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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로 창고극장' 포에버, 2년8개월만에 7번째 재개관

입력 2018.06.20. 16:22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삼일로 창고극장은 곧 우여곡절의 한국 연극사다. 1975년 가정집을 극장으로 개조한 것이 출발이다. 극단 에저또(연출 방태수) 단원들이 무대를 파고 건물을 보수해 '에저또 소극장'으로 개관했다.

이후 연극을 활용한 치유법에 관심이 많은 정신과의사 유석진이 극장을 인수하고, 연출가 이원경(1916~2010)이 운영을 맡으며 1976년 '삼일로 창고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개관을 했다.

1983년 배우 추송웅(1941~1985)이 인수해 '떼아뜨르 추 삼일로'라는 이름으로 세 번째 개관, 1986년에는 극단 로얄씨어터(대표 윤여성)가 인수해 다시 '삼일로 창고극장'으로 간판을 바꿨다. 기존의 아레나 무대를 프로시니엄 무대로 고쳐 소극장 실험을 계속했다.

1990년 폐관 이후 김치공장, 인쇄소 등으로 사용되다가 1998년 창작극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이 모여 만든 극단 창작마을(대표 김대현)이 인수해 '명동 창고극장' 이름으로 다섯 번째 개관했다. 2004년 연출가 정대경(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이 인수해 '삼일로 창고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다가 2015년 10월 폐관했다.

개관부터 마지막 폐관까지 약 40년 간 같은 자리에서 공연장으로 명맥을 이어가며 총 279편을 올렸다. 삼일로창고극장은 공연예술인들의 성장 발판이었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2년8개월 만인 22일 삼일로창고극장을 재개관한다. 개관 후 소극장 운동을 이끌어 오던 삼일로창고극장의 부활이다. 첫 개관을 포함해 여섯 번의 개관과 폐관을 겪은 뒤 일곱 번째로 또 개관한다.

서울시는 이 극장의 공간적, 역사적 의미를 이어가기 위해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2015년 삼일로창고극장이 폐관하게 되자 극장으로 쓴 건물(공연장)뿐 아니라 그 앞의 건물(부속동)을 서울시와 소유주가 함께 리모델링, 작년 10년 간 장기 임대계약을 했다.

이후 삼일로창고극장이 공연장으로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서울문화재단에 위탁했다. 본격 운영에 앞서 지난해 시민 800여명에게 극장 명칭을 물은 결과, 약 60%의 지지로 '삼일로창고극장'이 선정됐다.

삼일로 창고극장 운영위원회

재단은 2020년까지 '예술현장과 함께하는 극장', '동시대 창작 플랫폼'을 모토로 운영위원회와 같이 극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재개관을 함께할 첫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6명으로 구성했다. 박지선(46) 프로듀서그룹 도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오성화(45)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 우연(47) 남산예술센터 극장장, 이경성(35)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겸 크리에이티브 VaQi 연출, 전윤환(32) 혜화동1번지 극장장 겸 앤드씨어터 연출, 정진세(38)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인 겸 극단 문 작가 등이다.

우연 극장장은 20일 "연극뿐 아니라 예술계 전반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각자의 분야에서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를 중심으로 위촉했다"고 소개했다.

운영위원회의 임기는 2년이다. 삼일로창고극장의 운영방향 수립, 프로그램 기획, 예산 결정권 등을 가진다. 2019년 말 공모를 통해 두 번째 운영위원회을 결성한다.

재개관 당일 기념 행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프로그램으로 짠다. 이 극장을 지켜온 예술인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일반에 공간을 개방한다. 시민이 기억하는 삼일로창고극장의 추억을 나누는 릴레이 토크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우 극장장은 "삼일로창고극장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빨간 피터의 고백'을 보며 데이트를 한 70년대 젊은 연인의 이야기, 삼일로창고극장의 공연 포스터를 모은 여고생의 이야기, 삼일로창고극장의 공연을 본 후 글을 쓰기 시작한 어느 시인의 이야기 등 극장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간직하고 있던 시민의 추억과 삶을 나눌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23일에는 1970년대 30대 극작가들의 대본을 현시점의 30대 연출자 2명이 재해석하는 낭독공연을 연다. 윤대성 작 '무너지는 소리'를 송정안 연출, 이봉재 작 '아무런 이야기'와 김용락 작 '돼지들의 산책'을 채군 연출이 맡는다.

삼일로 창고극장 공연장

낭독공연 4편은 당시 검열을 받은 흔적이 남아 있는 극본들이다. 당대 창작자들이 지켜나가고자 한 예술혼을 엿볼 수 있다.

재개관 기념전은 1975년 첫 개관 개막작 '새타니'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 전시 '언더홀' (6월22일~7월21일), 삼일로창고극장의 모태가 된 극단 에저또의 1966~1977년을 조명하는 아카이브 전시 '이 연극의 제목은 없읍니다'(6월22일~9월22일) 등이다.

재개관 기념공연으로는 1977년 초연 때 4개월 만에 6만 관객을 돌파한 추송웅 1인극 '빨간 피터의 고백' 오마주 무대인 '빨간 피터들' 연작 시리즈가 펼쳐진다.

'추ing_낯선 자'(출연 하준호·연출 신유청·6월29일~7월1일), 'K의 낭독회'(출연 강말금·연출 김수희·7월 6~8일), '관통시팔'(출연 연출 김보람·7월 13~15일), '러시아판소리-어느학술원에의보'(출연 최용진·연출 적극·7월 20~22일) 등 4개 작품을 선보인다.

한편 이번에 재개관하는 삼일로창고극장은 1975년 개관 당시의 아레나 형태 무대를 최대한 보존해 60~80석 규모의 가변형 무대를 조성했다. 삼일로창고극장의 특징인 사방 등·퇴장이 가능한 구조 역시 보존했다. 부속동에는 1층 갤러리, 2층 스튜디오를 조성했다.

삼일로창고극장 공연장 첫 번째 수시대관을 통해 총 9개 공연이 7월부터 12월까지 펼쳐진다. 내년 공연장 정기대관 공고는 2019년 2월 예정이다. 스튜디오 대관은 7월부터 매월 1일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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