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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뇌물주고 받은 한전 직원·업자 무더기 적발

입력 2018.06.19. 15:21 수정 2018.06.19. 15:28 댓글 0개
한전 간부 9명·공사업자 4명 등 13명 기소…이중 6명 구속 기소
낙찰받은 배전공사에 거액의 추가 예산 배정 뇌물수수·공여
【나주=뉴시스】이창우 기자 = 광주지검 강력부가 4일 오전 전남 나주 혁신도시 한국전력(KEPCO)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박스를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검찰은 최근 특정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기공사업자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한전 중간 간부급 직원 등을 구속했다. 2018.05.04. lcw@newsis.com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공사업자들이 낙찰받은 배전공사에 거액의 추가 예산을 배정해 준 대가와 함께 뇌물을 받은(뇌물수수 등) 한전 임·직원 9명(본사 2명·지역본부 7명)과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뇌물 공여 등) 공사업자 4명이 검찰의 수사망에 적발됐다.

광주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계한)는 전기공사업자들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건네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로 한전 본사 상임이사 A(60) 씨와 지역 본부 간부직원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로 한전 본사 간부(1급) 직원 B(57)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전기공사업자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로 한전 모 지역본부 간부(2급) 직원 C(52)씨도 구속 기소했다.

또 간부 직원으로부터 수백 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뇌물수수)로 한전 모 지역본부 본부장 D(59·1급) 씨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한전 간부들에게 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 등으로 전기공사업자 E(56) 씨 등 업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상임이사 A 씨는 지난해 전기공사업자들로부터 총 9000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한전 본사 간부 직원 B 씨는 지역본부 간부직원으로부터 지난해 72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 씨는 지난해 전기공사업자들로부터 총 1억7200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D 씨는 지역 본부 간부직원으로부터 6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업자 E 씨는 자신 혼자 또는 다른 전기공사업자와 공모해 한전 임직원에게 2억8000만 원 상당을 건네는가 하면 위장업체들 명의로 수백억 원 상당의 배전공사 10건을 낙찰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전 임·직원들은 예산 배정 권한 등의 지위를 이용해 공사업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뒤 예산을 임의배정하고, 공사업자들에게 공사 감독상 편의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업자들은 가족·지인 등 명의로 10여 개의 위장업체를 설립, 한전 배전공사 입찰에 중복 투찰하고 수백억 원 상당의 배전공사를 중복 낙찰 받은 뒤 공사예산을 추가 배정받기 위해 한전 본사 및 지역 본부 예산담당 임·직원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특정 전기공사업자들이 10여 개의 위장업체를 설립해 한전 발주 배전단가공사를 중복 낙찰받고 2년 간 해당 지역의 공사를 독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수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 전기공사업자들이 낙찰받은 공사에 예산을 추가 배정받는 등의 대가로 한전 임·직원들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5월4일에는 전남 나주 혁신도시 내 한전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한전 배전공사 예산은 연초에 배정되는 기초예산과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배정되는 추가예산으로 구분된다.

검찰은 이번에 구조적 비리가 드러난 한전 모 지역본부의 경우 지난 한 해 기초예산이 485억 원에 불과한 반면 추가예산은 이보다 훨씬 많은 545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한전 임·직원들은 추가예산의 경우 기초예산 대비 예산신청 및 배정에 재량이 크다는 점을 이용, 특정 전기공사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업자들이 공사중인 지역에 다른 지역보다 최대 5배나 많은 추가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추가예산을 많이 배정받은 업자들은 추가예산 2% 상당의 현금을 한전 임·직원에게 건네고 추가 배정된 예산의 범위만큼 배전공사를 확대,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한전 배전단가공사의 경우 특정 공사 지역을 낙찰받은 업자가 2년 간 모든 공사를 담당하게 돼 장기간 특정 한전 직원들로부터 관리·감독을 받게 되며 이 과정에 갑을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 뇌물 상납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한전에서 발주하는 배전공사는 공사의 적기 시공과 정전 발생 때 신속한 복구체제를 확립하고, 협력회사의 책임시공을 통한 배전설비의 건설 및 유지관리를 위해 1개 업체가 여러 배전공사를 중복낙찰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공기업 공사비리에 대해 강력한 처벌과 함께 범죄수익환수 등의 방법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persevere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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