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

입력 2018.07.09. 08:13 수정 2018.07.09. 08:24 댓글 0개
김영태의 약수터 무등일보 주필

‘비상대책’은 말 그대로 비상한 상황에 대처할 책략을 일컫는다. 전시(戰時)와 같은 긴박한 상황은 말할 것도 없이 경제·사회적으로 피치못할 상태에 놓이게 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비상경제대책이랄지 에너지 수급 또는 가격 폭등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차용한다면 에너지 비상대책이 될 수 있다.

국내 정치 상황과 연계해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의 위세를 떨쳤던 비상대책위원회가 있었다. ‘국가보위비상대책위’가 그것이다. 절대권력이던 유신체제가 한순간에 몰락한 뒤 생긴 힘의 공백기를 틈타 이를 대신하고자 들어선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의 권력 쟁탈기구였다.

80년 광주의 5월을 무력으로 잔혹하게 진압한 신군부는 이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그해 5월31일 정치권력을 사유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자문, 보좌기관으로 이 기구를 만들었다가 같은 해 10월29일 폐지했다. 1961년 5·16 쿠데타의 주역인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 권좌에 오르는 통로 구실을 했던 ‘국가재건최고회의’를 그 모델로 삼았다. 전국비상계엄 상태하에서 국가를 보위하고 국책 심의, 의결을 통해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명분으로 설치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가 전두환 일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과거의 사초(史草)를 통해 익히 알려진 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쳐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폐족(廢族)화할 만큼 몰락한 보수진영의 대표세력인 자유한국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는 등 거센 후폭풍 속에 당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겠다는 의도인 듯 하다. 그들을 무릎꿇게 만든 국민들을 상대로 비대위원장과 위원 공모 및 추천을 받겠다고 했다. 이미 자유한국당 당명 오행시 공모를 했다가 희화화됐던 실로 뼈아픈 체험에도 불구하고 다시 국민의 뜻을 묻기로 했다니 기상이 자못 가상하다. 열성 국민들께서는 벌써부터 공모 안내문 댓글로 몇몇 후보들을 강력 추천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당 자체적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은 소설가 이문열,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 철학자 도올 김용옥 교수, 전원책 변호사,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각계각층의 명망가들이다. 그러나 이들 후보들은 ‘내 이름을 거론하지 말라’,‘나와 상관없는 집단으로 일없다’는 등의 거부감과 강한 불쾌감으로 대부분 손사래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는 명분’이라고 했다. 공자의 ‘정명론(正名論)’과 일맥상통한다. 명분이 없거나 이름이 그 실제에 부합할만큼 바르고 당당하지 못하면 결과도 뻔하다. 그 옛날 국가재건, 국가보위 차원의 비상대책위를 구성했던 이들의 비장함을 원용, 당 재건에 나선 한국당 관계자들의 비상대책위원장, 위원 선임과 구성이 잘되길 바란다.

김영태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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