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北 풍계리 폐기식 예정대로…南 참관 불발로 끝나나

입력 2018.05.23. 05:44 댓글 0개
【베이징=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윌 리플리 CNN 기자가 풍계리 핵시설 폐쇄 행사 취재를 위해 22일 북한 원산으로 가는 고려항공을 탑승하기위해 베이징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18.05.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이 22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에 남측 언론의 참관을 거부했다. 그러나 북한이 '일기 조건'을 고려해 오는 23~25일 사이에 진행하겠다고 공지한 만큼, 23일 이후 육로를 이용하거나 직항로를 통해 막판에 방북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은 22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가는 고려항공 전세기에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언론사 취재단만 탑승시켰다.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측 방송·통신 취재단 8명은 북한 방문을 위한 비자를 받지 못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들은 23일 귀국할 계획이다.

북한이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5개국 언론사 기자를 초청하겠다고 발표하고, 이어 같은달 15일에는 남측 통신·방송사 기자 각 4명을 초청한다고 판문점 채널로 통지했음에도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탓이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남측 취재단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의 취재단은 이날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했으며, 이날은 원산의 한 호텔에 묵을 예정이다. 그리고 오는 23일 원산에서 기차를 타고 풍계리로 이동하게 된다.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식 관련 일정만 놓고 봤을 때 남측 취재단이 후발대로 합류하는 상황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동해선 육로를 이용할 경우 출입사무소에서 금강산을 거쳐 원산까지 가는 데 북측의 도로 사정을 감안해 5~6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측이 폐기식 일정을 사흘로 잡고 유동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남북 간 정치적 합의가 있을 경우 합류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측 언론을 초청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점도 남측 취재단의 합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관측이다. 우선 북측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 남북은 판문점선언 후속 이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열지 못할 정도로 진통을 겪고 있다.

북측은 이날 오전 판문점 채널 개시 통화에서 "지시받은 것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으며, 이날 오후 4시께 마감 통화를 하기까지도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도 또한 직접적인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 남북 양자 간에 진행되는 사안이 아닌 데다가 비자 발급 문제를 중국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에서 맡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신중하게 접근했다.

지난 21일 베이징에 도착한 남측 취재단은 비자 발급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북한대사관 방문을 계획했으나, 정부 당국은 판문점 채널을 통해 협의를 진행해보겠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남측 취재단은 이에 모처에서 대기했으나, 남북 연락채널은 오후 4시께의 마감 통화 이후 다음날 오전 개시 통화 때까지 가동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남측 취재단이 배제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북측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주목한다"고 평가했다. 남측 취재단의 참관과 관련해서는 논란을 키우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jikim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