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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기] '건설업종, 첩첩산중'…보유세·기준금리 '이중 악재'

입력 2018.05.27. 08:00 수정 2018.05.27. 14:13 댓글 0개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다들 너무 힘들어 한다. 현 정부가 다음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보는가?” 국내 건설사들의 이익단체인 대한건설협회 관계자가 지난 3월 기자를 만나 던진 질문이다. 남북정상이 지난달 27일 전격 회동해 철도 건설 등 경협을 공식화한 4·27 판문점 선언 전임을 감안해도 건설업종 종사자들이 현정부를 향해 느끼는 불신이 심상치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 대림산업을 비롯한 주요 건설업체들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급증 등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적 상승의 발목을 잡아온 해외 부실을 털어낸 데다, 사업 다각화 등이 결실을 낸 데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신DTI(총부채상환비율) 적용 등 고강도 규제가 꼬리를 물었지만,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주요 건설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 호전을 예상하는 증권사들의 보고서도 꼬리를 물고 있다. GS건설이 베트남 냐베 신도시 등 지난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중단된 해외 사업을 재개하는 등 해외 부문에서 1분기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주로 주택 사업 부문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갈 것이라는 내용이 주종을 이룬다.

하지만 주요 건설사들이 하반기에도 지난 1분기의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국내외에서 대형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며 업황이 안갯속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내외적으로는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인상, 국내에서는 보유세 강화. 예상치를 웃도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 등이 건설업계의 순항을 가로막는 이러한 변수들이다.

무엇보다, 올 하반기 건설업계가 직면한 최대 악재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통화 긴축 기조가 될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6월에 이어 하반기 중 금리를 한차례 더 인상하고, 한은도 하반기 중 금리를 한차례 더 올리면 그 여파는 국내 주식.채권 등 자본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앞서 작년 11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린 바 있다.

금리인상의 사정권에 놓일 영역은 국내 주택 부문이다. 금리 인상은 아파트를 비롯해 주택시장을 떠받쳐온 ‘유동성 장세’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빚을 끌어와 주식 사듯 집을 매집해온 갭 투자자는 물론 임대사업자, 실수요자들의 금융 비용을 높여 한계가구들의 시장 이탈을 부추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 규제의 융단폭격을 맞은 집값이 이미 조정기를 맞은 가운데 금융비용까지 높아지면 수요기반을 허물어 주택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유세 강화도 금리인상과 더불어 하반기 주택시장을 좌우할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보유세를 양극화 등 시장실패를 보완하고 한국경제의 효율을 높일 정의롭고도 친시장적인 세금으로 보고 재정개혁특위 주도로 개편작업을 하고 있다. 특위가 6.13 지방선거 이후 6~7월중 개편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은 현재 그 결과를 숨을 죽인 채 기다리고 있다. 보유세는 소득의 일부를 헐어 내야하는 이른바 장바구니 세금으로, 매매 차익의 일부를 납부하는 거래세와는 그 성격부터 판이해 개편 강도에 따라 그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보유세 개편안의 내용에 따라 하반기 주택시장의 움직임도 달라질 것”이라며 “보유세가 많이 오른다면 '팔자'로 선회하는 다주택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보유세 강화, 기준금리 인상은 건설업체들의 실적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하반기 가계의 ‘건설투자’, 기업의 설비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는 지출국민소득의 구성항목 중 하나로 통상적으로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을 새로 짓는 거주투자를 지칭한다. 세제, 금융 규제 강화의 여파로 건설투자에 제동이 걸리면 주택 건설이 정체되거나 줄며 건설사들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지난 4월 양도세 중과의 여파로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고 집값 상승폭 또한 꾸준히 주는 가운데 주택인허가 실적이 지난 2~3월 감소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건설사들이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볼 해외 시장의 여건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주요 건설사들이 주택.토목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공을 들여온 해외 사업부문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사정권에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의 온기는 아직 퍼져가고 있지 않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흥시장이 망가지면 베트남을 비롯한 동아시아 시장 공략의 고삐를 조여온 건설사들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요 건설사들은 이러한 동시다발적 악재에 맞서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 시공에 치우친 사업모델을 지양하고 ‘디벨로퍼’ 역량을 강화하는 등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시공은 물론 자금조달, 기획, 마케팅 등 프로젝트의 전부문을 담당하는 디벨로퍼의 역량을 강화해 위기의 파고를 헤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건설부문의 ‘골드만삭스’로 거듭나 위기를 정면돌파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지난달 남북 정상간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가시화된 남북경협에도 여전히 한줄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남북간 철도, 도로 연결 사업이 재개되고, 국제 기관들의 투자가 봇물을 이루는 북한판 마샬플랜 또한 가동된다면 국내 건설사들이 파고들 공간도 넓어진다는 판단에서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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