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오래 끌면 끌수록 분열·갈등만…”

입력 2018.06.27. 15:45 수정 2018.06.27. 18:05 댓글 18개
민선7기 시·도정 정책 제언 (2)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엔 찬성…‘지하냐, 지상이냐’ 놓고 공방
16년동안 논쟁만 반복, 열차설계 발주 상태 이견
방식 바뀌면 5~7년 지체 2023년에야 착공할 듯
도시철도 노선도

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이 민선 7기 광주시정의 최대 쟁점현안으로 급부상했다.

민선 6기 내내 ‘건설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만 일으켰는데 이번에는 ‘지하냐, 지상이냐’의 건설 방식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 2002년 최초 승인·고시된 이후 16년동안 건설여부, 운행노선, 건설방식 등에 대해 논쟁만 반복되다가 윤장현 시장 임기말, 우여곡절 끝에 사업방향 및 추진이 결정, 착공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용섭 광주시장 당선인이 도시철도 2호선 방향성에 대해서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논란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 교체기’때마다 공론화·재검토라는 의례적인 수순 밟기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건설방식 첨예한 의견 대립

27일 이 당선인의 광주시장 인수위원회격인 광주혁신위원회 환경교통안전 분과에 따르면 그동안 숱한 논란을 빚어온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건설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으나 ‘건설 방식’이라는 각론에서는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 행정행위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요구해온 시민단체 대표가 혁신위에 참여하면서 민선 7기에서 정책변화가 있지 않을까 군불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건설방식에 대한 의견 대립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지하냐, 지상이냐의 문제다. 혁신위에서는 현재 세 가지 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저심도 경천철) ▲트램(TRAM·노면전차) ▲BRT(Bus Rapid Transit·간선급행버스체계) 중에서 하나가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 이 중에서도 저심도 경전철과 BRT가 유력한 논의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램의 경우 과거형 교통수단이며 무엇보다 광주 도로 사정을 감안할 때 도입이 힘들다는 분석이 높다.

광주시와 도시철도공사, 일부 교통 전문가들은 저심도 경천철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지상을 달리는 BRT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합리적 결론 도출이 어려게 돼 결국 이 당선인이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당선인은 지난 26일 혁신위 환경교통안전 분과 회의에 참석,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깊이 검토하고 있다”며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시장으로서 결단을 내리겠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유럽의 저심도·중심도 경전철, 트램, BRT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빠른 시간내에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트램

#저심도 경전철

도시철도 2호선은 광주시청∼월드컵경기장∼백운광장∼광주역∼첨단∼수완∼시청으로 이어지는 41.9㎞의 순환선으로, 모두 3단계로 나눠 공사하게 된다. 1단계 완공은 2023년, 최종 완공 시점은 2025년이다. 기본설계 기준 예상 소요 사업비는 2조549억원이다.

광주시와 일부 교통 전문가 등은 저심도 공법으로 도시철도 2호선을 건설하기로 한 것은 지역사회가 오랜 논의 끝에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한 사안인 만큼 원안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광주시는 도심외곽의 택지개발 등 도시외여 확대에 따라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1호선만으로 도시교통문제 해결이 곤란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교통복지 및 교통서비스 제공 측면과 도시발전·도시 경쟁력 측면을 고려할 때 자동차 중심에서 도시철도와 자전거, 보행중심으로 가는 전세계 도시의 트랜드 추세에 발맞춰 저심도 경전철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25년 2호선 3단계까지 사업이 완공되면 시민이 누리는 간접교통비 경감이나 시간 절약 이외에도 1호선 승객이 2만명 이상 증가하고, 2호선 승객도 22만9천명에 달해 운영적자 또한 개선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면서 도시철도 2호선은 차량 발주 업무만 3월 잠정 중단한 상태지만, 이미 254억 원의 예산이 집행돼 재검토할 경우 수백억 원의 혈세가 낭비될 뿐더러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하는 대안은 시민들의 교통수요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착공을 코 앞에 두고 다시 재검토를 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뿐 아니라 시민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저심도 경전철의 장점으로는 ▲고가 경전철 만큼 건설비가 적게 든다 ▲이용자의 접근편의가 용의히다 ▲진동과 소음이 적다 ▲미세먼지가 줄어든다 등이 꼽힌다. 그러나 단점으로는 ▲트램에 비해 건설비가 많이 든다 ▲과도한 건설비로 만성적인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공사기간 극심한 교통체증 등이 뒤따른다.

저심도 경전철

#BRT or 트램

하지만 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변원섭 공동대표가 소속된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옛 광주 도시철도 공론화 시민모임)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도시철도 2호선 건설계획 백지화 ‘관철’에 앞장서고 있다.

광주의 인구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3조 원대의 공사비와 10년여 장기간 공사기간, 1년 1천300억 원 운영적자 예상, 10% 교통분담률 등의 고비용 저효율의 지하를 달리는 2호선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지하를 달리는 저심도 경전철은 전면 백지화하고,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BRT 등 새로운 교통수단을 대안 카드로 제안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선택된 시민들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 등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시민배심원제’나 ‘공론화조사’를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당초 도시철도 2호선 ‘전면 백지화’에서 ‘미래세대 교통대안’으로 입장이 다소 선회했다. 트램 보다는 BRT 방식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RT는 일반형과 신교통형으로 나뉜다. 일반형은 ▲예산절감 ▲교통약자 이용편리 ▲지역인구 증감률 대비 노선 조절 ▲공사기간 1~2년으로 단축 등의 장점이 있다. 반면 ▲도로 교통이라는 근본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궤도교통수단에 비해 안정성이 부족하며 ▲차로 점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뿐 아니라 ▲기존 도로가 좁은 경우 BRT를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BRT 신교통형 역시 ▲차로 점유 문제나 ▲좁은 도로에서 설치 불가 등의 광주 도로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나 ▲도시철도에 준하는 서비스 수준 제공 ▲건설기간 단축 및 유지보수 최소화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메리트가 크다.

노면전차인 트램은 도로에 매립형 궤도를 부설하고 그 위를 주행하는 시스템이다. 중량전철과 비교하면 수송력·속도 등은 뒤떨어지지만 도로부지 등 지상을 이용하기 때문에 역 설비, 인프라 구조물, 신호보안 시스템을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광주에는 트램 도입이 힘든 것으로 분석됐다. 큰 회전반경으로 주변차량에 방해를 주고 광주 도로폭과 회전반경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저심도 경전철과 신교통형 BRT에 비해 평균 통행속도가 느리고 승용차에 비해 제동거리가 길며 건설비가 BRT 보다 크다는 것이 단점이다.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 변원섭 공동대표는 “시민사회 대표로 혁신위에 파견돼 저심도 방식의 백지화 관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인구감소 등을 감안해 미래성·경제성·효율성이 높은 교통수단인 BRT 도입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BRT

#“오래 끌수록 분열·갈등 심각”

“지역민들의 초미의 관삼사인 만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는 도시철도 2호선은 오래 끌면 끌수록 지역사회를 분열과 갈등만 심해질 뿐이다. 빨리 하더라도 졸속으로 하지 않겠다. 선입관도 없이 접근하고 있다. 행정의 일관성, 결정을 뒤집어 되돌릴 때 부작용, 유지할 때 긍정적인 면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 당선인의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고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역민들은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이 전면 백지화가 아닌 건설을 전제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지하로 건설하든, 지상으로 건설하든 각각 장·단점이 뒤따르고 또한 논란도 야기될 것이 불보듯 뻔하므로 행정의 일관성 및 신뢰성, 시민 교통편의 차원에서라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단,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 광주 교통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민선 7기 ‘이용섭호’는 대다수 시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직접 귀담아듣고 정책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특정 시민사회단체가 아닌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책 관련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더이상 오락가락 행정과 소신없는 행정으로 결국 시민들만 혼란이 가중되고 피해를 겪어서는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아가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을 재검토할 경우 최대 100억 원의 예산이 매몰비용으로 허비될 수 있고, 사업 변경에 따른 예비타당성 조사와 인허가 과정 등을 감안했을 때 최장 7년여의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현실도 심도있게 감안해야 할 대목이다.

조호권 혁신위 환경교통안전분과 위원장은 “현재 저심도 경전철로 추진되고 있는데 건설방법이 바뀌면 5~7년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민선 8기가 되서야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광주에 승용차가 64만대 등록됐다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기존 도로에 BRT나 트램을 설치할 경우 교통체증이 불보듯 뻔하다. 다양한 의견을 테이블에 올려 시민 편에 서서 대중교통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혁신위가 운영 중인 온라인 플랫폼 ‘광주혁신위원회에 바란다’에 접수된 시민의견 463건을 분석한 결과 도시철도 문제를 다루는 환경교통안전 분과에 57%(265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찬성하는 의견이 186건으로 압도적이었다. 반대는 9건에 그쳤다. 광주시장 선거 후보시절 공론화 필요성을 언급해 온 이 당선인의 합리적 결론 도출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성훈기자 ytt778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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