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오버랩(overlap)

입력 2018.07.11. 17:16 수정 2018.07.11. 17:21 댓글 0개
양기생의 무등데스크 무등일보 정치부장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들리는 것은 동료들의 나지막한 숨소리뿐이다. 며칠 동안 먹은 것이라곤 바위 틈새의 물 몇 방울이 전부다. 머릿속에는 배고픔 대신 죽음에 대한 공포심만 가득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정확히 모른다. 첨엔 동굴 안으로 밀려드는 물이 빠지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걱정은 앞섰지만 동료들이 있기에 서로 의지하면서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동굴 속 둔치에서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며칠이 지나자 이대로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공포감이 아래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왔다. 고갈되는 체력과 바닥난 인내심을 뒤로하고 동료만 믿고 10일을 버텼다.

배고픔과 극심한 공포심에 떨던 이들은 10일 만에 희망의 소리를 들었다. 구조작업을 벌이던 네이비실 대원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에서 구조된 13명의 유소년 축구팀 얘기다.

최장 17일간 갇혔던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등 13명이 10일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이들의 무사 귀환에는 눈부신 활약을 펼친 영웅들이 있다.

실종 열흘 만인 지난 2일 동굴 입구로터 무려 5km 정도 떨어진 경사지에서 소년들과 코치가 모두 살아 있다는 것을 발견한 영국인 전문 잠수사들이 있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 구조대원과 태국 해군 네이비실 대원 등 다이버 90명도 동굴 속 구조작업에 큰 역할을 했다.

실종 10일 만에 생사 확인된 소년들의 건강을 챙긴 호주 의사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는 생존자 13명의 건강상태를 확인해 구조 순위를 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조 당국은 호주 의사의 조언대로 건강상태를 살펴 구조 첫 날과 둘째 날에 각 4명씩 우선 구조했다. 나머지 5명도 지난 10일 한꺼번에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소년들과 함께 동굴에 들어갔다가 고립됐던 25살의 코치도 숨은 영웅으로 꼽힌다.

하지만 진짜 영웅은 유소년축구팀 선수들이다. 굶주림과 공포심을 이겨내고 끝까지 버텼던 그들은 전원 생환이라는 기적을 선사하며 전세계에 감동을 주고 있다.

태국 유소년축구팀 구조 소식을 들으면서 세월호 침몰이 오버랩된다.

대피하라는 말 한마디 없이 학생들을 외면한 채 제일 먼저 구조선에 승선한 세월호 선장이 떠오른다. 예산과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들더라도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구조작업에 매진하라는 태국 총리의 말은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리더의 귀감을 보여준 것이다. 반면 304명의 고귀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구조작업의 골든타임을 놓친 뒤 나타나 엉뚱한 발언으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대통령이 다시 생각난다. 4년 전 세월호에는 태국 동굴 구조활동에서 활약했던 그런 영웅들이 왜 없었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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