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고흥과 인연 눈길

입력 2018.05.22. 17:26 수정 2018.05.22. 17:39 댓글 1개
소록도 간호사 지원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40년지기 말 없이 낚시하는 것만으로 서로에 위로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맏사위 윤관 블루벤처스 대표가 영정사진을 들고 구본준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친지, LG 계열사 임직원 100여명이 운구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일 타계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고흥과 인연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남모르게 소록도 병원 간호사들의 생활비를 지원하면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이다. 또한 평소 낚시에 일가견이 있었던 구 회장은 매년 가을 고흥을 방문해 바다낚시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소록도 할매 천사로 알려진 마리아네 스퇴거 간호사(84)와 마르가리타 피사레크(83) 간호사가 고향으로 돌아간 뒤 최저 수준의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생활비 지원을 제안했다.

스퇴거, 피사레크 두 간호사는 30~40년간 소록도에 머물며 한센병 환자를 돌봤다.

고인의 뜻을 전달받은 이들은 수차례 지원을 고사했지만 구 회장의 거듭된 설득으로 지원을 받기로 결정했다.

구 회장은 의사마저 접촉을 꺼리던 한센인을 밤낮으로 돌본 두 간호사의 봉사정신에 큰 감명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흥과의 인연은 이 뿐만 아니다.

구 회장은 1978년 바다낚시를 위해 고흥을 찾았다. 이후 40년간 매년 가을이면 고흥에서 바다낚시를 즐겼다.

40년간 바다낚시를 함께 해 온 김흥호(79)씨는 구 회장을 유머가 많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는 “아버지가 운영하셨던 여관에 구 회장이 머물면서 인연을 맺어 매년 가을 한차례씩 고흥을 다녀갔다”며 “그렇게 보내 온 세월이 40년이 됐다”고 구 회장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낚시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실력 또한 뛰어나서 대어를 낚는 일이 많았다”며 “단 둘이서만 바다낚시를 40년간 해왔는데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됐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의 고흥 방문은 지난해 10월이 마지막이었다.

김씨는 “매년 한차례 오시는데 지난해에는 9월과 10월 두 차례나 방문하셨다”며 “갑오징어를 좋아해서 좀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입원해 있어서 못 전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로는 6살이나 어린 동생이지만 4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내면서 의지가 많이 됐는데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현주기자 5151khj@hanmail.net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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