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이혼 어쩔수 없다면 잘 헤어지는 법도 연구하자

입력 2018.05.29. 16:44 수정 2018.05.29. 16:59 댓글 0개
조선희 법조칼럼 조선희 법률사무소 변호사

최근 통계청의 ‘2017년도 혼인·이혼 통계’결과는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낮은 행복지수를 보여주고 있다. 작년 한해 전체 이혼건수는 10만 6천 건으로 전년 대비 1.2%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전체 혼인 건수는 26만 건으로 전년대비 6%감소했다. 소폭 감소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높은 이혼율과 더 큰 폭으로 감소한 혼인건수는 우리사회의 가속화되는 가정해체 속도와 가족형성 공식 와해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필자는 법 공부를 하던 시절에 최소한 이혼을 부추기는 변호사는 되지 않으리라 다짐 했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을 지속 하는 것이 더 불행 할 수밖에 없는 부부들을 만나면서 어쩔수 없이 헤어질거라면 잘 헤어지는 방법을 조언하는 것도 의미있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불행을 멈추는 최선의 방법이 이혼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잘 헤어지는 법도 연구해야 한다. 필자가 의뢰인들로부터 여러 차례 받았던 질문들에 답하면서 이혼에 관한 고민에 머리를 맞대 보자.

▲의뢰인 A: 바람을 피운 배우자가 이혼을 원해도 제가 버티면 이혼 하지 않을 수 있나요?

우리 대법원은 일찍부터 원칙적으로 배우자 일방이 정조 등의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는(이러한 자를‘유책배우자라 한다) 그 상대방에게만 재판상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하고 혼인생활의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청구를 불허해왔다. 다만 대법원은 상대방 배우자도 오로지 보복적 감정에 사로잡혀 겉으로는 이혼에 불응하면서도 실제로는 이혼 의사가 명백한 경우 등 특별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유책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에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은 그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자신의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 일로 배우자와의 정상적인 혼인생활이 파탄 났고 자신도 보복하겠다는 감정만으로 이혼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이라면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 준다.

▲의뢰인 B: 혼인 중에 생긴 공동 채무도 이혼시 재산분할대상이 되나요?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소극 재산(채무)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필자도 공동생활을 위해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 채무가 있는 아내측을 대리해 채무분담을 요구하는 재산분할청구를 통해 법원으로부터 아내명의의 대출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라는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이혼을 앞두고 가계부채 때문에 고민하는 부부들이라면 이런 판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의뢰인 C: 혼인 전에 선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도 이혼시 재산분할대상이 되는 가요?

대법원은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이므로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법원들은 남편의 상속재산을 기초로 형성된 재산이라 하더라도 재산의 취득 및 유지에 처의 가사노동이 기여한 경우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보는가 하면, 40년 이상 혼인생활을 지속한 부부의 경우 오랜 혼인기간을 고려해 피고의 특유재산을 모두 분할대상재산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최근의 재판실무는 점차 부양적 요소의 비중을 높게 고려하는 추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자도 실제로 담당했던 이혼사건에서 법원이 남편이 혼인 전에 상속받은 10억 원대의 부동산에 대하여 혼인기간이 7년간 지속된 점과 자녀들을 양육하기로 한 아내에 대한 부양적 요소를 참작해 양육비와 별도로 아내에게 35% 정도의 재산분할을 인정하는 판결을 경험했다.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인간사가 모두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한때 부부의 연을 맺었던 사람이 전생의 원수였나 싶을 정도로 지옥 같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면 잘 헤어지는 법도 연구해야 한다. 쿨하게 헤어지는 것은 연속극에서나 가능하다. 일반 사람들이 헤어지는 경우 대부분이 원수로 헤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혼! 그리 권할 일은 아니지만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면 잘 헤어 지기라도 하자. 지금은 헤어지는 것도 연구하는 시대라는 것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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