상 특활비를 받을 수 없어 반기를 들었다는게 속내다. 노 의원은 특활비 폐지안을 준비하고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다. 특활비 폐지를 응원하기 위해 뻐꾸기 시계라도 하나 선물해야 할 것 같다. 서민 뱁새들은 법이 폐기 되는지 눈 크게 뜨고 지켜 볼 일이다. 내 둥지는 내가 지켜야 하는 세상이다.

나윤수 칼럼리스트 nys8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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