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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도 없는 해경청장, '파리 목숨'인가?

입력 2018.06.20. 08:15 수정 2018.06.20. 08:22 댓글 0개
수산대 출신 바다 잘 안다? 직원들 "힘없는 해경 설움"
해경청장 치안정감서 치안감으로…"후보군 확대해야"
"해경청장도 경찰청장처럼 임기 2년 보장 고려할 때"
(뉴시스DB)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청와대가 조현배 부산경찰청장을 신임 해양경찰청장으로 내정하자 해경 안팎에서는 갑작스러운 수장 교체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박경민 현 청장이 임명 10개월 반 만에 옷을 벗게 되면서 해경청장의 임기도 경찰청장처럼 법으로 보장해야 된다는 지적 나온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부실 대응으로 해체돼 2년8개월 만에 부활한 해경의 초대 수장인 박 청장이 해양 안전을 책임질 조직 역량을 갖추고, 능력을 발휘하기엔 10개월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해경 청장 인사가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뽑는 게 아니라 '정치적 입김'과 고위급 일반 경찰 인사 적체 해소 수단으로 변질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문무일 현 검찰총장과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 모두 호남 출신이다. 양대 수사기관인 검경 수장을 모두 호남 출신이 꿰찬 상황에서 영남 출신인 조 청장의 내정은 정치적 부담감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역 안배 인사'라는 얘기가 파다했고, 청와대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지난 15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문 대통령은 평소 '해경은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이 지휘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조 신임 청장이 부산수산대 환경공학과 출신으로 해경의 관할인 바다를 잘 안다는 점과 지역 안배 차원에서 인사를 행한 것"이라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설명과 달리 해경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바다를 모르는 일반 경찰 출신이 잇따라 해경 수장이 됐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현재까지 박 청장을 포함한 15명의 해경 수장 가운데 일반경찰 출신은 모두 13명. 해경 내부 출신 8대 권동옥·13대 김석균 청장 등 2명에 불과하다. 인력 풀이 적기는 하지만, 조직 규모에 비해 내부 승진은 미비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해경 내부적으론 사기가 저하된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경 관계자는 "불과 10개월 만에 수장을 교체하고, 바다를 모르는 수장을 연달아 선택하는 것은 힘없는 해경의 설움"이라며 "청와대에서는 해경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일반 경찰 출신을 수장으로 또 내정하는 게 새로운 활력일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해경 관계자는 "해경청장도 경찰청장처럼 법으로 임기를 보장하고 청문회를 등을 거쳐 능력을 검증할 필요가 있고,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게 조직 내 새로운 활력"이라며 "단순히 수산대 출신이라 바다를 잘 안다는 청와대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고,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한다"고 말했다.

실제 해경청장의 임기를 보장하거나 해경의 특수한 임무를 구체화한 법률 규정이 없다.

일반 경찰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경비·요인 경호 및 대간첩·대테러 작전 등 관련 직무가 법률로 규정된 반면, 해경은 정부조직법 43조에 '해양에서의 경찰 및 오염 방제'로 규정돼 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은 해경 임무와 권한 등 구체적인 법률 규정을 갖췄다. 그간 해경은 해경 조직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부처 간 이견과 갈등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해경은 현재 해경 업무의 특수성을 구체적으로 담은 해경 조직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해경 고위 관계자는 "현행 법률에는 해경의 임무와 권한 등에 대해 뚜렷한 규정이 없다"며 "해양에서의 사람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 보호와 수색 구조 등 해경의 특수한 임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로 담아 업무의 범위와 권한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내부 승진을 위한 인사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해경청장은 치안정감 중에서 내정한다.

앞서 지난 3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치안감도 치안총감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경청장 후보군이 늘어난다.

현재 해경의 치안정감은 해경차장과 중부해경청장 등 2명. 치안감은 기획조정관, 경비국장, 해양경찰 교육원장, 남해해경청장, 서해해경청장 등 5명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경청장 후보군이 2명에서 7명으로 확대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반 경찰과 해경의 주무 부처가 다르지만, (해경이)수사와 정보 기능이 있는 만큼 일반 경찰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 인사와 해경 인사가 맞물려 갈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조직의 안정성 측면에서 해경청장도 경찰청장처럼 2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을 고려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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