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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 ‘산소길’…편백나무 숲길 걸으며 지친 몸과 마음 치유

입력 2014.04.28. 08:25 수정 2014.04.28. 09:13 댓글 0개
(16) 장성 축령산 자연휴양림


사랑방신문·광주매일신문·광주평화방송 공동기획
남도 힐링 명소를 찾아서

 ▲힘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걸어 보자. 혼자라도 좋고 곁에 누가 있어도 좋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대화를 나누어도 마냥 편안해지는 그 길. 편백나무 우거진 내 마음의 숲길로 떠나 보자.

 
모든 게 침울하다. 남녘 바다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온통 암울하다. 꽃봉오리 한 번 피우지 못하고 차가운 물 속에서 일주일 넘게 갇혀 있는 수백 명의 실종자들로 국민들은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정부는 이미 권위를 잃었고, 국민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허둥대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정신줄을 놓고 멍하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지친 심신을 달래고 다시 한 번 일어서려는 기운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라도, 또한 친구나 가족과 함께 일단 밖으로 나가 크게 심호흡을 해보자.


그곳이 숲길이라면 금상첨화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치유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터이다. 여기에 딱 맞는 장소가 있다. 함께 손 맞잡고 걷는 사이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로 제법 먼 길이 그리 지루하지 않게 되돌아와 있는 곳, 바로 장성 ‘금곡영화마을’과 그 뒷산인 ‘축령산 자연휴양림’이 오늘의 목적지이다.
 
‘영화 속 풍경’ 잠시 그 서정에 빠져들다
 
호남고속도로 백양사IC로 들어선 뒤 고창 방면으로 접어들어 비탈길을 달리다 보면 고창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석정삼거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안내 표지판을 따라 장성 방향으로 좌회전, 이리 꼬불 저리 꼬불 이어지는 길을 따르노라면 오른쪽으로 금곡마을을 알리는 안내판이 또 서 있다.


안내판을 따라 5분쯤 더 달려 산모퉁이를 돌면 마을이 눈앞에 펼쳐진다. 20여 가구쯤 되는 작은 집들이 울창한 수림에 둘러싸여 비탈을 이루고 앉아 있다.


금곡영화마을은 이 지역의 풍광에 반한 한국 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화제작 ‘태백산맥’을 이곳에서 촬영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후 인기드라마 ‘왕초’와 서정성이 돋보이는 영화 ‘내 마음의 풍금’ 등이 금곡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세상에 나왔다.


커다란 당산나무와 모정이 자리 잡은 입구에서 올려다본 마을은 조그마하지만 정겹다. 생활에 편리하도록 신식으로 개축한 집들도 있지만, 마을 맨 앞에 자리 잡은 몇 채의 초가집은 정말 어여쁘다.


조심스레 대문을 열고 들어선 안마당은 깔끔하다. 주인은 밭에 나갔는지, 인기척이 없고 대신 빨랫줄에 내걸린 옷가지들이 따스한 봄볕에 몸을 맡기고 해바라기하고 있다. 주인도 없는 빈집을 마냥 돌아다닐 수 없기에 대문에서만 서서 둘러보고 나온다.


마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냥 산골일 뿐이지, 딱 집어 흥미를 와락 끄는 것은 없다. 영화를 찍기 위한 마을이라기보다는 영화를 몇 편 찍었던, 아직 개발이 덜 된 산골마을이나 다름없다.


축령산을 배경 삼아 동향으로 자리 잡은 이 마을이 햇볕이 잘 들고 소음 차단이 완벽해 영화 촬영지로 최적지라는 ‘기술적’인 사실마저 모른다면 기대보다는 실망이 더 클 듯싶다. 그래도 마을 앞 논둑에 자리 잡고 있는 몇 개의 고인돌과 푸른빛을 띠기 시작한 비탈밭의 서정이 있기에 우리는 얼마 동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조림왕 임종국 선생이 선사한 축복과 행복

 
영화마을 뒤로 올라 아름드리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는 축령산 자연 휴양림으로 발길을 돌린다. 축령산은 노령의 지맥에 위치한 산으로 전남과 전북의 경계를 이룬 곳이다. 산길은 잘 다듬어져 있다. 곧바로 쭉쭉 뻗은 주위의 나무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니 싱그러운 공기가 가슴 가득 흠뻑 들어온다. 저절로 삼림욕이 될 것 같다. 눈 닿은 곳은 모두 나무만 있다. 마치 유럽풍의 잘 조림된 수림대가 눈앞에 펼쳐진 듯하다.


휴양림 입구에 서 있는 안내판이 숲을 간단하게 이야기해 준다. ‘22세기까지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된 이 숲은 독립운동가였던 춘원 임종국 선생이 6·25 전쟁이 끝난 1956년부터 30여 년이 넘게 삶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조성한 곳이다.

 

삼나무 62㏊, 편백 143㏊ 낙엽송과 여타 나무 55㏊를 순전히 손으로 직접 심은 전국 최대의 조림 성공지이다. 그동안 심은 나무가 253만 그루라 하니 그 노력과 열정이 경이로울 뿐, 어려움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의 노력 덕분에 779㏊의 편백나무와 삼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 향으로 인해 전국 최고의 삼림욕 장소로 각광받고 있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축령산에는 연평균 70만 명가량이 찾아와 자연을 즐기고 있다.


중간 중간엔 ‘치유의 숲’이 조성돼 있다. 하늘길, 산소길, 숲내음길, 건강길 등 테마별 치유의 숲길이 탐방객을 맞고 있다. 아울러 산림 치유와 이용객들을 위한 산림치유필드와 전망대, 쉼터, 편백칩로드, 습지데크 등의 편의시설도 갖췄다.


삼나무, 편백,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등 수령 40~50년생 숲이 바다를 이뤄 햇빛조차 들지 않는다. 가끔 주변에 천연림인 상수리, 졸참나무, 떡갈나무 등이 둘러싸고 있어 더욱 아름다운 대비를 이루고 있다.

 


숲 내음 맡으며 숲의 속삭임을 듣다
 
산길은 널찍하지만 우거진 숲 덕분에 햇볕이 내리쬐지는 않는다. 6·25로 벌거숭이가 된 민둥산에다 손수 나무를 심고, 가물면 직접 물을 길어다 날라 이처럼 울창한 수림을 만든 임종국 선생의 집념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반대쪽 입구가 나온다. 3~4㎞를 걸었지만 지루한 줄 모르겠다.


다시 처음 출발했던 자리로 되돌아온다. 어느새 온몸이 상큼하다. 마음도 산뜻하다.


<글 광주매일신문 정연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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