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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마라도 사이, 사진가 유용예 가파도 해녀할망 품다

입력 2018.04.26. 16:03 수정 2018.04.26. 16:05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진가 유용예의 '섬 섬' 전시가 가파도에서 개막했다.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작가는 제주도 본섬과 마라도 사이의 작고 낮은 섬 가파도에 정착, 해녀들과 함께 숨 쉬고 물질하며 그들의 삶과 애환을 사진에 담고 있다. 나이 든 해녀들이 물질하는 얕은 바다를 뜻하는 '할망바다'를 주제로 여러 차례 전시와 출판도 했다.

작가는 물속에서 팔다리를 놀리며 떴다 잠겼다 하는 자맥질을 하는 해녀처럼 공기통 없이 숨을 참고 바다로 들어간다. 한 손에는 카메라, 다른 손에는 해녀가 자맥질을 할 때 가슴에 받쳐 몸을 뜨게 하는 뒤웅박인 테왁을 든다. 해녀 어멍(어머니), 할망(할머니)들과 함께한 지 벌써 6년째다.

전시는 가파도 마을회가 요청하고 지원했다. 청보리 축제 기간 상동포구, 하동마을 길과 담장 등 가파도 일대 야외에서 작가의 사진을 24시간 관람할 수 있다.

유용예는 처음 가파도 하동 포구에서 검푸른 바다를 눈에 가득 담은 해녀 할망과 마주쳤던 때를 떠올린다. 그 밤 할망은 살아온 삶과 바다 속의 내밀한 이야기를 작가에게 들려줬다. 할망은 작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살암시민 다 살아진다."

그날 유용예가 바다를 바라보며 떠올린 것은 죽음이다. 하지만 할망의 검고 탁한 눈동자 안에 반짝이며 가득 밀려오는 삶을 봤다. 그때부터 작가는 해녀 할망들과 그 바다가 알고 싶어졌다.

'호오이 호오이.'

가프고 마른 숨비 소리가 낮은 할망바다 위로 힘겨운 화음을 만들어냈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그토록 애절하게 토해낸 숨소리는 파도소리에 쓸려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숨을 참고 물밑으로 오가며 날마다 새로운 생을 건져 올린다.

물속을 오가길 수어 시간, 할망의 얼굴과 망사리 안은 진한 생명력으로 넘쳐난다. 해녀 할망은 그렇게 바다와 하나되고 작가는 그 익숙한 바다에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또 다른 바다를 마주한다. 할망은 내리는 물에 바다에 들어 물질을 하다가 들어오는 들물에 돌아 나오며 하루의 물질을 끝냈다.

할망을 따라 마을 안길로 돌아왔다. 돌담 너머, 검정 해녀복을 벗어 올린 할망은 그제야 팽팽한 긴장을 내려놓고 긴 한숨을 내뱉는다. 해녀의 삶이 제주의 바람 같다. 가만히 할망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섬을 감싸고 있는 처연하고 구슬픈 푸른 제주 바다가 가득하다.

바다가 사나우면 밭일을 하고 때가 되면 다시 또 바다를 빌리면 된다. 물이 들고 나고 하는 조화와 이치처럼 그녀들의 삶도 그렇게 흘러오고 흘러간다. 바다와 어울리거나 때로 맞서기도 하는 강직함과 바다에 묻어둔 인내와 용기는 섬을 감싸 안는 힘이며 유용예로 하여금 가파도를 늘 그리워하게 만드는 끌림이 됐다.

작가는 말한다. "내게 해녀 할망은 바다의 꽃이며 빛이다."

5월14일까지 전시한다. 가파도는 모슬포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40분까지 하루 12회 운항한다.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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