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댓글과 눈팅

입력 2018.04.22. 17:45 수정 2018.04.22. 17:47 댓글 0개
양기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손안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모바일 시대를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기계치가 아니더라도 SNS 상에서 이뤄지는 활동이 많아지고 다양해지면서 적응하기 어렵다.

친구들 소식은 물론이고 청첩장, 동창회 모임, 부모님 부고가 SNS으로 오가는 것은 오래됐다.

아침에 눈뜨면 자동으로 모바일 기기로 손이 간다. 밤새 들어온 뉴스를 훑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중학교 동창생이 매일 보내주는 간추린 뉴스는 빠짐없이 읽는다.

그 중에서 관심 가는 기사가 발견되면 일부러 포털에 들어가 검색하기도 한다.

회사 동료가 보내주는 사진 한 장은 찰나간의 명상에 빠지게도 만든다.

단체 톡에 올라온 지인들의 생일 소식에 꽃 사진이나 하트를 날리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기상한 뒤 30여 분 이상을 매일 모바일 기기와 보내고 있다.

매일 모바일 기기를 끼고 살고 있지만 SNS 상의 활동은 소극적이다.

댓글은 달지 않고 피드백도 주고받지 않는다. 소위 눈팅만 하고 있다.

친구 생일에 하트 하나 날리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SNS활동을 하지 않는다.

SNS에 소극적인 이유는 따로 없다.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해 딱히 나서기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댓글이나 SNS 활동은 적절한 시점에 대답이나 피드백이 필요한데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사안 마다 알맞은 표현이나 감정 표출에 자신감도 없어서다. 더욱 잘못된 표현이나 말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논리적인 대화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들과의 가벼운 채팅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누군가는 댓글은 심리적 배설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누군가는 내적 욕망의 분출구로 해석하기도 한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민주주의 근간이다. 댓글을 다는 것은 자유다. 문제는 악의적인 댓글이며 조작이다.

댓글로 나라가 시끄럽다. 민주당원이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 조작을 일삼다 사법기관에 체포된 것을 가지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하는 여당 의원이 댓글 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자 야당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으르렁거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대선에도 댓글 공작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5년 전 박근혜 정부 때 드러났던 국정원의 댓글 공작 사건을 잊은 듯하다. 그 사건으로 최고 정보기관 수장은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는데도 말이다.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다. 정치적으로 악용된 대표적 사례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가 한창 때인 지금도 댓글의 유혹은 넘치고 있다.

악의적 댓글이나 조작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 댓글 조작없는 세상이 올까?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어 쉽지는 않을 듯 싶다. 그래도 악의적 댓글 보다 건전한 댓글이 많아지는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

양 기 생 정치부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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