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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시멘트의 메카, 쌍용양회 동해공장, '친환경'으로 재탄생

입력 2018.06.05. 00:00 댓글 0개
1000억 설비투자로 연간 270억원 절감
북평공장, 북한 5차례 시멘트 운송 경험
정부 규제로 시멘트 산업 위축 우려

【동해=뉴시스】김민기 기자 = "오는 8월 폐열발전설비가 본격 가동된다면 1년에 전력비를 270억원 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추대영 쌍용양회 동해공장장)

시멘트 업계에서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쌍용양회 동해공장. 올해 첫 31도가 넘은 뜨거운 날씨 속에도 쌍용양회 동해공장에 있는 1450도의 킬른(Kiln, 소성로)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돌고 있었다.

시멘트 생산설비의 핵심인 킬른은 시멘트의 원료가 되는 클링커를 생산하는 장비다. 쌍용양회는 여기서 발생하는 열을 다시 회수해 발전에 사용함으로써 전체 전력비를 줄여 원가 절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1일 방문한 쌍용양해 동해공장은 폐열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 마무리 중이었다. 현재 전체 공정률은 80%를 넘어섰고 7월 중순 첫 시험가동에 이어 오는 8월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날 만난 추대영 공장장은 이번 폐열발전 설비의 가동으로 인해 제조원가 절감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 등 1석2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공장장은 "쌍용양회 동해공장의 연간 전력비가 약 1000억원 가량 된다"면서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한 ESS(에너지 저장장치)설비와 폐열발전설비까지 정상 가동된다면 공장이 사용하는 전체 전력비의 30% 가량을 아낄 수 있다"고 전했다.

시멘트는 광산에서 생산된 석회석을 조쇄기에서 밤톨만한 크기고 부순 후 점토, 규석, 철광석 등과 일정한 비율로 혼합해 만들어진다. 혼합된 재료는 화장품 파우더와 같은 분말 형태로 분쇄되고 그 후 1450도에 달하는 킬른에 들어가 가열되면서 조약돌 형태의 시멘트 반재품인 클링커로 재탄생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멘트는 이 클링커에 석고 등을 첨가해 미세한 분말로 분쇄한 제품이다.

시멘트는 제조 원가가 가격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시멘트 업체들은 원가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 설치하는 폐열발전 설비도 이러한 원가 절감의 일환이다.

이번에 쌍용양회는 동해공장 7개의 킬른 중 6개 킬른에 11개 폐열회수 보일러 및 발전기를 설치한다. 총 43.5메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생산한다.

기존에는 킬른에서 사용되는 고온의 열이 소성공정을 거친 이후에는 평균 350도까지 떨어지면서 열원의 대부분을 대기에 그대로 배출했다. 하지만 폐열회수 보일러의 설치가 완료된 후에는 이 열원을 다시 회수해 발전기로 돌려 전력을 생산할 방침이다.

단순히 원가만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열을 재사용함으로써 화석연료를 줄여 약 30억원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추 공장장은 "폐열발전설비의 연간발전량은 약 28만MWh로 동해공장 전력사용량 84만MWh의 약 33%(257억원)를 대체한다"면서 "이 전력을 여름 피크시간대 사용하면 한전으로부터 기본요금을 추가로 할인 받아 약 13억원을 절감, 총 270억원 아낄 수 있다"고 전했다.

◇선제적 투자로 원가절감, 온실가스 감축에 힘써

쌍용양회 동해공장의 폐열발전사업은 대주주가 한앤컴퍼니로 바뀐 후 내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처음 승인한 대규모 투자공사다. 투자금액만 1000억원이 넘는다.

지난 4월 도입한 ESS설비 역시 22MWh로 국내 최대 규모다. 전력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심야시간에 전력을 충전해 전력비가 비싼 낮 시간에 대신 활용하는 장비로 KT가 설치를 맡았다. 하루에 약 1000만원에 달하는 전력비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국내 시멘트 기업은 최근 쌍용양회 동해공장처럼 친환경 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시멘트 기업은 석회석을 채굴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를 제조하면서 온실 가스를 발생시킨다는 오명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산공정 중 발생하는 배기가스량의 최소화부터 온실가스 발생량 감축까지 전 공정에 걸쳐 친환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해공장은 역시 최근 2년 동안 킬른 내부 온도를 높이고 일정하게 유지하는 킬른의 버너를 교체했다. 유연탄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저열량탄이나 페트콕(석유정제 부산물)과 같은 순환자원의 사용량도 늘렸다. 북평공장에서는 전력비 절감을 위해 원료를 케이크 형태로 만들어 주는 PGR(예비분쇄 설비)도 신규로 설치했다.

김창원 동해공장 생산기술팀장은 "지난 2년간의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최근 건설경기 하락에 따른 시멘트 판매량 급감과 계절적으로 비수기에 해당하는 1분기에 업계에서 유일하게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매년 강화되는 규제로 시멘트 산업 위축 우려

이처럼 시멘트업계가 친환경 설비 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경영환경은 관련 규제가 강화로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 이후 거래금액이 5월말 현재 톤 당 2만6000원에 육박하면서 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시멘트 생산량 1톤당 1000원을 부과하려는 지방세법 개정안의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개정안 통과시 연 500억원대 세부담이 예상된다.

제품 생산 과정에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대기배출 부과금 신설 관련 입법 예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배출허용기준이 기존 330ppm에서 내년부터 270ppm으로 대폭 강화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질소산화물(NOx)에 대해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관리하더라도 대기배출부과금을 내도록 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제출됐다. 이 법이 발효되면 시멘트업계는 매년 650억원의 부과금을 추가로 부담해야한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이미 질소산화물 최적방지시설(SNCR, 선택적비촉매환원설비)을 설치·운영하고 있어 더 이상의 추가 저감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남북 경협 기회 삼아 북한 수출 등 해외 시장 넓힐 것

쌍용양회는 국내 건설경기 하락, 정부의 각종 규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시멘트 수출을 통한 재고 관리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특히 쌍용양회 동해공장의 경우 동해항에 위치한 북평공장이 인접해 있어 시멘트 수출을 통한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

동해공장에서 생산된 클링커와 시멘트는 시멘트 전용선박의 접안과 적재가 가능한 시설을 갖춘 북평공장까지 약 8.4㎞에 달하는 컨베이어 벨트(해룡벨트)를 통해 이송된다. 연간 이송량은 약 800만톤이며 이중 3분의 2는 시멘트 전용선박을 통해 전국의 연안에 위치한 출하공장으로 이송된다.

시멘트는 중량물이라는 특성으로 물류비가 높은 편인데, 한 번에 1만톤 이상 대량 이송이 가능한 해상운송이 철도운송이나 육상운송에 비한다면 물류비가 훨씬 저렴하다.

나머지 3분의 1은 미국,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해외 각지로 수출된다. 지난해 북평공장을 통해 해외로 수출된 시멘트는 약 220만톤이며 국내 시멘트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북평공장은 과거 모두 5차례에 걸쳐 북한에 시멘트를 공급했던 국내 유일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94년 쌍용그룹 차원의 대북사업을 추진했었고 2002년에는 북한 경수로 사업에 참여했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경수로에 5종 시멘트 3만2000톤 공급하는 사업으로 동해항에서 신포항으로 운송했다.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 때 포장시멘트 1만2000톤(업계 전체 5만톤)을 공급했다. 2006년에는 연이어 발생한 수해지원에 포장시멘트 약 5만톤(업계 전체 10만톤)을 지원했다.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국내 최대 규모의 시멘트 생산시설을 갖춘 동해공장과 함께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멘트를 공급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서의 역할 수행도 기대되고 있다.

추대영 공장장은 "국내 시멘트업계 전체가 매년 수백억원의 투자를 통해 환경개선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 유럽과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면서 "산업 특성상 규제를 많이 받고 있지만 자원순환사회 구축에 기여하는 핵심 산업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정부가 어느 정도 이해를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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