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 '윤석열 협박방송' 유튜버 1심서 징역 1년···법정구속뉴시스
- [속보] 의대생 휴학 신청 7명 늘어 1만585건···전체 56.3% 뉴시스
- [속보] 검찰, '김만배와 돈거래' 전직 언론인들 압수수색뉴시스
-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선생 별세뉴시스
- 어느덧 '8연패'···승리 잊은 롯데, 답답함만 늘어난다뉴시스
- '목포의 매력을 영상으로'···시, 관광지·먹거리 영상 공모뉴시스
- 간호대도 1000명 증원···"자연계열 수험생에 새로운 입시변수"뉴시스
- 김유정, 핑크빛 메이크업···봄 향기 물씬[화보]뉴시스
- '팔 유엔 정회원국 가입' 19일 안보리서 표결···美 거부권 행사할 듯뉴시스
- '돈봉투 사건 유죄' 윤관석, 2심서도 혐의 부인···"감사 표시일 뿐"뉴시스
새롭게 조성된 사직 통기타 거리와 가수 김정호
입력 2018.07.12. 14:28 수정 2018.07.13. 17:40 댓글 0개음악은 모든 예술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예술 중 하나이다. 인간이 하나의 생명으로 자리를 잡아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우주 속에서 듣는 수많은 소리들. 작은 씨앗에서 점점 생명의 형상으로 변화하면서 듣는 어머니의 심장소리는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기도의 찬가이다. 아이가 태어날 때 터뜨리는 첫 울음은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는 가장 아름다운 환희의 노래이다. 이렇듯 음악은 우리 인간들에게 삶의 기쁨과 회환, 그리고 위로를 주는 가장 가깝고도 친숙한 예술이다.
음악의 장르 중에서 클래식은 ‘고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클래식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쉽게 접하고 흥얼거리며 즐기는 것은 아마 대중음악일 것이다. 우리는 슬플 때 노래를 듣고 기쁠 때 노래를 부른다. 사랑에 빠졌을 때와 이별을 할 때도 노래가 곁에 있게 된다. 치열한 역사의 현장 속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 또한 노래이다. 노래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으며, 세상은 침묵의 늪에 잠길 것이다.
얼마 전 사직공원을 오르는 언덕에 광주의 뮤지션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조성된 사직 통기타거리가 새로운 모습으로 개장했다. 사직 통기타 거리는 80년대 ‘사직골’이라는 작은 음악 홀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그 시절 불의에 항거하는 사람들이 모여 술 한 잔에 노래를 부르며 울분을 토하고, 마음을 달래던 곳이었다. 이후 정용주, 박문옥, 이장순을 거치면서 수많은 뮤지션들이 자리를 잡고 활동하였다. 지금은 열군데 이상이 자리를 잡아 통기타를 치며 술과 음악으로 서로의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장소가 되었다.
사직 통기타 거리는 사직공원을 오르는 언덕으로 아름드리 숲이 우거져 있다. 공원 벽에는 광주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새겨져 있어 광주 대중음악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이번에 새롭게 제작된 간판들은 예술인들의 손을 거치며 통기타거리를 한층 낭만적인 거리로 만들었다. 필자는 개장식 날 광주 통기타 뮤지션 1세대인 故 이장순이 노래했던 ‘올댄뉴’에서 광주 태생인 김정호에 대한 토크쇼를 진행했다.
김정호는 광주가 낳은 천재적인 싱어 송 라이터이다. 7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가을날 교정의 플라타너스 잎이 우수수 떨어질 때 그의 노래 ‘날이 갈수록’을 들으며 청춘의 아픔을 달랬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잊을 수 없는 얼굴, 얼굴들 꽃이 지네….’
김정호(1952~1985)는 광주에서 태어나 수창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올라갔다. 1974년 발표된 ‘이름 모를 소녀’는 중학교 때부터 짝사랑했던 선배의 사촌동생 이영희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원래는 양희은에게 곡을 주려고 했으나 자신이 불렀다. 나중에 김정호가 ‘쉘부르’에서 노래할 때 이영희가 찾아와 둘은 결혼을 했다. 김정호의 외조부인 박동신과 어머니 박숙자는 판소리 명창이었다. 김정호 또한 판소리 명창 혈통을 타고났다. 그래서 김정호의 노래에는 심금을 울리며 쥐어짜는 듯한 애절함이 들어있다. 김정호가 작곡한 곡들은 어니언스를 통해 알려졌다. 1976년 대마초 파동으로 인해 1979년까지 가수활동이 금지 됐다. 1983년 폐결핵으로 결핵 요양원에서 지내다 음악이 하고 싶어 요양원을 뛰쳐나왔다가 1985년 한 많은 세월을 뒤로한 채 33살이라는 안타까운 나이로 요절한다.
김정호는 광주 출신의 가수인데 그를 추억하는 음악적 장소가 없다. 대구에는 가수 김광석이 유년시절을 보냈던 곳에 ‘김광석 거리’가 조성돼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광주의 김정호는 광주 시민에게조차 잊혀 진 존재이다.
사직통기타거리는 숲이 우거진 언덕길에 십여 곳 이상의 카페에서 뮤지션들이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전국 유일한 곳이다. 양림동을 옆에 두고 천을 건너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동명동, 대인시장이 지근에 있어 광주를 찾는 외지인이 밤에 이곳을 찾는다면 광주의 대중음악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곳이 제2·3의 김정호가 탄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음이 울적할 때 사직공원을 오르는 길의 통기타거리를 찾아 음악 속에서 낭만에 취해보기를 권해본다.
- <기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나는 파리 19구에 산다. 서민 동네이자 치안이 나쁘기로 소문난 구역이라 한국인은 거의 만나기 어렵다. 옆방 이웃은 난민 출신이다. 우리는 파리 주민이자 이방인이다. 남의 나라에서 남루하게 살아가는 처지라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다. 대신에 1980년대 한국 달동네에서 있었을 법한 일화가 가끔 일어난다. 어느 방에서 아이가 너무 울면 문을 열어 남의 아이를 안고 달래준 달지, 이 빠진 접시에 음식을 담아 맛보라고 가져다준달지….벽은 소음에 취약해 옆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상히 알려준다. 이웃으로 살면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소리로 확인한다. 옆방에서는 아프리카 노래가 자주 흘러나온다. 엄마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밝은 리듬에 콩룩콩탁 거리는 발음이 사랑스러운 노래다.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밝고 흥겹다. 때로는 이 귀여운 노래 위에 시름이 느껴질 때도 있다.낯선 리듬과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면 새댁의 하루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옆방에서는 나의 한국어를 꽤나 들었을 것이다. 내가 일 때문에 지방에 며칠 다녀왔을땐 내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며 새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 적도 있다.옆방 새댁이 어떤 경로로 파리에 오게 됐는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이를 데리고 미장원으로 출근한다는 정도만 안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옆방 모자를 만났다. 넓은 천을 이렇게 저렇게 꼬아 머리에 두르고 아프리카 스타일 프린트가 화려한 외투로 한껏 차려입었다. 예쁘다. 지하철 의자에 나란히 앉은 모자를 맞은편에 앉은 내가 핸드폰으로 찍는다. 엄마 등에 업혀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칭얼대던 아기는 어느덧 엄마에게 프랑스어로 떼를 쓸 정도로 컸다.일하러 가느냐고 그녀가 내게 묻는다. 지하철 창문 쪽으로 유리 닦는 시늉을 하며 청소라고 프랑스어로 발음한다. 나는 요즘 청소 일을 한다."이브람 엄마도 일하러 가요? 미장원이 어디에 있어요?" "아뇨, 오늘 일 안 해요. 그런데... 20유로... 있어요? 20유로만 빌려줄 수 있어요?"돈 빌려달라는 말에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진다. 20유로면 3만 원정도 된다. 지갑 속에는 꼬깃꼬깃한 5유로짜리 지폐와 동전이 들었다. 주로 카드를 사용하니 현금 가지고 다니는 일이 드물다. 잠깐 고민 후 돈이 없다고 대답한다. 새댁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표정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해 미안할 지경이다."이브람 엄마, 집에 지갑 놓고 나왔어요?" "미장원 일 못한 지 한 달도 넘었어요. 체류증이 끝나서 일 못해요. 먹을 게 없어요. 파리에 친구가 없어요."난민 체류자격 기한이 끝나 미장원에서 해고된 모양이다. 프랑스에서 체류증 없이 노동하는 건 불법이다. 두 모자가 지하철에서 내린다. 엄마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연신 흔들며 아이가 떠나는 내게 인사한다. 옆방에 사는데 밖에서 만나니 새삼 반가운 모양이다. 아이의 작고 까만 손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유튜브 아카이브에서 1980년 어느 날의 '이종환의 디스크쇼' 오프닝이 들린다.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이따금 향수병에 시달릴 때 한국 라디오가 위안이 돼준다.성북구 종암동 이창수 씨의 엽서입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열망하는 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어느 청취자의 절절한 사랑고백이다. 1980년 이창수 씨는 그녀에게 구애하며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신청했다. "당신이 지쳐 작게 느껴질 때 두 눈에 눈물 고일 때 내가 눈물을 닦아드릴게요. 당신이 잘 지내지 못하고 당신이 길에서 떠돌 때 나는 당신의 편이에요. 외로운 당신을 위해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창수 씨는 사랑을 이루었을까. 험한 세상에서 그녀를 위해 다리가 되어주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준 적 있는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지하철에서 찍은 사진을 새댁에게 전송한다. 사진 속에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보이고, 엄마는 공작새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다. "메르시 마마"라고 답장이 온다. 신혜진 (소설가)
- · <기고> "AI 시대 원년, 해법은 혁신 인재 강국"
- · <칼럼> 근본적이고 획기적 저출생 대책 필요
- · <칼럼> 김대중 같은 '큰 인물'은 어디에서 나올까
- 1광주에서 실종된 여중생, 이천에서 찾았다···가출이었나?..
- 2[무잇슈] 광주서 실종된 10대 여중생, 경기도 이천엔 왜?..
- 3'법정관리 신청' 지역건설업체, 회생 취소도 ..
- 4"가덕도신공항 건설, 지역 건설사 참여 확대 보장하라"..
- 5중앙공원 1지구 청약율 최대 22.6대 1..
- 6김해 오픈이노베이션 지식산업센터, 471억 들여 2026년 완공..
- 7'저수지 추락 아내 살해' 숨진 무기수···재심서 현장 재검증..
- 8경남도, 제조데이터 상호연동 가상 시운전 기술 국산화 추진..
- 9부산 민주당 "부산시, 에어부산 분리매각 산은 눈치 안 봐야"..
- 10황사 덮쳤다···부산 16개 구·군 전 지역 '미세먼지 경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