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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박지성이 왜 자기를 안 뽑았냐고 원망하네요"

입력 2018.04.22. 20:12 수정 2018.04.23. 06:02 댓글 0개
박항서 감독에게 꽃다발 전달

【수원=뉴시스】권혁진 기자 = 한국과 베트남의 2018 수원JS컵 마지막 경기가 열린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전반 중반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본부석에 등장하자 베트남 팬들은 마치 득점이 터진 듯 일제히 환호했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박 감독은 이날 하프타임 때 직접 그라운드로 나와 팬들과 만났다.

어린 선수들을 응원하러 온 베트남팬들은 때 아닌 박 감독의 등장에 함성으로 화답했다. 최소한 이날만큼은 대회를 주관한 박지성 JS파운데이션 이사장의 인기가 부럽지 않았다.

전반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U-19 대표팀은) 내가 가르치는 팀은 아니지만 한국, 모로코, 멕시코 등 강팀을 경험한다는 것만으로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평소 19세팀을 잘 볼 수 없는데 이번 기회에 3경기를 볼 수 있어 (초청해 준) 박지성 재단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변방에 머물던 베트남은 박 감독의 주도 아래 조금씩 중심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멕시코에 0-4로 대패했지만 모로코와 1-1로 비기며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의 단점은 축구 강국과 붙으면 위축된다는 것이다. 멕시코와 첫 경기에서도 실수가 많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됐다"면서 "하지만 정신력은 굉장히 강하다. 부상자가 많은데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있더라"고 흐뭇해했다.

박 감독은 박지성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그라운드에 시선을 고정하면서도 금세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박 감독은 "박지성 이사장이 수원공고 출신인데 그때 내가 수원 삼성의 2군 코치였다. 박지성이 '그때 왜 나를 우선지명을 안 했느냐'고 원망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런 것이 아니라고 했다"고 웃었다. 당시 연고지 프로팀인 수원의 지명을 받지 못한 박지성은 명지대 진학을 택했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가 끝난 뒤 베트남으로 돌아가 대표팀 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다. 8월로 예정된 아시안게임과 스즈키컵, 내년 아시안컵 등 놓인 일정이 빡빡하다.

"당연히 부담이 커졌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고 털어놓은 박 감독은 "성실하게 했던 그대로 하겠다. 결과는 몰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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