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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가 오수환의 변신..."화려한 '대화'보며 해방되기를"

입력 2018.06.19. 11:52 댓글 0개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신작 30점 발표
【서울=뉴시스】 Dialogue, 2018, Oil on canvas, 193.8x130.2c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나에게 그림이란 세계를 보는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세계에 관해서 또는 세계에 있어서 보다 많은 것을 보도록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이다. 근원적 사실에 하나씩 인도하는 것이다."

추상화가 오수환(72)의 '대화 Dialogue'시리즈 신작을 20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선보인다. 2016년 이후 제작된 신작 30여 점을 전시한다.

새로운 '대화' 연작은 색채감이 돋보인다. 절제된 색의 사용이 두드러진 이전 작업과는 달리 화려해졌다.

작가는 바닥에 캔버스를 깔고 형형색색의 물감이 발린 붓으로 자유분방한 필획을 구사하거나, 물감이 칠해진 캔버스 위에 또 다른 색을 한번 더 덧칠하여 켜켜이 쌓아 올린 색채의 층위를 구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색채-기호로 이루어진 추상적 화면은 무(無)의 세계의 시각적 현시(顯示)다.

오수환은 "인간의 본성과 사물의 시원(始原)이 결국 아무것도 정의되지 않은 텅 빈 세계와 같다"는 믿음이 있다. 작품은 그러한 세계를 추상적 시각 언어로 풀어낸 것.

"나의 회화에서 규정된 것, 확정적인 것, 부동의 진리는 부인된다. 생각하거나 계획하지 않으며, 추구 하지 않는 상태에서, 의도가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언어화하고 고유한 경험으로 파악하여 보여 주고자 한다. 그렇게 궁극적으로 실현된 회화는 그 어떤 목적성도 없다. 거기에는 이데올로기나 연상작용이나 그 어떠한 것도 틈입할 수 없는, 엉뚱함, 확장, 수축의 비설명적 순수회화가 있을 뿐이다. "

【서울=뉴시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드로잉전을 여는 오수환 화백.

오수환의 '대화' 연작은 이전 작업인 '적막' 연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이다. '적막' 연작에서 이질적인 두 화면을 배치시켜 대치를 이루게 함으로써 ‘침묵’을 드러냈다면, 이번 '대화' 연작은 색채와 기호가 어우러져 묻고 답하는 것, 다시 말해 ‘교감’이 주제로 등장한다.

작가는 작품에서 자연과 고대문명 그리고 인간을 대화의 상대로 삼았다. 이를 담기 위해 오수환은 오롯이 무형의 추상과 색채만으로 화면을 꾸몄다.

작가는 무형의 자연과 과거의 문명, 인간의 심연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고자 선적인 추상 기호를 중첩하고, 원색의 화려한 색채를 겹겹이 발랐다. 이렇게 완성된 화폭에 대해 작가는 ‘살아있는 그림’이라고 표현하며 감각적으로 소통하는, 즉 ‘대화’할 수 있는 추상화를 완성하고자 했다.

추상의 조형만으로 이루어진 화면에는 붓자국과 색채라는 형식적인 특징은 드러나지만,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읽어내기란 어렵다.

표면에 흘러내리는 물감에 의해 만들어진 형상과 형식에 구애 받지 않은 필선은 그 어떤 의도와 목적 없이 우연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오수환의 그림은 인위성을 최대한 배제한 무위(無爲) 그 자체로 평가받는다.

권영진 미술사학자는 "40여 년간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전개된 오수환의 화업은 작가의 사적 완성에 온전히 집중한다는 점에서 추상 본연의 의미에 밀착해 있다"면서 "무엇보다 화면 위에 작가의 행위의 흔적을 남기는 필획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의 ‘선(線)’은 전통적 의미의 서예에서 기원을 찾거나 한국미의 특성을 발현한 것으로 보기보다 회화 평면의 실재를 확인하는 행위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Dialogue, 2018, Oil on canvas, 193.8x130.2cm

1980년대 이후 ‘곡신(谷神 God of Valley)’, ‘변화(變化, Variation)’, ‘대화(對話, Dialogue)’, ‘적막(寂寞, Tranquility)’ 등의 제목으로 선보이는 40여년 오수환의 화업은 지속적인 추상에의 탐색이라 할 수 있다. 1946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오수환은 실존철학과 현상학, 구조주의, 기호학 등 20세기 후반의 철학적 사유를 섭렵했을 뿐만 아니라 노자, 장자 등의 동양 사상, 한학에 두루 밝아 전후(戰後) 동서양의 양대 지성이 교차하는 접점에 그의 좌표를 두고 있다.

이러한 오수환의 작업은 궁극적으로 관람객과의 대화를 향해 있다.

작가는 온갖 욕망의 범람으로 황폐해진 현대인들이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 규범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방되기를 원한다.

"그림의 의미를 해석하고, 형태를 찾기 위해 파고드는 것이 아닌, 마치 대화하 듯 작품과 감각적으로 소통하길 기대한다." 전시는 7월15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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