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소통' 하려면 제대로 하라

입력 2018.07.11. 17:14 수정 2018.07.11. 17:19 댓글 0개
윤승한의 약수터 무등일보 지역사회부장

말도 구호도 때가 있는 법이다. 의미가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 실천의지가 있는냐도 별개다. 그 때 그 말을 해야 하고 그 때 그 구호를 외쳐야 한다. 그래야 설득력을 갖는다. 시의적절해야 한단 얘기다. 잘 선택한 말 한마디, 구호 하나가 때론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이를 잘 아는 사람이 세상을 잘 사는 사람이다. 정치인일수록 그렇다.

민선7기 출범 2주째다. 이 지역에선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가 바뀌었고, 상당수 구청장·시장·군수도 새 얼굴로 채워졌다.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행정이라는 게 그렇다. 단체장이 바뀐 게 단순히 사람 바뀐 것으론 끝나지 않는다. 조직이 바뀌고 정책이 변화한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시·도민들이, 그리고 시·군·구민들이 표를 통해 말하려는 게 바로 이것이다.

이를 모르는 단체장들은 없다. 그래서 조직을 개편하고 공약 실천과제들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일부 지자체에선 서둘러 인사를 단행하며 변화의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당연한 행보다. 변화를 요구하는데 변화하지 않으면 그 단체장은 성공할 수 없다. 시작을 잘해야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새로 바뀐 단체장들의 적극성은 우선 박수받을 만 하다.

이 와중에 단체장들이 일성으로 외치는 구호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소통’이다. 이구동성이다. 그리고 그 소통의 수단으로 한결같이 ‘낮은 자세’ ‘받들겠다’ ‘모시겠다’ 등을 얘기한다. 정말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무엇을 소통하겠다는 것인지, 어떻게 소통하겠다는 것인지는 뒷전이다. 일단 ‘소통’하겠다고들 난리다.

그들이 이렇게 소통을 외치는 사이 그들에게 표를 몰아준 시·도민과 시·군·구민들은 정말 소통할 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믿어보자는 게 아니고 실제 믿는 눈치다. 소통이 무엇인지는 개의치 않는다. 정말 소통할 것 같은 분위기고, 그러지 않았다간 큰 일이라도 날 기세다. 이게 구호의 힘이다. 정말 시의적절하다. 이 때 아니면 언제 써먹을까 싶다. 남들 할 때 나도 해야 쑥스럽지 않은 법이다. 이 때 아니면 이만한 효과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인지, 민선7기 출범 초기 유난히 ‘소통’의 외침이 거세다.

사실 소통은 민선시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다. 관선이던 시절, 소통은 사치였다. 주인이 민(民)이 아닌 관(官)인 상황에서 굳이 소통을 얘기할 이유가 없었다. 위에만 잘하면 잘나가던 시절이었다. 소통은 오히려 손해만 불렀다. 이를 뒤바꾼게 바로 민선시대 출범이다. 주인이 ‘관’에서 ‘민’으로 바뀌었으니, 주인인 ‘민’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소통’은 민선시대 출범과 함께 단체장들이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민선시대 ‘전가의 보도’가 된 것이다.

그런 ‘보도’인데, 오죽 소홀히 했으면 민선시대 출범 24년이 지난 지금에도 ‘소통, 소통’하고 있을까 싶다. 소통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단 얘기는 소통이 여전히 안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만큼 민선시대 ‘전가의 보도’인 ‘소통’이 구호에 그쳐왔다는 반성으로도 비춰진다.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선 재론의 여지가 없다. 변화를 원한다면, 성공하고 싶다면 소통해야 한다. 민선시대 모든 동력의 근원이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민선시대 주인은 말 그대로 ‘민’이다. 주인의 얘기를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단체장을 할 자격이 없다. 소통해야 민선7기가 제대로 갈 수 있고, 그래야 시·도민과 시·군·구민이 몰아준 표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 소통해야 4년 후 또다른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왜 소통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절실하게 고민해야 한다. 구호로 현혹하지 말고 원칙으로 적용해야 한다. 권위를 벗어던져야 한다.

김영록 전남지사의 취임 일성도 ‘소통’이다. 도민을 최우선으로 ‘모시고’ 정책도 도민제일주의로 진행하겠다고 한다. 그 방안으로 얘기하고 있는 게 ‘주 1회 현장간담회’와 ‘도민청원제’다. 전남도에서 잔뼈가 굵은 행정전문가로, 국회의원에 농림부장관까지 거친 이력을 감안하면 그의 ‘소통’ 구호는 단순히 구호로만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지켜볼 일이다. 윤승한 지역사회부장 ysh68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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