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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미회담 연기 가능성 언급...문 대통령 '한반도운전자론' 고비

입력 2018.05.23. 05:28 댓글 0개
트럼프 돌출발언에 진화나선 文대통령
靑 "북미회담 바라보는 관점 문제···개최에 이견 없어"
【워싱턴(미국)=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2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05.23. amin2@newsis.com

【워싱턴D.C=뉴시스】김태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도중에 6월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회담 재검토 발언에 맞불을 놓은 차원으로 우선 풀이된다.

다만 정상회담 모두 발언 때 예상치 못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무게감이 결코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과의 한미 단독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봐야 될 것"이라며 "만일 그것이 열린다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고, 북한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지만 열리지 않는 것도 괜찮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모두 발언 전에 있었다는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은 사전에 의도된 발언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 맞대응 성격으로 북한의 태도변화에 계속해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상은 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북미 정상회담 재검토를 시사한 바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번째 중국 방문 이후 북한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 성격도 담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두 번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다음에 내가 보기에는 김 위원장의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에 대해서 나는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 초반부 모두 발언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를 확신한다는 발언에 무게를 실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미국 내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과거에 실패해 왔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비관한다면 역사의 발전같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의 극적인 대화와 긍정적인 상황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도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은 6월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논란이 되자 비공개 회담 때 북미 정상회담의 차질 없는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수준으로 마무리 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여러가지 논의가 있었다. 다만 (북한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대한 문제였기때문에 그 부분의 질문과 답변이 계속 이어졌다고 보면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도록 하자는 데에는 전혀 이견이 없고, 그 부분에 대한 평가의 문제에서는 서로 보는 관점이 조금은 다를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관점이지 이것이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를 '해야 된다, 안 해야 된다'라는 이견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이번 회담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문제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향후 북미회담에 대해 호흡을 맞춰가기 위한 점검차원에서 이뤄졌다. 큰 이견 없이 마무리된 것은 우리에게 큰 소득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북미 간 물밑 협상과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감안하면 그리 순탄치 않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북미회담 예정일인 6월12일까지 아직 시일이 남은만큼 이때까지 양측이 합의점을 도출해 낼 수도 있기는 하다. 순항하는 것 같았던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고비를 맞고 있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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