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38년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상무관

입력 2018.05.17. 10:02 수정 2018.05.17. 10:34 댓글 0개
1980년 시민 주검 안치 공간, 추모와 미래의 공간으로
정영창 작가 ‘검은 하늘, 검은기억’ 추모 염원 담아

1980년 항쟁기간동안 계엄군의 총칼에 희생당한 광주시민들의 주검을 수습했던 구 전남도청앞 상무관이 18일 항쟁 38년만에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상무관은 5·18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상무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이날부터 시민과 광주를 찾는 대중들을 만난다.

‘상무관 프로젝트’는 독일 뒤셀도르프를 무대로 활동하는 정영창 작가가 시민들의 시체를 안치했던 상무관을 그 자초 추모 공간으로 삼았다. 가로 세로 8.5×2.5m 규모의 ‘검은 하늘, 검은 기억’이라는 초대형 추상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작품은 상무관을 가득채웠던 시민들의 주검이 자리했던 공간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가벽을 설치해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서 있다.

‘검은 하늘, 검은 기억’은 평화의 상징, 새싹, 희망의 의미를 담은 쌀을 검은 안료에 섞어 1년여 동안 덧칠하기를 반복해 만들어졌다. 반복이 자아낸 흐름과 물결이 상무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방향에 따라 그때 그때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낸다.

정영창 작가는 “‘1980년과 이후 광주시민들의 마음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내야할까’라는 질문과 주제는 평생의 과제이자 숙원이었다”며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공간 자체가 주인공이 되어야하고 작품도 함께 발언해야하는 무겁고 어려운 과제였다”고 설명한다.

그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높은 천장, 사방으로 뚫린 창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반면 너무 가깝지도 멀리 벗어나 있지도 않은 가벽에 자리한 대형 작품은 말없이 그렇게 서 있다. 나 여기 있소라고 과하게 소리치지 도 않는다.

단 하나의 작품으로 형상화된 ‘상무관 프로젝트’는 이처럼 ‘상무관’을 오롯이 ‘상무관’이게 하는데 그 뜻이 있다.

공간의 일 부분인 듯 말없는 작품은 문득 ‘통곡의 벽’으로 다가오기도, 묵직한 무게감으로 삶과 죽음을 묻기도한다. 한 톨 한 톨 쌀알이 뭉쳐 자아내는 카오스적인 물결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듯, 사라지는 듯한 두 개의 별이 아득하다.

정 작가는 대형화면에 두 개의 눈, 별을 숨겨 놓았다. 멀리서 보면 보이지 않거니와 가까이서도 쉬 찾아지지 않는다. 별처럼 반짝이는 두 개의 금박은 우주에서 찾는 인간의 존재에 관한 질문같기도 하다. 정 작가는 “별이고 음과 양을 상징하기고 한다”고 설명한다.

‘검은 하늘, 검은 기억’에 대해 광주비엔날레와 연계작업이 추진되는 등 지역에서 작품의 광주존치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상무관이 지닌 장소와 공간의 개념을 너무 상징적으로 잘 담아냈다”며 “지역사회 관련기관들과 함께 이 작품의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관계자도 “유족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과 함께 작품의 광주 존치 방안을 고민해 나갈 계획”이라며 “당분간 이곳에서 시민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영창 작가는 독일 뒤셀도르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로 독일 화단에서 신 사실주의 작가로 호평을 받고 있다. 뒤셀도르프 박물관을 비롯해 예나시립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등 미술관들이 작품을 소장하는 작가로 구상작가이면서 개념미술작가라는 평을 동시에 듣는다. 이번에 문을 연 상무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과정에서 원형보존이라는 숱한 논의를 거치며 최대한 원형이 보존된 형태로 재단장 돼 이번에 선을 보인다.

조덕진기자 mole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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