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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섬’ 간호일기
입력 2018.06.17. 16:28 수정 2018.06.17. 16:37 댓글 0개작은 사슴처럼 슬픈 눈망울이 아름다웠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사슴을 닮은 그 섬은 물 맑고 산이 고왔다. 그러나 예쁜 모습을 형상으로 해 붙여진 이름과 달리 섬이 가슴깊이 품고있는 애환은 주절 주절 풀어내도 다함없는 우물이라 할만 했다.
작가는 ‘당신들의 천국’을 통해 그 섬에 갇혀 살아야 했던 이들의 멍에와 한(恨)들을 세상에 알렸다. 세상 사람들은 ??어 문드러진 속살, 그로 인해 강제된 천형(天刑), 병마(病魔)의 질기디 질긴 사슬에 얽매인 사람들을 어느 정도는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겉보기로 풍광 수려한 섬에 종속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향한 열정과 그것을 배반하는 메커니즘간의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섬을 배경으로 한 그들만의 천국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함으로써 감추어진 진실이 드러나는 어떤 계기가 됐다.
보리피리 불며/봄 언덕/故鄕 그리워/피-ㄹ 닐리리…(중략)
짓무르다 못해 뭉텅 뭉텅 떨어져 나간 손가락없는 손으로 써 내려간 시인의 ‘보리피리’역시 절망과도 같은 한많은 삶들의 여러 넋풀이 가운데 하나였다. 반생을 내쳐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었던 시인은 ‘봄언덕’에서 기억 아스라하게 떠나온 고향을 그렸다. ‘꽃청산’에서는 아무 근심걱정없던, 그러나 기억마저 지워져버린 어렸던 나날들을 피울음으로 회고했다. 시인이 섬으로 강제로 끌려가던 그 때에도 황톳길은 붉은 먼지 어지럽고 더위는 숨막히게 온 몸을 내리 눌렀을 터다. 적막강산에 내 던져진 시인이 그나마 고단한 몸을 잠시라도 뉘인 곳은 사슴의 눈망울처럼 슬픔을 간직한 ‘소록도(小鹿島)’라는 섬이었더랬다.
작가와 시인의 짙은 고뇌의 내력이 깃든 작은 ‘사슴섬 간호일기’가 출간됐다. ‘문둥병’에서 ‘나병(癩病)’, ‘한센병’으로 매번 이름이 바뀐 천형의 삶을 살아가는 한센인들과 함께한 백의의 천사들의 경험담이다. ‘무슨 빌곳없는 죄를 지었기에 저런 병에 걸렸나’하며 소름을 감추지않은 일반인들의 편견과 씨름해온 소록도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조무사회가 주관해 발간한 간호일기는 이번이 13번째다. 1993년 첫 발행을 시작으로 2015년 12번째 책을 발간했다가 3년만에 신간을 선보인 셈이다. 창간호부터 12번째 책에 게재됐던 글 가운데 63편, 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소록도를 다시 찾은 간호조무사 동문들의 글 8편, 자원봉사자들이 써낸 이야기 등 총 93편이 수록됐다.
소록도에 머물며 한센인들을 치료하고 돌보았던 간호조무사들의 이야기. 간호업무를 하면서 체험한 한센인들의 고달픈 삶과 애환, 고통과 몸부림. 그들의 눈에 비치고 마음에 다가왔을 소회는 전문 작가의 글, 전문 시인의 시가 표현했던 바와 또 다른 울림으로 세상 밖에 전해질 듯 하다. 김영태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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