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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세력과 전면전' 김현미 장관 1년…집값은 정말 잡혔나

입력 2018.06.23. 09:44 댓글 0개
"집값은 잡혔지만 그동안 가격 너무 올라"
집값 하락 단기적…수년내 오를 수도
'투기와의 전쟁'서 청와대 참모·각료들은 제외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열린 '남북교통인프라' 연결을 위한 긴급 조찬 간담회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6.1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취임일성으로 부동산 투기 세력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던 김 장관의 지난 1년은 '집값 잡기'에 거의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현미표 집값잡기 처방은 성공한 걸까?

지난해 6월 23일 김현미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집값 급등은 투기 수요 때문"이라며 "6·19 대책은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후 김현미 장관은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만 다섯 차례 넘게 발표한다. 부동산 규제 '종합선물세트'라 불리는 8·2 부동산대책에서는 양도세 강화·대출규제·분양권 전매제한·청약가점제 등을 꺼내들었다. 특히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강남4구와 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 등 서울 11개구,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 뿐 아니라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해 이중 삼중의 그물망을 쳤다.

그러다 8.2 대책에서 빠진 분당과 판교, 대구 수성구에서 '풍선 효과'가 나타나자 정부는 한달 만에 후속 조치(9.5 대책)을 발표, 분당구 및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한다. 집값을 안정화시키고 투기 세력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그러나 주택시장은 잠시 관망세를 보였을 뿐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김 장관은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11·29 주거복지로드맵,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등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집값 안정화를 위한 규제를 잇따라 내놓았다.

◇"집값은 잡혔지만 그동안 가격 너무 올라"

이제 집값은 잡혔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로도 계속 오르던 집값은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된 올해 4월부터 주춤하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84% 상승했으나 4월과 5월 상승률이 각각 0.31%, 0.21%로 둔화됐다.

그러나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최근 몇 주간 집값이 소폭 하락한 것이 과연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집값 잡기는 성공한 것 같지만, 그동안 가격을 너무 올려놨다"며 "규제가 가격을 또다른 규제를 만들고,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것을 정부가 몰랐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도 규제가 가격을 올려놓았다. 강남에 수요가 몰리는 것을 분산하는 정책을 썼어야 하는데, 정부가 공급과 수요를 다 억제시켰다"며 "강남 4구에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 수요가 없어지나? 여전히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윤 부동산114 연구원은 "올해 워낙에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그만큼 떨어지지 않는다. 상승률은 미미하게 떨어진다"며 "재건축에 대한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만 단기적인 것이고, 장기적인 것은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도자도 버티기 전략을 보이고 있어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매수인들이 대출을 많이 받고 들어온 상황에서 가격이 급락하면 부실채권이 발생하고 은행권도 문제다. 정부에서도 급락은 원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집값 하락 단기적…수년내 오를 수도

강남4구 아파트값이 약보합세로 조정되고 있지만 거래량도 대폭 줄었다.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감소한 가운데 서울 강남4구의 주택매매 거래량이 60% 가량 급감했다. 집을 팔려는 사람들은 4월 전에 팔고 나머지 매도인들은 버티기 전략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거시경제가 안 좋아서 조정받는 시기다. 보유세 개편 때문이 아니다"면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거래절벽이다. 살 사람이 못사고 팔 사람이 못 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게 해결 안돼서 수년 내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서울 강남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5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전체 평균 거래량에 못 미치는 등 아파트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에는 급매매 안내 문구가 게시돼 있다. 2018.05.29. scchoo@newsis.com

당장 규제로 집값 상승이 멈춘 것 같지만, 정부 정책이나 상황이 바뀌면 집값은 언제든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모니터링을 소홀히 하거나 호재가 발생하면, 집값이 재상승할 수 있다"며 "금리가 어정쩡한 상태에서는 연체율이 건전하게 유지된다면 (가격 상승에 대한) 잠재적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투기와의 전쟁'서 청와대 참모·각료들은 제외

김현미표 집값 잡기 처방에 문제는 또 있다. 국토부 고위공직자들은 물론, 청와대 참모들과 각료들이 해당 정책에서 비껴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부동산 과열 현상의 원인을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로 지목하고 강도 높은 규제를 쏟아냈지만, 상당수 고위 공직자들은 여전히 다주택자였다.

지난 3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8년도 고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청와대 소속 1급 이상 공직자 52명 중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등 14명이 다주택자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서울시 송파구 잠실 아파트와 경기도 가평군 단독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 두채를 갖고 있고, 박종규 재정기획관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서초구 우면동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곤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장관급 인사 10명도 다주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강경화 장관과 박은정 위원장은 3주택자였다.

조국 민정수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은 서울 강남권 주택을 남기고 나머지 한 채를 팔았다.

국토부 1급 이상 고위공직자 9명 가운데 4명도 다주택자였다.

김현미 장관은 올초 남편 명의로 돼 있는 경기도 연천의 주택을 처분해 다주택자 꼬리표를 뗐지만, 친동생에게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심교언 교수는 "장관과 관료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장관이) 내부 각료들을 설득 못했고, 본인도 이상하게 거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각료들에게는 왜 지적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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