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잃은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입력 2018.06.21. 17:36 수정 2018.06.28. 09:41 댓글 0개융합없는 전시예술 중심, 국제경쟁력 위기
예술+기술·산업 등 ‘창의산업’ 정립 시급
유네스코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된 광주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이하 창의도시) 정책이 수년째 갈피를 못잡고 있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는 지난 2014년 신청당시 ‘인권빛’와 ‘예술의 빛’ ‘광산업’의 융합의 기치를 내걸었으나 광산업 등 관련 산업이나 기술과의 융합 없이 전시 예술 중심의 보여주기식 행사로 일관하면서 국제 경쟁력은커녕 국내 도시경쟁력 확보도 위어렵다는 문화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정 5년째인 내년이면 유네스코가 실사를 통해 취소나 연장을 결정하는 시점이어서 미디어아트+과학기술+산업과의 융합 등 창의산업에 대한 방향설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사업은 ‘창의산업 육성을 통한 문화다양성의 가치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있어 ‘창의산업’ 없는 전시예술 중심의 광주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가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의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관련 정책은 전무한 가운데 ‘미디어아트 페스티벌’과 전시용 쇼륨 성격의 ‘광주미디어아트 플랫폼’ 사업이 전부로 전시예술 중심이고 신기술이나 신산업과의 융합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시는 지난 연말 ‘유네스코창의벨트 조성사업’에 관한 1억원 규모의 용역을 발주하고290억원 규모의 미디어아트센터(Art and Media Technology) 설립을 발표하고 최근 설계당선작까지 결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같은 행태는 해외 미디어아트 지정 도시들이 유네스코 지정을 도시경쟁력의 주요수단으로 활용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리옹과 토론토, 오스틴을 비롯한 외국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들은 도시경쟁력 주요 전략으로 창의도시를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북부 휴양도시 엥겡레뱅은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를 도시품격과 관광객 확산전략으로, 리옹은 관광객이 없는 겨울철에 미디어아트 축제를 열어 관광 활성화 전략으로, 눈축제로 유명한 삿포르도 관광활성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라는 세계 3대 음악축제로 음악도시로 명성을 자랑하는 미국 오스틴의 경우 미디어아트에 게임 등 디지털 산업을 통한 신산업 육성을 천명하며 작가지원과 관련기업 유치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이무용 교수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광주미디어아트 창의도시가 무엇을 지향할지 방향을 정하는 것이 우선돼야한다”며 “예를들어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다양한 원천기술과 예술의 결합. 다양한 첨단 기술과의 결합 등 문화산업을 특화하는 방안 등의 지향점을 설정하고 AMT활용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헌기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대표는 “현재 시가 추진하는 AMT는 하나의 미디어 문화센터에 다름 아니어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그동안 작가들이나 문화계에서 끊임없이 국제적 기술력을 결합할 수 있는 측면이라도 포함돼야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휴먼 미디어시티 광주’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당초 광산업과 연계 등으로 출발했지만 추진되지 못하고 있어 향후 방향 설정을 해야한다는 점에 내부에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덕진.김대우기자
-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온누리에 울리다 기정 광주시장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앞에 마련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아카이브 전시-마당' 전시관에서 전시작품을 설명하고 있다.광주시 제공광주시는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를 개막했다.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 30년 역사를 돌아보고 광주정신을 조망하며 광주비엔날레의 동시대적 가치를 새로이 정립하기 위해 30주년 아카이브 전시 '마당-우리가 되는 곳(Madang-Where We Become Us)'을 기획했다. 전시는 4월18일부터 11월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일 자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Il Giardino Bianco Art Space)'에서 열린다.이날 개막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를 비롯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진흥회 위원장, 이성호 주이탈리아 대사, 강현식 주밀라노 총영사, 김병내 남구청장, 광주시의회 신수정·이귀순·서임석 의원, 국내외 미술계 인사와 언론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이번 전시는 3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역대 광주비엔날레 전시 포스터를 비롯해 예술감독 및 큐레토리얼 팀, 전시주제, 참여작가 목록, 전시 장소를 표기한 광주시 지도 등을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구현한 14번의 마당을 소개하고 있다.두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소장품과 그 의미를 확장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의 '고인돌'(1995)과 크초(Kcho)의 '잊어버리기 위하여'(1995) 두 작품을 비롯해 광주비엔날레가 지향하는 가치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강 시장은 5·18민주화운동의 공동체정신을 상징하는 '주먹밥'과 광주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든 주먹밥을 담았던 '양은 함지박', 백남준의 '고인돌' 등 전시작품을 소개했다.세 번째 섹션은 아카이브로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장 자료들을 전시했다. 티켓, 홍보물, VHS, CD, 전시도면 등 역사적 실물 자료를 비롯해 디지털화된 소장 자료 등을 살펴볼 수 있다.특히 이번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Collateral Event) 30개 중 하나로 선정돼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정신인 '민주·인권·평화'라는 화두를 인류공동체와 깊게 나누고 함께 공감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또 전시장에서 유아브(Iuav) 대학 시각예술학부 학생들의 학과 수업이 진행되고, 카 포스카리 대학 한국학과 학생들이 전시장에서 직접 도슨트로 활동하는 등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아카이브 전시 개막식에 이어 이날 오후에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해외홍보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고편 격인 '비디오 에세이 영상'이 최초로 공개돼 기대감을 높였다.'비디오 에세이'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아 제작됐고,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들의 다채롭고 폭 넓은 작품 이미지와 비디오클립, 판소리 공연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예술 작품과 예술가들의 모습 등을 담아 전시의 시대적 의의를 강조하는 등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강기정 시장 등 광주시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광주비엔날레 거리홍보를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강 시장은 "광주비엔날레는 5·18을 계기로 폭발한 민주화 열망이 민중미술의 에너지로 이어지면서 시작된 행사"라며 "광주비엔날레 30년을 알리는 것은 5·18과 광주정신, 광주의 맛·멋·의를 알리는 것이다"고 강조했다.강 시장은 이어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광주를 키우는 일이다"며 "아카이브 전시와 함께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성공 개최를 통해 광주가 국제 시각미술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한편 오는 9월 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 명성의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선임, 판소리를 매개로 소리와 공간이 함께하는 오페라적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엔날레전시관과 함께 광주의 예술명소로 손꼽히는 양림동 일대까지 외부 전시장으로 연결, 주제전시를 통해 관객과 작가, 기획자가 함께 접촉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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