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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민의 다시보기, 홈런 아닌 수비였던 이유

입력 2018.05.21. 01:23 수정 2018.05.21. 09:49 댓글 0개

“선수는 영상을 얼마나 돌려 봤을까요”

김기태 KIA 감독은 19일 광주 SK전을 앞두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이 지목한 선수는 바로 팀의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는 최정민(29)이었다. 최정민은 18일 광주 SK전에서 옛 동료인 박종훈을 상대로 3회 솔로홈런을 쳐냈다. 이 홈런은 2012년 1군에 데뷔한 최정민의 개인 첫 홈런이었다.

영상으로 다시 돌려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김 감독도 많이 봤을 것이라는 짐작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짐작은 빗나갔다. 최정민은 19일 경기를 앞두고 “몇 번이나 돌려봤느냐”는 질문에 “홈런 장면은 별로 보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것보다는 아쉬웠던 수비 장면을 몇 번이고 다시 봤다”고 덧붙였다.

이날이 1군 첫 선발 중견수 출전이었던 최정민은 7회 김성현의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조금 모자랐다. 사실 시프트가 반대로 걸려 있었고, 거기까지 따라가 몸을 날린 것만 해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놓쳤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최정민은 그 장면이 계속 걸렸다. 최정민은 “‘어떻게 했으면 잡을 수 있었을까’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어쩌면 최정민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동아대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의 지명을 받은 최정민은 줄곧 내야수로 뛰었다. 발이 빠르고, 맞히는 능력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1군 벽을 뚫기는 만만치 않았다. 상승세를 탈 때 찾아온 부상도 아쉬웠다. 지난해 4월 SK와 KIA의 4대4 트레이드 당시 KIA로 이적했으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최정민은 “KIA는 선수층이 두꺼운 팀이다. 트레이드로 와서 팀 구성을 봤을 때, 내가 ‘어느 포지션, 어떤 상황에 나설 수 있겠다’라는 계산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불길한 직감은 현실이 됐다. 그때 팀은 내야와 외야 겸업을 제안했다. 조금이라도 더 활용폭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었다. 최정민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보는 게 맞았다. 아마추어 때도 많이 해보지 않은 외야 수비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런 최정민의 노력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부동의 중견수인 로저 버나디나의 부상을 틈타 기회를 잡았다. 지난 주말 SK전 3경기는 모두 선발 중견수로 나가 좋은 활약을 펼쳤다. 18일은 물론 20일에도 홈런 하나를 때리는 등 3경기에서 11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수비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이었다. 이제 KIA의 구상에는 ‘중견수 최정민’이라는 하나의 옵션이 추가됐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욕심은 없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1군 고정만 생각하고 있다. 최정민은 “나는 백업선수다. 내 역할에 대한 준비를 잘하는 것이 우선이다”면서 “팀이 어려울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뭐든지, 어디든지 결원이 생길 때 투입될 수 있도록 더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내·외야가 모두 가능하고 발이 빠르다는 점에서 앞으로 활용가치는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 KIA의 감초가 될 준비를 마쳐가고 있는 최정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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