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우리는 지금 행복할까?

입력 2018.04.22. 16:29 수정 2018.04.22. 16:34 댓글 0개
손정연 아침시평 언론인/전 한국언론재단 이사

“옛날에 대춘(大椿)이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팔천년을 봄으로 삼고, 팔천년을 가을로 삼았다.”

봄, 가을의 시기만 1만 6천년이나 되는 대춘나무 얘기는 장자 ‘소요유’편에 나온다. 사람들이 8백년을 산 팽조를 장수한 사람이라며 부러워하자 “그게 무슨 얘기 거리나 되느냐”며 비웃는 내용이다. 과장법이라지만 이만저만한 비약이 아니다.

장자는 이처럼 입이 쩍 벌어지는 우화를 통해 우리들에게 “인생이란 말이야…”하고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하지마라고 얘기한다.

요즘 인기 있는 ‘효리네 민박’ TV프로그램을 보면 소소한 재미가 있다. 중심이 되는 이효리, 김상순 부부와 민박집을 찾는 여행객들 사이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알콩달콩 하다. 프로그램에 대해 이런 저런 평가와 얘기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박자들이 하나같이 좋아하는 표정을 보면서 “행복이란 뭘까? 오늘의 한국인들은 행복할까?”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한국인의 고독지수가 100점 만점에 78점이라는 평가가 최근 나왔다. “설마 그 정도나?” 괜스레 의심까지 든다. 바로 내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사회병리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내용이다.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한국임상심리학회가 소속 회원 심리학자 317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고독지수’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나타난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다. 개인주의(62%), 계층간 대립(54.6%), 경제 불황(48%), 가치관 혼란(45%)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울증이니 자살, 고독사, 일 중독, 악성 댓글, 혐오 범죄 등이 모두 이 고독감으로부터 발생하는 사회 문제들이 아니던가.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껭은 일찍이 사례연구를 통해 개인의 고립화, 사회가 원자화 될수록 자살률이 증가함을 밝혔다. 그동안 지탱해온 삶의 가치관이 소용없어질 때, 행할 가치나 추구할 가치가 찾아지지 않아 상황 적응이 안 될 때도 ‘아노미적 자살’이 나타난다. 삶과 사회질서 사이에 사는 이유가 되는 ‘가치 합의’ 갭이 클수록 위험지수는 높아진다.

그러고 보면 ‘효리네 민박’집을 찾는 여행객들 웃음 속에서도 ‘고독한 웃음’이 숨어 있지 않을까싶다.

서울여대 주창윤 교수가 쓴 ‘허기사회-한국인은 지금 어떤 마음이 고픈가’는 우리사회 내의 SNS 앓이라는 ‘과잉 연결’ 현상을 진단하고 있다. 오늘의 우리사회 SNS 열풍은 고독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하나의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과잉 연결은 불안으로부터 탈주를 의미하며, 관계 과잉은 관계의 결핍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그의 해석이다.

고독한 불안으로부터 탈주하기 위해 SNS로 출구를 찾는 한국사회. 그렇다면 누가, 어느 부류가 가장 열심히 SNS 앓이를 할까?

정치인들에게 먼저 눈이 간다. 속보성 언론 뉴스 대부분이 이들 유명 정치인들의 SNS 상에 올려진 글들이 소스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치집단 내에서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가장 열심히 문자판을 두드려대는 것 같다. 그로부터 끊임없이 기사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일까, 아니면 마음의 불안에서 나온 결과물일까?

정치권력의 속물성은 늘 불안을 껴안고 살아간다고 얘기들 한다. 유권자들의 눈에서 사라지기 않기 위해서, 손에 잡은 권력을 지속 가능하고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선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늘 불안하다는 것이다.

앞서 쓴 칼럼 ‘철학이 없는 사회’(3월 12일 아침시평)에서 인용한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의 한국사회 ‘불안 요인’ 분석은 그래서 다시 되돌아보아진다. 우리 사회가 물질욕에 함몰된 것은 이념적 대립이나 정치, 제도에 대한 낮은 신뢰가 키워온 ‘불안’때문이라는 그의 분석은 매우 아픈 우리 현실이다. “정치가 문제야!” 하루 이틀 듣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삶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정상회담이 4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정국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드루킹 사건, 김기식 금감원장 사퇴 등 이슈마다 공방이 시끄럽다.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이 없는 정치는 위험하다. 국민들을 불안으로 내몰고 행복권을 빼앗는 정치는 더욱 위험하다.

낮은 신뢰 정치, 국민의 고민만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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