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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北, 풍계리 실험장 폐기 진짜 이유는 核정보 지우기"

입력 2018.05.22. 17:30 댓글 0개
美전문가 "핵무기 수준 등 추정할 수 있는 정보 사라질 것"
【서울=뉴시스】22일 관영 신화통신 국제판이 공개한 사진으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진이 북한 고려항공 JS622편에 탑승한 가운데 스튜어디스가 취재진의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날 남측 취재단을 제외한 취재단은 이날 오전 9시48분께 북한 고려항공기로 출발했다. 2018.05.22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하려는 진짜 이유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현장의 흔적들을 깡그리 지워 없애기 위한 조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수준과 규모, 핵무기에 들어있는 우라늄 및 플루토늄의 양, 핵실험에 사용된 장비 등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들을 모두 파기시키기 위한 조처라는 것이다.

북한은 핵 실험 중단의 투명성과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외신기자까지 초청한 자리에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그 속내는 살인현장의 흔적을 지우는 일과 똑같은 행위라는 것이다.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주장을 인용해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현장에 단 한명의 전문가도 초청받지 못했음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 35년 동안 에스토니아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핵무기 폐기작업과 화학무기 감독 업무를 해온 화학자인 셰릴 로퍼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풍계리 핵 실험장 터널 안으로 들어가 여러 가지 샘플들을 수거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지질학자와 함께 터널의 상태를 점검하고, 방사선 수치를 확인하고, 핵실험장 뒤쪽의 함몰상태 등을 조사하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그는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채취하는 이런 샘플들을 통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퍼는 “동위원소 측정을 통해 북한 핵장비의 디자인을 판별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이 만들고 있는 핵무기의 종류도 파악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북한의 핵무기에 들어갔는지 알 수도 있다. 그들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그들이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는지 등을 짐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정보는 미국이 북핵 협상을 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러시아, 중국 등 4개국 외신기자단이 22일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현장을 참관하기 위해 원산에 도착했다. CNN방송은 외신기자들이 먼 거리에서 핵 실험장 폐기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뿐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떠한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면서 실제로 풍계리 터널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고 전했다.

텍사스 주 앤젤로 주립대학의 정치학과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풍계리 핵 실험장의 폐기로 전문가들이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증거들이 사라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북한 군사 전문가인 벡톨 교수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풍계리 핵 실험장은 마치 살인 현장처럼 잘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추후 북한의 비핵화 검증을 위한 자료 확보를 위한 장소라는 것이다.

벡톨 교수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살인 현장에 당신이나 나 같은 사람들이 마구 짖밟고 돌아가니게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모든 핵 실험을 이곳에서 진행했다. 모든 핵무기 실험은 이곳에서 이뤄졌다. 만일 다른 어떤 사람들이 풍계리 터널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전문가들이 이를 볼 수 있게 한다면 이는 정보 선물 보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 실험장은 2006년 이후 6차례의 핵실험으로 인해 사실상 큰 쓸모가 없는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불과 몇 달 전까지 가동되던 시설로 여전히 사용가능한 시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풍계리 핵 실험장이 어떤 상태이든 여전히 정밀한 조사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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