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법원 지급 명령은 소액 자산 지켜주는 첨병이다

입력 2018.07.03. 17:03 수정 2018.07.03. 18:28 댓글 1개
이명기 법조칼럼 변호사(법무법인 21세기 종합법률사무소)

살다보면 누구나 돈을 주고 받는다. 때로 빌려 주기도 하고 빌려 오기도 한다. 특히 친한 친구 일수록 돈 관계는 멀리 하라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며칠 전 오랜만에 고교 동창 녀석을 만나 회포를 풀었다. 안주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 친구는 연거푸 소주를 들이키더니 푸념을 쏟아 냈다.

“6년 전쯤 대학 시절 친했던 친구에게 300만원을 빌려주었는데 아직까지도 갚아주지 않는다”고 속상해 한다. “5살 된 둘째딸 어린이집도 보내야 하고 들어갈 돈도 많은데 돈 빌려간 놈은 배 째라고 나오니 어떡 하냐”고 한숨이다. 그렇다고 “그 작은 돈 받아내겠다고 소송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이 친구처럼 몇 백만 원 정도의 금전을 받지 못할 때, 대부분 개인은 몇 번 갚아달라고 요구하다가 이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의 경우는 법적인 절차를 이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몇 백만 원 변제받자고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부담스럽다. 받아내는 액수에 비해 소송비용이 더 들어 실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것도 문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법은 다양한 보호망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쉽게 포기하지 말자. 그런 식으로 포기되는 돈으로 내 아이가 좋 하는 옷이라도 한 벌 더 사 입히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소액을 보호 받기 위한 제도로는 지급명령제도라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지급명령은 소를 제기를 하여 받는 판결과 동일한 효과를 누리면서도 그 절차가 간단해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다. 인지액이 소송의 10분의 1에 불과해 소액 채권자를 위한 제도라고 보면 된다.

절차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채권자가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을 하면 법원은 채권자가 지급명령을 하는 데 큰 잘못이 없다면 채무자에게 지급명령을 발동한다. 물론 신청이 다소 잘못된 경우라도 법원이 수정을 요구해 쉽게 고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법원의 지급 명령에 대해 상대방 채무자가 2주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지급 명령은 확정된다.

지급 명령을 받으면, 이를 근거로 강제 집행을 할 수가 있다. 즉 소송을 통한 경우보다 훨씬 신속하고 적은 비용으로 돈을 되돌려 받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급명령제도이다.

다만 확정된 지급 명령을 통하더라도 100% 돈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채권의 만족을 위해 채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해도 된다는 증표를 받은 것이다.

강제집행을 한다 해도 강제집행 할 채무자의 재산이 전혀 없다면 강제집행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집행할 채무자의 재산이 없는 상황에서 돈을 되돌려 받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지급명령이 채무자의 없는 재산을 만들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송을 통해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없는 돈을 되돌려 받기는 불가능하므로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 지급 명령의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어쩌면 소액 채권자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급명령의 장점은 또 있다. 지급 명령을 받아 놓으면 채무자가 다 갚을 때까지 연 15%의 이자도 받을 수 있고, 지금 당장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언제라도 채무자가 경제적 능력을 회복할 경우에는 지급명령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소멸 시효도 10년간이므로 적어도 10년간은 언제든 돈을 돌려 받을 기회를 노리는 시간벌기 전략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장치는 채무자를 강하게 압박하는 효과를 수반하게 된다. 덜렁 차용증만 있는 경우와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보호책인 셈이다.

그러나 지급명령이 어느 경우에나 무조건 가능한 것은 아니다(지급명령이 가능하지 않다면 소송을 통한 구제는 더욱 불가능하다는 것도 인지하자). 지급명령신청이 가능한지 여부 및 신청 방법과 관련하여 주변의 법률사무소에 문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광주지방법원, 광주지방변호사회,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무료 법률상담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오늘날과 같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는 내 재산은 내가 지켜야 한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빌려줬다가는 누구나 낭패당하기 쉽다. 특히 체면 문화가 유달리 발달한 한국 사회에서는 그 흔한 차용증 하나도 없이 덜컥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어쩔 수 없었다고 강변하더라도 법은 그런 사람까지 보호 해주지는 않는다. 적어도 거래정보라도 남는 계좌이체라도 활용해야 한다. 앞으로 금전 거래를 더 신중히 하되 분쟁으로 비화될 경우 지급 명령 제도를 활용해 소중한 재산이 새나가지 않게 하자. 돈 관계서는 백마디 말보다 차용증 한 장이 낫다는 것 잊지 말기 바란다.

# 이건어때요?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