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배우들 대변인인가…낮추니 높아지누나

입력 2014.05.12. 19:12 댓글 0개

 "게을러서 취미가 없어요"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영화배우 정재영(44)의 유일한 취미는 먹고 노는 것이다. "무언가 배우는 게 귀찮아서…."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이라고 칭하지만, 작품에서는 바지런한 배우로 손꼽힌다. '열 한 시' '플랜맨' '방황하는 칼날'에 이어 '역린'까지 출연작들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홍보 일정에 게으른 법이 없다. 긴 시간 동안 힘든 내색한 번 않는다. 정성을 다해 작품을 찍었지만, 홍보에서는 한 발 빼는 배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법하다.

"그래도 영화가 잘 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작품이 망한 상태에서 이렇게 중간에 인터뷰하라고 하면 참 그렇잖아요"라며 넘실거렸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역린'은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승승장구 중이다.

정재영은 '정조'(현빈)의 곁을 지키는 '상책'을 연기했다. '정순황후'(한지민), '홍국영'(박성웅), '혜경궁 홍씨'(김성령) 사이에 낀 허구의 인물이다. 왕을 죽이기 위한 살수로 길러져 궁에 들어왔지만, 정조의 곁을 지키며 충신이 된다.

"정조는 역사 속 인물이고 그 사실에 근거해야 해요. 싸움도 못 하고 왜소하게 그리면 큰일 나요. 그만큼 상상의 폭이 작고요. 반면 저는 막 연기해도 됐어요"라고 즐거워한다. "드라마를 통해 등장한 인물이다 보니 자유롭죠. 어찌 보면 신선할 수 있고요."

현빈을 높이 사는 이유다. "실재 인물을 연기하는 게 훨씬 힘들어요. 그분께 누를 끼치면 안 되고 또 많은 사람이 그분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심스럽죠. 또 앞서 드라마 등에서 많은 분이 그 인물을 맡아왔잖아요. 정조만 해도 '이산' 드라마도 있었고, 안성기 선배님도 맡았고요. 그분들과의 비교도 피할 수 없죠. 결국, 나중에 했던 사람이 불리해요. 모험일 수밖에 없어요."

주위에 공을 돌리느라 정작 자신은 뒷전에 뒀다. 빗속에서 벌어진 액션신에서도 "저보다도 (조)정석이가 훨씬 고생했죠"라며 자신을 낮췄다. 특수분장 얘기를 하면서도 "저는 그래도 수염은 안 붙였잖아요. 현빈이나 정석이는 밥도 잘 못 먹었어요"라고 챙겼다.

"물론 저도 힘들었죠. 추운데 웃통을 벗었고, 특수분장도 2시간30분씩 걸렸어요. 그것도 며칠에 걸쳐 찍었으니까요. 온몸은 피로 떡칠을 하고 눈은 분장 때문에 불편하고. 피 때문에 끈적거리는데 또 다른 데 묻을까봐 제대로 쉬지도 못했어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 생각하면 다 고생하니까. 저는 괜찮았어요"라는 마음이다.

불편한 것은 못 견디는 편이다. 목걸이, 반지, 시계 등 액세서리도 두르지 않는다. 메이크업도 '하는 수 없이' 받는다.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다닐 때가 많다.

"그러고 보면 저도 천성은 배우가 아닌가 봐요"라면서도 "평소와 극중 모습이 다른 게 배우의 매력이죠. '상책'만 봐도 그래요. 얼마나 의리 있고 충직해요. 또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대신 목숨까지 바치기도 하고.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어요. 자식이나 가족을 위해서나 낼 수 있는 용기이죠. 고문당하는 장면도 그래요. 한 대 맞으나 여러 대 맞으나 부는 건 똑같잖아요. 때리기 전에 말해야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현빈·조정석·한지민·김성령·박성웅·조재현·정은채 등 라인업이 화려하다. "상대방의 좋은 기를 받아서 시너지 효과가 났어요"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상대방의 말이 저에게 안 와 닿을 때 기운이 빠지거든요. 이번 현장은 서로 기운을 주고받으니 좋을 수밖에요"라는 것이다.

반면, 상반기 최고 기대작 치고는 작품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어요. 갑수와 을수의 우정도 그렇고요. 시간에 대한 압박이죠. 또 감독님께서 정성스레 찍었던 부분도 '18세 이상 관람가'를 받을까봐 잘라내야 했어요. 영화를 보는 분들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감독님께서는 최고의 선택을 하셨어요."

감독과 스태프를 추어올리느라 자기 것은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 이런 성품이 오히려 배우 정재영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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