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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아닌 축제는 끝나고, 남겨진 것은
입력 2018.06.13. 14:42 수정 2018.06.13. 15:05 댓글 0개축제는 끝났다. 치열했던 지방선거의 대장정은 마무리되고 이제는 다시 일상이다.
되돌아보면 선거가 과연 축제이고, 민주주의의 꽃이냐라는 강한 의문이 남는다. 당선자에게는 상처뿐인 영광이, 낙선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이 남겨진 것은 아닌지 냉정히 따져볼 일이다. 무엇보다 지방선거의 주인이 돼야 할 유권자들이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할 장이 만들어졌던가라는 지점에서 우려가 크다. 오히려 가장 큰 피해자가 주민이고, 유권자가 아니었을까라는 판단이 앞선다.
선거가 선거답지 못하고, 축제가 축제답지 못했던 요인은 여럿이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론(論)’이 말해주듯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독주가 가져 온 오만함이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자아냈다. 국정운영의 주체로서 집권여당이 갖는 무게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호남에서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식의 전횡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경선과정에서부터 ‘원칙 없는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중앙당의 논리를 강요했다. 지역민들의 선택은 안중에도 없었다. ‘경선은 곧 본선,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집권여당의 오만함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오죽했으면 ‘호남을 주머니 속 공깃돌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왔을까. 따지고보면 민주당에 대한 지지라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효과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눈 앞의 들보를 보지 못했다.
문제는 능력도, 인물도 되지 않는 일부 민주당 후보들이 ‘문재인 효과’와 당의 높은 지지도에 힘입어 당선이 되고, 4년 자리를 유지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들을 보며 4년을 버텨야 하는 것은 후회를 넘어 참담함이다.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로 가지 못하고, 전례없는 네거티브 선거로 치러진 것도 축제의 취지를 흐리게 한 또하나의 요인이다. 수도권에서 ‘여배우 스캔들’이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가고 망하면 인천간다)’ 논란이 선거판을 뒤흔들었다고 하는데, 광주·전남 지역도 만만치 않았다. 흑색선전이나 가짜뉴스는 기본이고 금품 제공, 미투 공방, 심지어 혼외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선거를 역대 최악의 진흙탕싸움으로 변질시켰다. 특정 지역을 꼬집을 필요도 없이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졌다.
정책이나 공약을 앞세운 긍정의 경쟁력이 없다보니, 후보들마다 품격 떨어지는 네거티브 전략에만 몰두했다. 지역발전과 관련해 우리 앞에 놓인 숱한 어젠다는 어디 가고, 선거와는 무관한 흠집내기만이 판을 쳤다. 선거판 자체가 가공의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피로감도 적지 않았다. 고소고발 사태로 얼룩졌고 후보자들 사이에 남겨진 생채기는 심각한 후유증까지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의 선거도 그 범주, 그 정치시스템 안에서 변하지 않는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의 열기가 예전같지 않았던 데는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대형 이슈들도 한몫 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세기의 담판’이 지방선거의 크고작은 이슈들을 잠식해 버렸다. 말 그대로 블랙홀로 작용했다. 선거 하루 전까지 국민들을 TV 앞으로 이끌었던 것은 지방선거가 아니라 싱가폴의 멋진 휴양지에서 벌어진 북미정상회담이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유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보다 더 중요한 화두가 있을까마는 지방선거의 이슈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는 데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교육감이나 기초의원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깜깜이 선거’로 치러졌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회의원 재선거까지 포함하면 8개 선거가 한꺼번에 치러지다보니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풀뿌리 지방자치의 일꾼을 이리 소홀히 뽑아서야 되겠는가싶을 정도다. 투표를 마친 상당수 유권자들이 기초의원은 고사하고 교육감의 면면조차 모른 채 기표했다고 말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나마 기초의원은 정당을 보고 찍었지만 교육감은 그조차 없어 곤란했다는 하소연도 있다.
지방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방의 소(小)통령이라고 불리는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지방의원까지 어느 한 자리 소홀한 곳이 없다. 그런 지역의 일꾼을 뽑는 소중한 절차가 선거다. 지방의 리더 그들은 누구인지, 지방권력은 왜 중요한지, 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 속에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뒷받침돼야만 명실상부 축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정치는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이번 지방선거는 여실히 드러냈다. 유권자들의 민도는 충분히 성숙했는데, 정치인들이 이를 따르지 못하는 형국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전한다. 그에 앞서 열악한 정치환경 속에서도 현명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들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있어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는 또 발전할 수 있다.
정치권은 그들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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