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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 과격진압으로 5·18 발발"

입력 2018.05.10. 16:48 수정 2018.05.10. 17:13 댓글 0개
5·18 발포 거부 순직 안 치안감 가족 유품 기증 기자회견
'악성 유언비어 배포 진압 명분 찾으려던 신군부 비판도'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 부인 전임순 여사가 10일 광주 동구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유품 기증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나의갑 5·18 기록관장이 안 치안감의 비망록을 공개하고 있다. 2018.05.10.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이 '신군부의 과격한 진압으로 5·18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비망록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안 치안감(전 전남도 경찰국장)의 부인 전임순 여사와 막내 아들 안호재 씨는 10일 광주 동구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치안감 비망록 원본(8장)과 계급·임명장 등 유품을 기증하며 이 같이 밝혔다.

전 여사와 안씨는 기자회견에서 "자택 장롱 밑에서 비망록을 발견했다"며 "1988년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9월 말~10월 초께 남몰래 쓴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10월10일 돌아가셨으니 사실상 유서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안 치안감은 전남도 경찰국장으로 재직했던 5·18 당시 광주시민의 안전과 희생을 우려해 시위 진압 경찰관의 무기 사용과 과잉 진압 금지를 지시했다.

이후 '신군부 지시에 불복했다'는 이유로 보안사령부로 연행돼 고초를 겪고 면직된 뒤 고문 후유증으로 투병하다 1988년 순직했다.

안 치안감은 비망록에 '신군부의 과격한 진압으로 빚어진 유혈사태, 악성 유언비어의 난무, 김대중씨의 구속'을 5·18 광주 항쟁 원인으로 기록했다.

또 '1980년 5월22일 옛 전남도청 앞에서 군의 과격한 진압에 항의하던 경찰국 과장이 군인에게 구타당함'이라고 적었다.

아울러 '무경찰 사태에서 강력 사건을 염려했으나 시민군에 의해 강력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치안도 유지함'이라고 적어 광주시민의 대동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데모 저지에 임하는 경찰 방침으로는 '절대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반 시민 피해 없도록할 것, 경찰봉 사용 유의(반말·욕설 엄금), 주동자 연행 시 지휘보고'이라고 기록했다.

시위 이후에는 '주동자 검거 등 중지, 군에게 인계받는 부상자에게 치료·식사 제공'이라는 지침을 강조하기도 했다.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 부인 전임순 여사가 10일 광주 동구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서 유품 기증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8.05.10. sdhdream@newsis.com

이 같은 기록을 본 나의갑 5·18기록과장은 "안 치안감이 과잉 진압의 명분을 찾으려던 신군부를 정확히 지적했다"고 평가했다.

신군부가 '광주시민 시위에 맞서 군도 불가피하게 일부 과격한 진압을 했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해 악성 유언비어를 배포했다는 설명이다.

나 기록관장은 5·18 당시 기자로서 취재했던 일화를 예로 들며 "80년 5월18일 전남대 학생들이 공수부대에 쫓겨 정문 앞에서 500m가량 물러나 있을 때, 상고머리를 한 청년이 시위대 무리로 다가왔다. 청년은 '박관현(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 연행돼 31사단 연병장에 쳐둔 철조망 안에 갇혀 있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은 5월18일 전남대 학생들이 '책가방에 돌멩이를 담아왔다'고 조작했다. 취재 당시 학생들이 정문 옆 상가 건축 공사장 길가에서 주워온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며 "5·18 기획설과 유언비어 생산자는 광주시민이 아닌 계엄군이다. 신군부가 '악성 유언비어 때문에 5·18이 커졌다'고 조작해 대응 논리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치안감의 막내 아들은 "아버지의 위민 정신이 광주 공직사회에 정착하길 바라는 차원에서 유품을 기증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해 11월16일 안 치안감을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하며 치안감으로 1계급 특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민들을 적으로 돌린 잔혹한 시절이었지만 안병하 치안감으로 인해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않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sdhdre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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