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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조리사, 세계의 요리를 탐하다...드케랑갈 '식탁의 길'

입력 2018.05.22. 10:23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51)의 소설 '식탁의 길'이 번역·출간됐다. 청년 요리사 '모로'의 성장기다.

프랑스의 쇠유 출판사가 역사학자 피에르 로장발롱과 공동으로 기획한 총서 '삶을 이야기하다' 중 한 권에 포함시킬 목적으로 드케랑갈에게 집필을 의뢰하면서 탄생했다.

청년 모로는 뒤늦게 요리의 길로 들어선다.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조리사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파리와 세계 곳곳의 레스토랑을 누비며 경험을 쌓아 간다.베를린의 케밥 가게, 파리의 전통 식당, 미슐랭 별을 단 호화 레스토랑, 태국과 미얀마 등 먼 타국에 있는 식당들에 이른다. 모로는 자전거를 타고 자유롭게 이곳에서 저곳으로, 식탁에서 식탁으로 교차하며 이동한다.

드케랑갈은 요리와 요리사의 삶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젊은 요리사 모로의 눈에 비친 요리의 세계를 정밀하고 생생하게 그렸다.

"여름 동안, 잔이 바로 그 현장에서 모로에게 보여 준 것은 예술가들의 얼렁뚱땅 요리, 모로가 알고 있는 요리, 각자의 역사가 뒤섞여 있는 친구들의 요리와는 전혀 딴판인 그 무엇이다. 잔은 모로를 다른 분야로, 생태주의의 영역으로, 대지의 자원이라는 영토로 이끈다. 이곳은 과일과 채소들, 그러니까 황금빛 배, 다이아몬드 호박, 이파리 달린 당근, 비프스테이크 토마토, 맛있는 뿌리채소들, 진보랏빛 개량종 가지, 그리고 파슬리, 샐비어, 쐐기풀 등의 야생초들로 이루어진 광대한 영역이다."

"처음부터, 모로는 마법의 공간이나 마찬가지이며 놀이터인 동시에 실험실인 부엌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불과 물을 사용해 보고 여러 가지 기계와 조리 도구를 작동시키다가 곧 몇 가지 변환을 다스릴 줄 알게 된다. 용해와 결정, 기화와 비등, 고체 상태에서 액체 상태로의 이행, 냉에서 온으로의 이행, 백에서 흑으로의 이행- 그리고 그 반대도-, 날것에서 익힌 것으로의 이행을. 부엌은 세계의 변모가 일어나는 무대이다. 그리하여 요리라는 행위는 정해진 법칙을 따르는 놀이와는 다른 것으로 빠르게 바뀐다. 그것은 사물에 대한 가르침이고, 화학과 감각의 모험이다."

드케랑갈은 프랑스 잡지 '텔레라마'와의 인터뷰에서 "이 주제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식사를 하던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마주친 '모로', 모로의 모델이 된 젊은 요리사와의 만남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후 드케랑갈은 그와 정기적으로 만나며 그의 삶을 취재했고, 그가 해준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다.또 레스토랑을 방문해 조리사들의 작업과 생생한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며 이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그것은 정말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작가로서도 그랬지만 개인으로서도 그랬어요."정혜용 옮김, 160쪽, 1만800원,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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