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소촌 철길건널목 풍경

입력 2018.06.11. 17:39 수정 2018.06.12. 08:17 댓글 0개
김동하의 도시풍경 건축가
김동하의 도시 풍경 이야기 (6)

철도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도시를 거점으로 엮어서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쉬워졌다. 멀리 만 느껴지던 곳이 가까워지며, 장소의 이동이 용이한 교통수단의 발달은 지형의 변화를 가져왔다. 도시간의 거리 축척을 줄인 것이다. 최근 고속철도로 인해 지역과 수도권까지 2시간 권역으로 압축시키며, 전국토를 얽어 놓다 보니 이제는 어느 지역도 멀다는 느낌이 사그라든다.

광주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 새벽녘 서울역에 도착하던 시절에서, 이제는 이른 아침 기차에 오르면 수도권 출퇴근 시간에 도착하는 놀라운 속도를 이뤄냈다. 철도는 온갖 차량이 다니는 도로와 달리 궤도에서 오직 열차만이 지나므로 제 시간에 맞춰 도착하고, 같은 면적의 도로에 비해 월등한 이동 처리능력을 가진다. 또한 도심으로 접근성, 경유지 선택의 편리함과 여행의 맛을 곁들여 준다. 고속철도의 빠름은 물론 그만큼 경쟁력이 있지만, 속도에 따라 잃어버린 무언가가 있다. 대개가 속도와 기억은 반비례하여 속도를 잡으면 기억을 놓치곤 한다.

백여 년 전 호남선 개통이래로 오랜 기간 ‘송정리역’으로 불리며 지역의 관문이었던 광주송정역은 호남고속철도의 정차지로서 주요역으로 탈바꿈하며 광주역의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송정역과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이제는 폐역된 북송정역과 광주역으로 오가며 합류되는 지점에 소촌건널목이 있다. 도로망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 목포, 나주지역에서 광주로 많은 이들이 기차를 타고 지나던 곳이다. 송정공원과 마주하며 두 갈래로 나뉘어진 철로가 놓여있다. 열차는 도심을 관통하며 길다란 선로를 만들고 양편으로 다른 두 구역을 나눈다. 한편에는 광주송정간 상무대로가 기찻길과 나란히 도시의 축을 이루고, 이웃하는 다른 편에는 야트막한 언덕에 푸르름을 간직한 송정공원이 있다. 이 곳에 오르면 동네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제법 좋은 장소도 발견할 수 있다.

큰 도로에서 소촌마을 어귀로 들어가려면 철길건널목을 건너야 한다. 이 곳을 마주하다 보면 길게 꼬리를 물고 지나는 기차가 통과하는 짧은 순간이지만 모두가 멈춘다. ‘띠리리리’ 경보기의 신호음과 함께 안전막대가 내려오며, ‘잠시 후 열차가 통과하겠습니다. 안전선 안쪽에 정차해 주시기 바랍니다.’ 얼마 후면 이런 정겨운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된다. 지금 건널목은 입체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전국의 수 많은 건널목 사고예방과 교통정체 차원의 공사다. 앞으로는 선로 앞에 잠시 멈추지 않고 철길 아래로 곧바로 지나게 된다. 지하도를 관통하는 차량은 아래로, 그 상부에는 열차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쉼 없이 달려갈 것이다. 이 곳에서 철도청에서 은퇴하시고, 건널목 안내원으로 수년째 광주, 송정간 30회 셔틀기차를 포함해서 하루 60여 차례 오가는 열차의 짧은 통과시간 동안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계시던 분과 스치듯 몇 마디 얘기를 나누며 건널목을 지난다. 평행하게 늘어진 두 선로가 짝을 맞추며 끝없이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볼 수 있는 광경도 곧 사라질 것이다. 한쪽 편에 자리한 건널목 초소의 모습도, 차단기가 내릴 때 경계를 알리던 호각소리도. 긴 시간 동안 수 많은 이들의 사연을 싣고 달리던 기찻길과 마을을 오가며 건너던 이 장소의 풍경은 우리에게 추억으로 살찌우고, 도시의 편린으로 기억의 한 곳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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