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초여름의 두륜산, 힐링여행의 진수를 느껴보자

입력 2018.06.19. 10:05 수정 2018.06.20. 08:45 댓글 0개
다도해를 한눈에…아름다운 풍광과 숨겨진 전설
동국선원 들러 문 대통령 고시공부방 기운 받고
초의선사 일지암과 북미륵암 은은한 미소 반겨
두륜산 대흥사
두륜산 도립공원 녹차밭

살랑살랑 코끝을 간질이는 바람에 싱그런 초여름 내음이 실려온다.

나무 줄기마다 왕성하게 돋아나는 초록잎이 경쾌하고, 녹색이 깊어가는 숲의 빛깔은 날아오를 듯 가볍다.

발길 닿는 곳마다 자연의 내음이 싱그러운 계절에는 생명이 움트는 남도의 산을 찾아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제격이다.

천년고찰 대흥사를 안고 있는 명산, 두륜산을 찾아 힐링 여행의 진수를 느껴보자.

대흥사 숲길
대흥사 숲길

▲울창한 숲길 곳곳 문화유적

백두산의 영맥이 지리산을 거쳐 한반도의 최남단에 이르러 융기한 곳이 두륜산이다.

여섯 개의 높고 낮은 봉우리로 이어진 두륜산은 동남쪽의 두륜봉, 노승봉, 가련봉을 잇는 남성적 경관과 연화봉, 혈망봉, 향로봉을 잇는 낮고 완만한 경사의 여성적 이미지가 혼합돼 있다.

대흥사까지 오르는 십리 숲길 또한 각양각색의 난대림이 터널을 이루고 있고 구곡구유라 해 굽이치는 계곡과 물이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두륜산은 산행코스가 험하지 않아 초등학생도 등산이 가능할 정도로 3~4시간이면 정상에 오를수 있다.

또 갖가지 전설을 간직한 유적과 암자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어 지루하지 않은 산행이 가능하며 특히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광은 등산객들 사이에서 첫손가락 꼽을 정도로 절경이다.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두륜산 정상은 완도와 진도, 맑은날이면 멀리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볼수 있다.

아침에 일찌감치 길을 나선다면 정상에서 일출의 감동을 맛볼수도 있다.

대광명전 동국선원 요사채

▲문재인 대통령 고시 공부하던 동국선원

두륜산 중턱에 자리잡은 대흥사는 인근 서남해안 사찰들의 중심이 되는 조계종 제 22교구 본사로 백제시대 창건돼 13대 종사와 13대 강사를 배출한 유서깊은 사찰이다.

천개의 옥불이 모셔진 천불전과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이끌었던 서산대사의 사당이 모셔진 표충사, 조선 차의 중흥기를 만들어낸 초의선사가 기거했던 일지암 등 발길 닿은 곳마다 찬란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남북 평화시대를 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 대흥사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대학 재학시절 유신반대집회를 주도하다 강제징집된 청년 문재인은 만기제대 후 이곳에서 고시 공부에 매진 8개월여만에 1차 합격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시 공부를 했던 곳은 대흥사 선원구역(스님들의 수행처)인 대광명전 내 동국선원으로, 선원 맞은편에 작은 요사채가 있어 평시에도 학생 7~8명이 공부했다 한다.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 마음을 추스리게 된 대흥사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어 지난 2012년과 2017년 중요한 정치적 고비때마다 대흥사를 찾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요즘 대흥사를 찾는 관람객들이 꼭 들러보고 가는 곳도 이곳 동국선원에 위치한 문재인 대통령 고시방이다. 두륜산의 좋은 산세가 집중되는 곳이자 대통령이 꿈을 이룬 곳이라는 입소문에 염원을 가진 사람들이 좋은 기운을 받고자 하는 것.

대흥사에서도 관람객들 요청에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이던 이곳을 일정시간을 정해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일지암
일지암

▲일지암(一枝庵)

대웅전에서 700m가량 가파르게 올라가면 조선후기 수많은 명사들과 교류하면서 우리나라 차문화의 중흥을 이끈 초의선사가 기거했던 일지암이 나타난다.

일지암은 초의선사가 39세때 대흥사 근처에 지은 암자로 문헌에 의하면 ‘ㄱ’자 4칸의 그 셋째 칸을 다실로 꾸몄으며 작은 가람을 중심으로 유천(乳泉)과 연지(蓮池)와 자죽(紫竹)으로 둘러싸인 유수(幽遂)한 구조였다고 전해진다.

일지암은 초의선사가 40여 년 동안 불이선(不二禪)의 진리를 찾아 정진하며 사상과 철학, 그리고 차문화를 집대성한 곳이다. 선사는 이곳에서 당대의 석학, 예인들과 활발히 교유하면서 차문화의 중흥을 도모해 오늘날 일지암이 차의 성지로 추앙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선사가 입적한 뒤 일지암은 폐허가 되었으나 ‘우리나라 다도의 뿌리를 되살리고 바로 세우는 첩경이 일지암을 복원하는데 있다’는데 뜻을 모은 해남과 전국 다인들의 노력으로 1980년 4월 100년만에 복원됐다.

지금은 차나무와 다정(茶亭), 유천(乳泉)과 돌물확, 다조, 좌선석(坐禪石) 등이 옛 정취대로 복원돼 있고 또 연못과 조화를 이루는 ‘자우홍련사’와 차향기 나는 집이라는 ‘설림당’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일지암이라는 이름은 장자 소요유편(莊子 逍遙遊篇)에 ‘깊은 숲의 뱁새 둥지는 가지 하나면 족하다’에서 유래됐다는 설과 당나라 한산자 스님의 말씀중 ‘늘 생각하노니 뱁새는 가지 하나만 있어도 편하다’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천년수
대흥사 북미르암

▲전라도 천년나무 ‘천년수’와 북미륵암

두륜산 노승봉 아래에는 국보 308호로 지정된 북미륵암 마애불이 자리잡고 있다. 은은한 미소가 돋보이는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은 도드라져 올라오게 하는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고 이와는 반대로 남미륵암은 음각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대조적인 모습의 두 미륵에는 하늘에서 ?겨난 천동과 천녀가 하루만에 불상을 조각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북암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도중에 천년수와 함께 만일암터가 나타난다.

만일암은 대흥사의 첫터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오층석탑을 비롯해 석등, 샘터 등이 남아있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천년수, 북미륵과 남미륵을 만들기 위해 해를 잡아 매달았다는 전설이 있는 나무로 어른 여럿이서 아름해야 할 정도의 수령이 오래됐다.

해남 천년수는 올해 전라도 ‘정도 천년’기념 전라도를 대표하는 천년나무로 선정됐다.

높이 22m 둘레 9.6m의 느티나무 수종으로 나무의 수령이 1100년 정도 될 것으로 추정돼 ‘천년수’라고 불리고 있다.

▲천동천녀가 해를 매달았다는 천년수 전설

아주 옛날 옥황상제가 사는 천상에 천둥과 천녀가 살고 있었는데 천상계율을 어겨 하늘에서 쫓겨나게 됐다.

이들이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하루만에 불상을 조각하는 것인데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천년수나무에 해가 지지 못하도록 끈으로 해를 매달아 놓고 천녀는 북쪽바위인 북암에 좌상불상을, 천둥은 남쪽바위인 남암에 입상의 불상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천녀는 앉은 모습의 미륵불을 조각하였기 때문에 서있는 모습의 미륵불을 조각하는 천둥보다 먼저 불상을 조각했다.

미륵불을 완성해놓고 한참을 기다려도 완성하지 못하는 천둥을 기다리지 못한 천녀는 빨리 올라가려는 욕심으로 그만 해를 잘라버리고 혼자서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그래서 천둥을 영원히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남암은 미완성으로 남게 됐다.해남=박혁기자 md181@hanmail.net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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