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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광풍' 로또 아파트, 진짜 로또 맞나?

입력 2018.06.08. 16:11 댓글 0개
계약금 20%, 초기 자금 부담 커
주상복합단지, 관리비 부담 고려해야
역세권 단지인만큼 주변 유흥시설 많아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최근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 아파트가 나오면서 '반값 아파트', '로또 아파트' 청약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고분양가를 막기 위해 주변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압박하자 역설적으로 분양 아파트를 청약 받을 경우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게 되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무리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분양을 받을지라도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하락할 수 있고, 분양권 전매 제한이나 양도세 중과 등의 규제가 남아 있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하남미사강변도시의 '미사역 파라곤'과 안양 평촌 '어바인 퍼스트'의 청약 결과가 발표됐다.

두 단지 모두 청약에 당첨되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돼 '로또 아파트'라는 별칭이 붙었다.

특히 지난달 31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미사역 파라곤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는 809가구(특별공급 제외) 분양에 무려 8만4875명이 신청해 평균 104.9대 1이라는 놀라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미사강변도시에서 분양한 마지막 민간 분양 아파트라 주변 인프라가 이미 완성된 상태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억∼4억 원 이상 저렴하자 수요자들이 몰린 것.

안양 평촌 어바인 퍼스트 역시 1192가구 일반분양에 총 5만8690명이 청약해 평균 49.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 역시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하고 청약비조정지역이라 세대주와 무관하게 1순위로 청약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몰렸다. 전매도 계약 후 6개월이면 가능하다.

이처럼 청약 시장에 '로또 아파트'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반드시 로또 아파트가 고수익의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사역 파라곤의 경우 계약 후 3년간 분양권 전매 금지돼 당첨 직후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 없다. 입주까지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면서 실제로 보유해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하남은 조정대상지역이라 1주택자라도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선 입주 후 2년간 실거주 해야 한다.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가 적용돼 시세 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무엇보다 미사역 파라곤은 다른 단지와 달리 계약금이 20%로 비중이 높고, 1차 중도금까지 내야하기 때문에 당장 현금이 없는 수요자의 경우 당첨되더라도 자금 부담이 상당하다. 계약금만 1억이 넘고 1차 중도금까지 더하면 1억6000~7000만원 이상이 초기에 들어간다.

통상 다른 분양 단지의 경우는 계약금 10%인 5000만원만 있으면 중도금 대출은 집단대출로 진행돼 따로 돈이 들지 않고 나중에 입주 때 잔금만 치르면 된다. 반면 미사역 파라곤은 2차부터 집단대출이 되기 때문에 초기 자금이 많이 든다.

평수도 인기가 많은 중소형이 아니라 대형평수라 전세 수요를 구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어 입주 잔금을 구하지 못하면 전세로 돌리기도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인근 단지에 비해 저렴해 주변 단지 시세 만큼 가격이 따라 올라갈 경우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돼 로또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있고 입주 시기때에는 9호선 미사역 개통이 늦어지거나 주변 아파트 시세가 떨어질 경우 기대만큼 프리미엄이 높지 않을 수도 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전매제한도 있고 양도세 세금도 안내려면 5년 이상 들고 있어야하는데 자금이 없는 수요자의 경우는 아무리 웃돈이 많이 붙더라도 금융비용을 감당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단지는 49평 이상의 대형 평수만 있는 단지라 청약통장에도 1000만원 이상 있어야 청약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미사역 파라곤과 더불어 힐스테이트 금정의 경우도 역과 바로 연결돼 있는 초 역세권 단지라 높은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

하지만 역에 붙어 있는 만큼 주변에 유흥시설과 상가 등이 많아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경우 교육이나 주거 환경에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다.

특히 금정역의 경우 아파트 단지 바로 반대편에는 술집, 노래방 등 유흥 문화가 발달돼 있는 번화가다. 인근에 공장 단지도 많아 아이들의 안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초등학교나 중학교도 역세권이라 인근에 있지 않고 약간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한다. 미사역 파라곤의 경우도 초등학교가 600m 이상 떨어져 있고 건널목을 건어야 한다.

또 이들 단지들은 주상복합 아파트라 관리비도 적지 않게 나온다. 통상 일반 아파트가 10~20만원 수준이면 이 단지들은 30~40만원 정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아파트 값이 단기간에 상승한 만큼 신혼부부나 30~40대의 경우 기존 중고 아파트 시장에 뛰어들기엔 부담이 큰 만큼 당분간은 이러한 신규 아파트 분양 단지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은 서울 신축아파트는 안전자산이라는 심리 때문에 앞으로도 높은 청약경쟁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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