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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김형號, 출항…리더십 논란·해외 부실 '첩첩산중'

입력 2018.06.11. 15:02 댓글 0개
【서울=뉴시스】 대우건설 김형 사장. 2018.06.08. (사진=대우건설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대우건설 김형 호(號)가 11일 오랜 산고 끝에 출항했다. 김 신임 사장은 막판에 불거진 노동조합의 반발을 정면돌파하며 거함의 지휘봉을 움켜쥐는 뚝심을 발휘했지만 그 여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강도 규제들이 쏟아지며 주택사업 부문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해외부문 또한 정치·경제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히며 일국의 소요와 불안이 빠르게 전이되는 등 경영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취임한 김 신임 사장이 풀어야 할 최대 현안은 ‘매각 정지 작업’으로 요약된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건설의 강점은 살리고 키우되, 약점은 보완해 수차례 무산된 매각의 기틀을 놓는 일이 김 사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오는 2020년을 매각시한으로 내건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주인찾기 작업은 국내외에서 예기치 않은 악재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며 그동안 번번이 실패한바 있다.

작년 말 '모로코 악재'가 불거지며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과의 '딜'이 올해 초 깨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호반건설은 당시 “내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우발 손실 등을 접하며 대우건설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며 우발 손실을 인수 포기의 배경으로 꼽은 바 있다.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 문제를 업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는 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발손실이란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 무슨 악재가 터질지 모른다는 업계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용어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이 이날 부임 후 집도할 대수술은 해외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이 해외에서 수주한 각종 공사의 진행상황을 비롯한 위험요인을 꼼꼼이 따지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 제2의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사태를 막는 것이 골자다. 그가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등 해외 사업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라는 점에서 이러한 작업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서울=뉴시스】 지난 2016년 12월 대우건설이 시공 중이던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자료제공 = 대우건설)

김 사장도 이날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일성으로 ▲재무안전성 개선과 ▲유연하고 효율적인 경영 시스템 구축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시절부터 대우건설의 발목을 잡아온 해외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대폭 끌어올리고, 꽉막힌 조직의 혈을 뚫는 등 체질도 근본적으로 바꿔 해외시장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악화일로를 걷는 경영환경에 대응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일도 온전히 김 사장의 몫이다. 대우건설 등 국내건설사들이 공을 들여온 국내 주택사업부문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흐름을 등에 업고 대거 수주한 주택 물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현정부 출범 이후 경영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대우건설은 전체 매출에서 주택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건설투자가 올해(-0.2%)부터 마이너스로 반전해 내년(-2.6%)까지 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OC예산이 주는 데다, 정부 규제로 주택시장 또한 움츠러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호를 떠받쳐온 양대 엔진 가운데 하나가 이상징후를 뚜렷이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해외 사업부문도 레드오션화 되고 있다. 지난해 말 불거진 모로코 사업 부실이 대표적인 실례다. 해외 공사는 과당 경쟁으로 저가 수주 관행이 만연한 데다, 청개구리 튀듯 예측하기 힘든 정치·경제 변수들이 얽혀 리스크 관리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바늘 하나 꼽기 힘든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어지럽게 얽혀 한 지역에서 타오른 불꽃이 언제, 어디로 옮겨 붙을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에서 불거진 신흥시장 위기설이 대표적 실례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우순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김형 신임 사장 내정자 철회 촉구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05.31. park7691@newsis.com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김 사장의 리더십 역량이다. 그가 과연 외부인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극복하고 조직의 화학적 융합을 이룰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대우건설인들의 마음을 사는 일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벌써부터 고개를 든다. 무엇보다, 3년 임기의 김 사장이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선도 강하다. 그가 대우건설 매각 정지작업에 올인하면서 역으로 해외 부문 등의 장기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낙하산 논란을 빚은 전임 박창민 사장 학습효과도 만만치 않다. 노동조합에서 김 사장 인선을 앞두고 막판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여러 가지 포석을 염두에 둔 차원으로 풀이된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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