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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도 주문 폭주할 텐데…월드컵 '치킨 특수' 양극화

입력 2018.06.23. 14:50 댓글 0개
국가대표 경기 때 주문 급증…배달료 논란도 잠잠해져
상당수 점주들 미리 배달 인력 늘리고 임시직 써 대비
영세 점주들은 특수 못 누리고 아예 장사 하루 접기도
"배달 인력 더 쓰자니 도저히 마진 안 남아 포기" 한숨
【청주=뉴시스】임장규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1차전 대한민국 대 스웨덴 전을 보러 18일 오후 충북 청주종합운동장 단체 응원장을 찾은 시민들이 치킨을 먹으며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2018.06.18. imgiza@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김가윤 수습기자 = 월드컵 시즌이 도래하면서 치킨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관련 자영업자 모두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건 아니다. 급증하는 배달 주문에 제대로 대응할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점주들만 월드컵 특수를 누리면서 일종의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다수 치킨 점주들은 지난 18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국가대표팀 경기 특수로 환호성을 지르면서 바삐 움직였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월드컵 직전까지 배달료 부과 논란으로 인한 소비자 이탈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월드컵 기간이 도래하자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준으로 주문이 폭주했다고 한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점주는 "전화 주문이 정말 많았다. 5월까지만 해도 배달료 얘기를 하면 안 먹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월드컵 기간이 되니 배달료 부담 얘기가 쏙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일부 점주는 월드컵 특수에 대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배달 인력을 늘리거나 배달 대행사를 통해 외부 임시직을 고용했다. 건당 3000원 넘는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손익을 따져봤을 때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배달 대행을 썼다는 한 프랜차이즈 점주는 "그전까지는 고객들이 배달료를 부담스러워하면서 방문 포장해갔는데, 월드컵 경기 날에는 배달시켜 먹는 분들이 꽤 많아 바빴다"라고 전했다.

구로구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점주는 "시간을 넉넉히 잡고 준비해서 배달 특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월드컵 기간에 맞춰 배달 인력을 미리 늘려놨는데 그 덕분에 폭주 물량을 잘 소화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과거 주요 스포츠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월드컵 기간에도 치킨 특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배달의 민족이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국가대표경기일 배달 주문 수를 분석한 결과 전주 동시간 대비 ▲러시아전 8.7배 ▲알제리전 8.6배 ▲벨기에전 4.6배 등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53.3%가 치킨 주문이었다.

특히 국가대표 경기 시간이 심야였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비교했을 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한국과 시간대가 맞는 경기가 많아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들은 "지난 월드컵은 시간대 탓에 매출이 그리 많이 늘지는 않았으나 이번 월드컵에는 20~30% 정도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시간대가 저녁이다 보니 매출이 늘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등의 말을 이구동성으로 내놓는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펼쳐진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고 있다. 2018.06.18. park7691@newsis.com

하지만 월드컵 특수를 상대적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점주들도 적지 않다. 비교적 영세한 치킨집 점주들은 많은 주문을 매출로 연결시키지 못했거나, 대목임에도 아예 하루 장사를 접었다. 추가 인건비에 대한 부담으로 배달 인력을 늘리지 못한 까닭이다.

구로구의 한 영세 치킨집 점주는 지난 스웨덴전 당일 주문에 대비하느라 자녀들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전화가 폭주하면서 주문이 20~30분 밀리거나 배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져 매출로 이어질 기회를 절반 가까이 놓쳤다고 했다.

이 점주는 "주문이 많이 들어오기는 했는데, 정해진 시간에 한 번에 몰리니 물량 맞추기도 어려웠고 배달도 늦어졌다. 배달 인력이 몇 명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게가 작아 평소에는 가족끼리 일하고 있는데, 4년에 한 번 오는 행사를 위해 따로 배달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 우리에겐 부담스럽다"라고 토로했다.

경기 당일 주문 폭주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아예 하루 장사를 접은 영세 점주도 있었다.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치킨집 점주는 "주문이 밀릴 것 같은데 배달 인력도 없고, 제대로 서비스도 못할 것 같아서 장사를 아예 쉬었다. 배달 대행을 써볼까도 생각했지만 도저히 마진이 남을 것 같지 않아 포기했다. 다른 경기도 남아 있는데 직원 없이 대응하기 난감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라고 하소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처럼 점주간 체감 온도가 서로 다른 이유를 단가 차이에서 찾고 있다. 이른바 '양심적인 가격'으로 치킨을 판매하는 편인 영세 점주일수록 애초에 남는 마진이 적다. 따라서 폭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인건비를 지출할 여력이 부족해 특수 자체를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영세 치킨집 점주는 "우리 같은 경우 특수 시기에 맞춰서 인력을 늘리는 식의 시도를 할 여력이 없다. 다른 곳보다 치킨 가격을 낮게 받는 편이어서 마진이 적은데 돈을 더 쓰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설령 돈을 들여 인력을 늘린다고 해도 규모가 작아 늘어난 주문을 감당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나 규모가 큰 곳의 경우에는 단가가 비싼 편이라 일시적으로 인력을 늘릴 여력도 있고, 그렇게 해도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라며 "반면 영세업자의 경우에는 가족 단위로 작게 영업하는 경우가 많고 애초에 판매가가 낮은 편이어서 특수에 따른 주문 폭주를 아예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나온다"라고 분석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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