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미투 불길 다시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입력 2018.05.01. 17:34 수정 2018.05.01. 17:38 댓글 0개
김종귀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송훈)

거세게 타올랐던 미투(ME TOO)운동이 최근 주춤해졌다. 한 때는 어느 자리에서나 대화의 소재였다. 미투에 동참할 사건이 줄어서일까 아니면 남북화해분위기 등 굵직한 뉴스에 밀려서일까. 사회적 약자가 성(性)을 매개로 겪어야 하는 사안의 성격상 사건이 갑자기 해소되거나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성들이 대거 동참할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주춤하는 양상이다. 그 이유가 무얼까. 다시 훨훨 타오르게 할 방법은 없을까.

미투운동을 형사사법 관점에서 보면 일반형사절차와 다른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는 피해자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고소하기에 앞서 언론기관에 제보하여 보도케 하여 수사기관의 수사를 압박한다. 둘째는 언론기관 및 제보자의 명예훼손 형사책임을 사실상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론보도라는 강한 충격요법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강제하고 언론기관이나 제보자의 명예훼손 형사책임을 면제해주면서까지 미투운동을 보호하고 확산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마련되었다. 업무를 매개로 한 사회적 위계질서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자가 열등한 지위에 있는 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는 일반범죄나 일반성범죄와 다르게 다뤄야 할 긴급한 필요성 때문이다.

미투운동이 추진력을 잃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성범죄로부터 보호한다는 본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투운동의 두 번째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언론기관 및 제보자의 명예훼손 형사책임을 어디까지 덮어 둘 것인가다.

언론기관이 보도한 사실이 진실이라 해도 명예훼손이라는 형사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형법 등 우리 형사관련법의 기본 입장이다. 이 기본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서 불문에 붙인다는 것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설령 보도된 성범죄 가해사실이 진실인 경우에도 우리 형사사법시스템의 여러 지점과 충돌한다. 만약 보도된 사실이 진실이 아니고 허위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언론보도 아닌 고소장 접수 등 통상적인 방법에 의해 수사기관의 수사를 촉구하는 절차에서는 고소인에게 유무형의 압력이 가해진다. 무분별한 고소로 인해 범죄혐의자로 지목된 사람을 보호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수사력 낭비를 줄이려는 취지이다. 허위사실을 들어 고소하면 무고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이다. 고소인이 지적한 사실이 범죄를 구성하는지 고소인조사 등 증거자료를 수집하여 수사를 계속할 것인지 판단하고 설령 범죄혐의가 인정된다 해도 형사재판에 넘기기까지는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법원의 판결로 범죄사실이 확정되기까지는 범죄혐의자의 명예 등 인권을 보호해야 하기때문이다.

거세게 타올랐던 미투운동이 최근 한 풀 꺾인 것은 미투운동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안과 일반형사절차 테두리내에서 보호받아야 할 사안이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 점에서 찾고자 한다. 남녀 사이의 모든 성문제를 미투운동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기존의 통상적인 방식으로 풀어야 할 사안과 미투운동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을 구별해야만 평범한 남성들의 공감도 이끌어 낼 것이고 불필요한 남녀 대치국면을 피해갈 수 있다. 남성들의 공감을 받으며 피해여성들이 당당하게 미투운동에 동참할 터전이 마련된다. 미투운동이 짊어 져야 할 짐을 보다 가볍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투운동에 과부하(過負荷)가 걸렸을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미투운동외에는 보호받을 길이 없는 절박한 사람들이다.

미투운동은 업무상 위계질서속에서 발생한 성범죄에 국한해야 한다. 더 보태어 한 두 차례가 아니고 지속성 있는 성범죄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나무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가지치기를 제 때 해 주어야 하듯 미투 운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미투운동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영역을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일반형사절차와 충돌을 막고 이웃아저씨, 직장동료 등 평범한 남성들을 위축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날 때 미투 불길은 다시 한 번 훨훨 달아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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