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플러싱

입력 2018.07.10. 18:45 수정 2018.07.10. 20:05 댓글 0개
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플러싱, 뉴욕 퀸즈에 있는 마을이다.

2010년대들어 중국인들이 점령을 했지만 한때 뉴욕 한인 이민자들이 상권을 장악했던 곳으로 한인 이민의 상징 같은 지역이었다.

맨해튼에서 플러싱으로 향하는 7번 지하철을 타고 플러싱 역에 내리면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강익중 씨의 공공미술이 장식돼 있어 반가움이 들기도 한다. 2000년대 초까지만해도 한국 미술인들이 심심찮게 뉴욕 전시 소식을 알려주던 지역이기도하다.

플러싱을 밟아본 적 없이 화가들의 전시나 뉴욕 한인 소식으로 만난 플러싱은 뉴욕, 맨해튼이나 매한가지였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성공 혹은 성공으로 가는 길과 비슷한 그 무엇이었다.

뉴욕에 잠깐 머물던 2010년, 플러싱에서 열린 한인 전시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7번 지하철을 탔다. 플러싱에서는 맨해튼 같은 문화행사나 이름난 미술관 등이 없어서 특별히 갈 일이 없었던지라 초행길이었던 셈이다. 그때도 무더위가 한창이던 여름이었다.

무더운 여름 더럽고 낡은 7번 지하철은 끝도 없이 달렸다. 가도 가도 플러싱역은 나오지 않았다. 뉴욕 지하철 중에서도 플러싱으로 향하는 7번 지하철은 낡고 더러운 걸로 유명하다. 뉴욕커들조차 맨해튼을 달리는 지하철과 플러싱으로 향하는 지하철이 다르다며 뉴욕당국을 비판할 정도다. 여하간에 낡고 더러운 열차에 가난한 이민자들로 가득찬 플러싱행 지하철은 그 자체로 충격에 가까웠다.

더운 여름 더러운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한없이 가자니 가슴 한켠이 먹먹해왔다. 7번 지하철이 실어나른, 지하철에도 플러싱 메인스트리트에도 넘쳐나는 플러싱의 강렬한 가난의 내음. 뭐랄까, 성공한 한인, 화려한 뉴욕에서의 전시 등으로 메이킹된 플러싱. 그 플러싱이 서울 어느 후미지고 가난한 달동네 같은 곳이라니..(물론 맨해튼에 비하자면…) 기차안에서부터 꿈틀대던 온갖 복잡함이 역을 내려선 순간 거리의 후미진 내음으로 확 달려들었다. 고난, 도전, 생존의 치열함 등등…

사적인 기억을 구구절절히 들추는 것은 요즘 공공기관의 세계화니 국제화니 하는 흐름들을 지켜 보면서 문득 플러싱이 겹쳐 보여서다.

앞서 플러싱 전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해당 전시장은 역에서도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는 외곽에 있었다. 작가도 관객도 한인이 대부분이었다. 뉴욕(플러싱) 전시는 그렇게 후미진 곳에서, 외국인 기획자 같은 전문가는커녕 외국 관객도 만나기 쉽지 않은 전시들이 많았다. 사실 가난한 예술인이 플러싱에서 공연 전시를 하는 일은 만만찮다. 허나 주인공이 이름깨나 있는 예술인이나 공공기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세계화니 국제화니 하면서 해외 소식을 전하고 있다. 행여 이같은 소식들이 ‘플러싱’을 언필칭 ‘뉴욕’(맨해튼)이라 뭉뚱그리는 일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조덕진 아트플러스편집장 mole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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