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테너 신상근, 뉴욕메트 공식데뷔···"동양인 로미오 역, 전례 없다"

입력 2018.04.25. 11:46 댓글 0개
신상근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테너 신상근(44)이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에 공식 데뷔했다.

메트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 따르면 신상근은 23일(현지시간) 메트에서 공연한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1818∼1893)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메트 정식 신고식을 치렀다.

무엇보다 백인 남성이 독점하다시피 하며 아시아인 성악가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주역인 '로미오'를 맡은 점이 특기할 만하다.

세계 3대 테너로 통하는 플라시도 도밍고(77)가 지휘봉을 들어 주목 받은 이날 공연은 메트 홈페이지와 미국의 온라인 라디오 채널 '시리어스XM'를 통해 생중계됐다. 5월12일까지 공연하는 작품의 개막날이었다.

공연에 앞서 메트는 트위터에 미국 테너 찰스 카스트로노보(43)를 대신해 안드레아 신이 로미오 역을 맡는다고 예고했다. 안드레아 신이 바로 신상근이다.

카스트로노보는 사전 연습 때부터 알레르기 등으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신상근이 지난주부터 무대 리허설과 오케스트라 리허설에 그를 대신해 로미오 역으로 올라갔고, 캐스팅 디렉터 등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극장장은 백인 유명 테너를 원해 또 다른 테너를 대기시켰다. 그러나 결국 신상근이 더 낫다고 판단, 최종 드레스 리허설에 그가 올랐고 본 공연까지 책임지게 됐다.

성황리에 공연을 끝내고 미국에서 전화를 받은 신상근은 "잘 모르겠다. 그냥 연습 한번 잘 끝낸 것 같다"며 웃었다. "원래 로미오 같은 배역을 동양인에게 잘 맡기지 않는다. 전례가 없다. 극장장으로서도 모험이었을 텐데 맡은 바 잘 해낸 거 같아 다행"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국내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상근은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꽤 알리고 있다. 한양대 출신으로 독일 칼스루에 바드 국립극장, 하노버 국립극장의 전속 솔리스트를 거쳤다. 국내에서는 국립오페라단의 '보리스 고두노프' '동백꽃 아가씨' '리골레토'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2015년말 메트 오디션 제안을 받았고 '라보엠'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 커버로 출연했다.

노래 실력뿐 아니라 텍스트 전달력도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그는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이 불어 공연이었음에도 객석과 원활하게 소통했다. 신상근은 "텍스트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문턱 높기로 유명한 메트는 입성 자체도 힘들지만, 그 문을 열었다고 다음 출연까지 보장 받을 수는 없다. 성악가들을 프리랜서 체제로 기용하기 때문이다. 매번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그간 메트 무대를 밟은 한국인 테너는 김우경, 이용훈, 김재형, 강요셉 등 소수다.

신상근은 "메트와 하반기에 스케줄을 조정 중인 작품이 있다"고 귀띔했다.

realpaper7@newsis.com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