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BTS와 빌보드

입력 2018.05.30. 15:02 수정 2018.05.30. 16:28 댓글 0개
박석호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장

‘빌보드’는 1894년 11월 1일 윌리엄 H. 도날드슨과 제임스 헤네건이 창간한 미국의 음악 잡지로, 1950년대 중반부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중음악의 인기 순위를 매주 발표하고 있다. 세계 대중음악시장에서 성공 척도로 여겨지는 지표인 ‘빌보드 차트’는 싱글 차트인 ‘빌보드 핫 100’과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으로 구분된다.

한국에서 ‘빌보드’라는 말은 1970년대 처음 나왔지만 최근까지 우리에게는 너무나 먼 메이저리그와 같았다. 1990년대까지 젊은이들은 노점상 리어카 스피커를 통해 빌보드 음악을 접하면서 조악하게 불법 복제된 최신 팝송과 국내 인기 가요 모음집을 구입했다. 이런 짝퉁 테이프를 파는 길거리 노점상과‘빌보드’를 합친 ‘길보드 차트’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국 가수의 ‘빌보드’ 도전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인공은 1953년 결성된 ‘김시스터즈’. 20여개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춤까지 선보이며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특히 1959년부터 14년 동안 미국 무대에서 활동했고 1962년 발표한 ‘찰리 브라운’은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40년 후 김범수는 ‘하루’를 영어로 리메이크한 곡으로 빌보드 ‘핫 싱글즈 세일즈’ 차트 51위에 올랐고 걸그룹 원더걸스는 ‘노바디’로 2009년 10월 ‘핫 100’에 첫 진입했다. 가수 보아는 2009년 3월 ‘보아’라는 앨범으로 ‘빌보드 200’에 첫 진입하는 한국 가수가 됐다. ‘빌보드’에서 가장 성공한 국내 가수는 싸이였다. 2012년 발표한 ‘강남스타일’은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기록했지만 끝내 1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온 ‘빌보드 장벽’이 지난 28일 7명의 한국 청년들에 의해 무너졌다.

아이돌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8일 발표한 정규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빌보드 200’ 정상에 등극했다. 한국 가요 100년 역사에서 누구도 이루지 못한 일을 해 냈다.

이번 쾌거는 K팝의 우수성을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문화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BTS의 경제적 가치는 1조원이 넘고 소속사인 빅히트의 기업 가치도 1조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웬만한 대기업의 매출에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최후의 승부처는 문화산업이다. 각 나라와 기업, 개인의 경쟁력은 문화산업에서 결정될 것이다”고 예언했다.

‘아시아 문화수도’를 꿈꾸는 광주. 빛고을에서 ‘BTS’와 같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문화콘텐츠상품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박석호 무등일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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