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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우리나라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광역재난방재 대책 등 시급

입력 2018.04.20. 06:30 댓글 0개
우리나라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수년 새 한반도에서도 지진이 끊이지 않고 발생해 시민들이 '지진공포' 속에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특히 부산시민들과 포항시민들은 지진 위기감을 체험한 뒤 작은 진동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등 지진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 9월 인근 경주에서 국내 지진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 5.8의 강진 발생 후 작년 11월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한 여진이 발생하는 등 지금까지 규모 2.0 이상의 여진도 200회 가까이 지속되면서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부터 1998년까지는 연평균 19.2회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1999년부터 2016년까지는 연평균 58.9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계가 현대화되어 탐지 능력이 좋아진 이유도 있겠지만 한반도 전역에서 지진활동이 부쩍 활발해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진 공포까지 겹쳐 잠을 설치는 수면장애 환자까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경주 강진 발생 후 여진이 20개월이나 지속되면서 또 다른 강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반도는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지진 안전지대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지진 규모가 점차 커지고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상청이 발간한 '2017 지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와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총 223회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252회)보다는 적지만 디지털 관측 기간(1999∼2016년) 평균(58.9회)과 비교했을 때는 약 3.8배 많다. 규모 3.0이상의 지진은 총 19회로 평균(10.8회)보다 2배가까이 되고, 사람이 지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지진도 98회로 평균(11.3회)보다 8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등을 계기로 한반도 남동부지역의 지각 내에 복잡한 응력장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인다”며 “응력이 추가된 지역에 위치하는 활성단층 내에 기존 누적된 응력량에 따라 추가로 중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시 모니터링을 하면서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옛 역사문헌에 기록된 가장 규모가 큰 지진도 경주에서 발생했다. 기상청의 '한반도 역사지진 기록(2년~1904년)'에 따르면 신라 혜공왕 15년(779년) 3월 경주에서 큰 지진(진도 6.7 규모로 추정)이 발생해 가옥이 무너지고 1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부산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 공동 추진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진 한반도에 위험 경고등이 켜지면서 지진 방재 대책과 모니터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은 강진이 발생할 경우 지진 피해보다 핵발전소가 밀집한 고리원전 등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 등 더 큰 2차 피해가 위협이 되고 있다.

지진은 예측이 매우 힘들다. 원전과 방폐장의 내진설계 범위인 7.0이상 규모를 넘어서면 사실상 대응방법이 없다.

원전밀집도 국내 1위인 부산은 울산·경남 등 피해 반경 내 인구 380만명이 거주하고 양산단층대의 주요 단층인 양산단층·동래단층·일광단층이 가로지르고 있다. 따라서 지진에 대한 연구와 대비는 시민의 생존권과 직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생명 보호와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방재 대책이 시급하다.

부산시는 양산시와 부산대·부경대·한국해양대 등 국립대학연합과 공동으로 지난 11일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부산대 양산캠퍼스 산학협력단지(10만㎡)를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유력 후보지로 선정, 본격 추진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송교욱 연구위원은 "부산은 지질·지형·지역적 조건이 지진에 취약하고 원전 밀집도가 높은데다 인구·산업·시설물이 밀집해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위험이 최대가 될 것"이라며 "지진 진앙지인 부산권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을 설립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달 초 한반도에서 지진을 일으키는 원인 조사를 위해 '한반도 지하 단층·속도 구조 통합 모델 개발 사업' 에 착수했다. 지진파를 변형·증폭시키는 지구 내부 구조를 분석해 단층·속도 구조 통합 모델을 제시하고 지진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작은 규모의 지진까지 정밀 분석 하고 지진을 유발하는 지진단층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재난방재체계와 광역재난방재 대책도 추진

부산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국회의원, ㈔시민정책공방도 최근 수요토론회를 통해 ‘부산지역 재난방재체계와 광역재난방재거점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부산은 원전이 밀집해 있고 선박·비행기·철도·지하철 등의 교통시설이 많은데다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과 가파른 경사진 곳에 아파트와 주택이 많아서 지진이나 산사태 등에 취약한 도시 특성을 감안, 재난방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고리원전에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운대와 광안리 등을 포함해 고리원전 반경 30㎞에 살고 있는 부산·울산지역 340만 명이 피난이주를 해야 할 최악의 사태도 우려된다.

원전 사고 등이 발생하면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앉아서 대 재앙을 감당해야 할 끔찍한 상황도 우려된다. ‘설마’라고 할지 모르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동의대 김유창 교수(인간·시스템디자인 공학과)는 ‘원전사고에 대한 부산지역 재난방재 체계의 문제점과 대책’ 주제 발표에서 고리원전 사고와 관련 “방사선비상계획구역(긴급보호조치구역)을 반경 30㎞로 설정해 원전 사고때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면서 주민구호와 방호물품 관리를 할 광역방재거점센터 구축 등 방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경대 최재욱 교수(소방공학과)도 “부산은 고층건물이 많고 고리원전과 바다 등을 끼고 있어서 자연재난과 사회적인 재난 위험성이 더 많다”며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고층건물이나 지하공간에 대한 재난대응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지진대응 매뉴얼과 함께 방사능 유출사고에 대비한 재난대응시스템 구축과 교육과 훈련이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 지진 발생 전후의 정보 공유와 재난대응시스템을 즉각 가동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부산대 정주철 교수(도시공학과)는 “지진 등 재해나 고리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도시공원의 재난대응 기능을 강화해 재난대응거점센터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고 “지진이나 대형 재난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 긴급보호조치구역내 주민들에게는 방독면 보급 및 비방사성요오드(요오드화칼슘제제) 공급 등 긴급 방제요령을 교육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훈련 해야 한다”고 말했다.

hera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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