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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잡아 본 스시타카
입력 2018.07.06. 10:48 수정 2018.07.06. 10:57 댓글 0개단재 신채호(1880~1936)의 세수 법은 독특했다. 그는 세수할 때 허리와 다리를 굽히지 않았다. 그냥 서서 얼굴에 물을 찍어 발랐다. 그렇게 세수를 하고나면 옷이 흥건히 젖어 이를 본 주위 사람들이 수근 댔다. 그러나 단재는 “나는 다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을 뿐이오”라고 답했다.
단재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현실을 인정 할 수 없어 세수마저 서서 했다. 나라 잃은 백성으로 세수할 때만이라도 내방식대로 하고 싶었던 것이다. 독특한 단재의 세수법은 죽어도 일제에 고개 숙이지 않겠다는 한 지식인의 고뇌에 찬 저항운동이었다.
그와 관련된 또 하나 일화. 한번은 망명지인 중국에서 친구에게 식사 대접을 받았다. 그날따라 음식 맛이 좋았다. 단재는 시중 드는 소년에게 “이 맛좋은 고기는 어디서 온거요?”라고 물으니 소년이 대답 했다. “이 고기는 동양어라는 고기로 일본에서 가져온 귀한 고기 랍니다”. “뭐 일본이라고?”. 그 말을 듣자 마자 단재는 화장실로 달려가 음식을 토해냈다. 그러면서도 친구에게는 미안했던지 “어쩌겠는가. 내 위장이 왜놈 고기는 받아주지 않으니”라고 했다고 한다.
월드컵이 한창이다. 비록 일본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지만 한국은 일본축구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우선 양국은 축구 스타일부터 다르다. 한국 축구는 대형 스트라이커를 이용한 선이 굵은 축구다. 차범근-황선홍-최용수같은 대형스트라이커를 활용해 일본을 제압해 왔다. 반면 일본은 아기자기한 패스플레이로 미드 필드를 지배하는 방식의 경기를 한다. 우리는 그런 일본 축구를 일본 초밥 스시를 빗대 “스시 타카”라 얕잡아 봤다. 스페인 축구 ‘티키 타카’를 흉내 낸 얼치기라고. 티키타카는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일본 축구가 16강을 넘어 하마터면 8강까지 갈 뻔 했다. 벨기에와 경기에서 후반 20분까지 두골이나 앞섰으니 말이다. 다행히(?) 벨기에가 세골을 몰아쳐 일본을 8강에서 떨어뜨렸다. 결과는 “2:3 벨기에 승리!”, “만만세 벨기에!”
솔직히 묘한 기분이다. 아시아축구를 생각하면 일본이 이겨야 겠지만 벨기에 근처도 가본적 없는 사람이 벨기에를 응원하다니 도대체 왜이런가. 이유는 간단하다. 위장이 아직 일본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단재의 DNA를 물려 받은 탓이다.
그러나 이제 일본 축구의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얕잡아 본 예전 스시타카가 아니다. 유소년 30여명을 유럽에 보내 선진 축구를 배우게 한 결실이 이번 대회 16강이다. 이러다가는 축구에서 마저 일본에 된통 당할 수 있다. 미워는 해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단재 선생을 뵐 낯이 없다고 해도 일본 축구를 이제 좀 연구할 때다.
나윤수 컬럼니스트 nys8044@hanmail.net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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