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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퀸 작가' 노상균의 변신...'축광안료×지문'으로 발광

입력 2018.05.20. 12:18 수정 2018.05.29. 13:56 댓글 0개
갤러리시몬서 'Light of Lightness' 신작展
지인들 지문 화려한 반추상 작품으로 변신
【서울=뉴시스】 노상균 Light of Lightness, acrylic&phosphorescent pigment on canvas,194 x 259c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독특한 반추상적 화면이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발산하고 있다.

유기적이고 화려한 선들이 발광하듯 꿈틀거려 소용돌이 은하처럼 보인다.

작품은 알고보면 놀랍다. 바로 우리 손가락에 있는 '지문'이다.

빨간 인주묻혀 손도장 찍을때나 드러나는 지문의 아름다운 변신이다.

거대하게 커진 지문은 생명력 있는 발광체임을 자랑한다. 1분 간격으로 빛의 에너지 입자들을 뿜어내며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발산한다. 축광안료로 제작된 덕분이다.

서울 통의동 갤러리시몬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시퀸 작가' 노상균(59)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Light of Lightness(가벼움의 빛)' 개인전이다.

기존에 사용해오던 '물고기 비늘'을 연상시키는 플라스틱 장신구 ‘시퀸(Sequin·)에서 벗어나 지난 7년 간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신작전이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형광빛을 방출하는 성질의 물질인 ‘축광 안료’로 평면 회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또 다른 형식과 매체 실험 가능성을 제시한다. 작가는 1999년 제48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등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서울=뉴시스】 노상균, Particles, 2018, acrylic & phosphorescent pigment on canvas, 259 x 388 cm

1층 전시장 정면에는 작가와 지인들의 14개 지문들이 원의 형태와 푸른 색조로 담겨있다. 밝음과 어둠이 교차되는 환경 속에서 미지의 기운에 휩싸이듯 시공의 감각이 무뎌지게 한다. 현실과 비현실, 이성과 감각의 경계를 오가는 빛의 공간 속을 유영하며, 빛과 어둠, 음과 양의 존재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 시지각적 공간을 체험 하게 한다.

3층 전시실에서는 검정색 시퀸으로 느슨하게 몸을 감싼 부처의 좌불이 버티고 있다. 세상의 어떠한 격변에도 휘둘리지 않는 듯 정좌한 모습으로 고요한 울림을 자아낸다.

【서울=뉴시스】 Installation view of Light of Lightness_Gallery Simon_ 2018-23

이 작품은 작가의 마지막 시퀸 작품으로, 시퀸과 지문의 선들이 뒤섞인 과도기적 형태의 지문 드로잉, 새로운 축광안료 지문드로잉과 함께 전시되어 그의 축광작업으로의 변화를 가늠하게 한다.

시퀸 연작 이후 새로운 작업에 대해 오랜 기간 고심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영원히 지속될 듯 견고했던 시퀸의 표면을 가르는 균열의 배경과 탄생의 과정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노상균 개인전 '가벼움의 빛'(Light of Lightness)전이 갤러리시몬에서 7월 21일까지 열린다.

전통적인 예술의 아우라가 해체되고 자극적이고 장식적인 예술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노상균 작품은 평면의 입체화로 원초적인 감각의 결을 자극하고 상상의 엔진을 작동시킨다.

시퀸의 오래된 껍질을 벗고 '빛의 아우라'를 새롭게 자아내는 이번 노상균 개인전은 작가의 '지문같은 예술의 영혼'을 만나볼수 있다. 전시는 7월 21일까지. 무료.

hyun@newsis.com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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