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구역보다 지역을 먼저 보라

입력 2018.04.23. 17:08 수정 2018.04.23. 17:11 댓글 0개
박길수 경제인의창 홈컨 부동산리서치 대표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정적인 것을 추구한다. 자산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집을 살 때도 그동안 살았던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동구나 서구에 오랫동안 살았던 분들은 물 건너 수완지구 등으로 이사 가는 것을 꺼린다. 전원주택 등을 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동구에 사신 분들은 화순쪽에 관심이 많고, 북구에 사는 분들은 장성이나 담양에 관심이 많다. 상당한 재산을 보유한 분들의 자산활동도 비슷했다. 완도나 해남 순천 여수 등에서 사신 분들도 기껏해야 범위가 광주까지였다. 투자 활동의 범위가 대부분 우리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투자에 참고하기 위해서 최근 흥미로운 조사를 해 보았다. 1988년1월부터 2018년1월까지 30년동안 우리 지역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주택가격의 변화와 아파트가격의 변화를 조사해 보았다. 그리고 실구매력기준으로 비교해보기 위해서 물가지수도 동시에 살펴보았다.

광주의 경우 주택가격(아파트, 단독포함)이 1988년1월 기준으로 100이라면 30년이 지난 2018년1월 기준으로 184였다. 약1.8배가 올랐다. 88년에 1억원 주택이 평균적으로 1억8000만원이 되었다는 뜻이다. 주택중에서 단독주택만 보면 104였다. 거의 변화가 없었다. 6대 광역시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꼴찌였다. 광주의 경우 아파트거주율이 70%를 넘어섰기 때문에 아파트만 별도로 산정해보니 288이 되었다. 30년전 1억원 아파트가 2억8800만원이 되었다는 뜻이다.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전국에 있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432가 되었다. 약 4,3배 올랐다. 광주에 비해서 평균적으로 1.5배가 더 올랐다. 서울의 아파트는 511이 되었다. 약 5배가 올랐다. 서울 중에서도 강남의 아파트는 600으로 30년동안 6배가 올랐다. 2억짜리 아파트가 12억원이 되었다는 뜻이다.

극단적으로 비교했을 때 30년전에 광주에 2억원짜리 고급 단독주택을 매입해서 살던 사람과 강남에 2억원짜리 아파트를 사서 살았던 분은 30년이 지난 현재 광주는 2억800만원, 강남 아파트는 12억원이 되어 약 10억원의 갭이 생겼다.

물가를 감안하여 실질적인 구매력으로 계산하면 어떻게 되었을까.

소비자물가지수는 88년1월을 100으로 했을 때, 30년이 지난 현재는 291이었다. 약2.9배가 올랐다는 뜻이다. 광주의 아파트가 2.8배 올라서 그나마 위안으로 삼았는데 물가는 2.9배가 올랐으니 구매력으로 따지면 오히려 자산이 줄어든 것이다. 하물며 단독주택에 사신 분들은 구매력으로 계산하면 자산이 평균적으로 1/3로 줄어든 것이다. 30~40년전 시골에 40~50마지기이상 논을 소유했던 부농들이 자연스럽게 몰락한 이유와 비슷하다.

앞으로 또 한 세대(30년)후에는 우리 지역민들과 타지역민의 차이가 어떻게 변해있을까.

누구나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다. 다른 자산 활동을 할 시간도 돈도 없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지인 중에 한 사람은 빚을 극도로 두려워하여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모 임대아파트에 보증금만 내 상태로 살고 있었다. 지금은 저금으로 약간의 돈을 모았고, 또 한 지인은 비슷한 규모로 시작하여 융자안고 새 아파트를 사서 입주하고, 2~ 3년마다 한번씩 새 아파트로 이사를 다녔다(1가구 1주택으로 2년이 지나면 양도세가 면제된다). 둘다 동일한 일을 하고 있어서 소득은 비슷하지만 자산차이는 크게 생겼다.

만약에 우리 지역에서는 전세로 살고, 동일한 방법으로 수도권 유망아파트를 매입하고 되팔기를 반복했다면 추가로 몇 배는 더 불어났을 것이다.

최근 부동산 정책 중 일부는 이해하기 어렵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보증하지 않는다. 유망 지역은 대부분 해당 지역민이 아니면 청약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담보범위와 별개로 소득에 따라 대출을 규제하여 접근조차 어렵게 하기도 한다. 특정 지역민, 특정 계층에게는 현재에 안분지족하면서 살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지난 30년의 데이터가 말해 주듯이 내 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 등 유망 지역에 사는 분들은 다른 신경 쓸 필요가 없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우리 지역에 사는 분들은 자산 활동에도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소한 내 창고의 치즈가 나도 모르게 없어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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