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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리, 판소리 춘향가 완창 카운트다운…귀 씻으러 가자

입력 2018.04.18. 09:39 댓글 0개
박애리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전통 음악의 길은 외롭다. 하지만 적정한 타이밍을 알고 균형 감각을 갖추면 든든한 우군들이 생겨난다. 스타 소리꾼 박애리(41) 얘기다.

'국악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박애리가 21일 오후 3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리는 국립창극단 '완창 판소리'에서 김세종제 '춘향가'를 들려준다. 생애 첫 완창 판소리다. 한 대목도 생략하지 않고 6시간동안 다 부른다.

'국악 보편화'와 '판소리 완창', 그 사이 줄타기는 아슬아슬하지 않다. 두 가지를 향한 박애리의 확고한 마음, 두 분야에서 그녀를 지지하는 믿음이 맞물린 결과다.

드라마 '대장금' 주제가 '오나라'로 박애리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면, 한편에서는 200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로 선정됐고 국립창극단 '아비, 방연'의 작창을 맡은 박애리를 간직하는 이들도 있다.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남편인 댄서 팝핀현준(39)과 함께 꾸민 무대로 호평을 듣는 등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그녀는 종종 "완창을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물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 완창을 몇 번이나 배웠어요. 저희 쪽 말로는 '소리를 닦는다'고 하죠. 한번 배운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윤이 나도록 닦아야 하는 거죠.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소리로 완창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현재 본인이 갖고 있는 소리로 완창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큰 공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체로 귀한 자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박애리가 30대에 부르는 소리, 40대에 부르는 소리, 50대에 부르는 소리에 점점 삶의 깊이가 더해져서 곰삭고 연륜이 생겼으면 해요."

김세종제 '춘향가'는 격조 있고, 노랫말로 소리를 잘 그려냈다는 평을 듣는다. 전남 목포 출신인 박애리는 고향에서 명창 안애란, 서울로 올라온 뒤 명창 성우향에게 춘향가를 사사했다. 그렇게 스승들에게 배우면서 '더늠', 즉 창자가 사설과 음악 등을 새롭게 짜 넣은 소리 대목 등을 넣어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었다.

박애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스승님들이 일상에서 해주신 말씀 하나하나를 떠올리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모든 소리에 힘을 주지 말라는 말씀이 제일 남아 있어요. 흘려보내야 할 대목은 흘려보내고, 야무지게 해내야 하는 부분은 정말 야무지게 하고. 자연스런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고 바랐다.

완창을 앞두고 들어온 공연 제의는 모두 거절했다. 4월은 국악공연이 많은 달이다. "무리가 안 되는 공연들이라도 기운을 뺏기면 안 될 거 같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목이 잠기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마음고생을 한 것도 무대 횟수를 조정하는데 한몫했다. "여러 무대에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번을 서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됐어요. 아침부터 링거 맞고, 약 먹고 무대에 서면 저를 초청해주신 분에게 '죄인이 되는 마음'이라고 할까. 지금 보다 무대에 덜 서더라도 더 좋은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다만 지난 16일 KBS의 세월호 4주기 추모음악회 '기억 그리고 다시, 봄'에는 출연했다. 민요 '한오백년'을 불렀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전날 팝핀현준과 함께 출연한 공연 출연료를 기부했던 그녀다.

"사고 당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이 즈음에 다른 공연 제의는 모두 '죄송하다'고 거절했지만,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 보다는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 더 중요한 거 같았거든요."

박애리의 하반기와 내년 스케줄은 벌써 가득 채워졌다. 올 여름에는 브라질에서 한글을 해외에 알리고 있는 세종학당과 함께 공연한다. 내년 6월에는 판소리로 유럽 투어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전방위로 활동하는 와중에 소리의 길도 꿋꿋이 가고 있다. 한영애는 박애리를 보고 말했다. "모습은 달라도 똑같은 달이다. 보름달도 달, 초승달도 달. 본질을 놓지 않고 있으면 소리꾼 역시 변하지 않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박애리는 다양한 작업을 하되 "뿌리는 깊이 내릴수록 작업이 빛났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이번에 완창 판소리 역시 그러한 마음의 연장선상이다.

박애리의 완창에 고수로 함께 하는 이태백은 연습 자리에서 "박애리 소리 잘하네!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사람, 누구야 누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백 선생님이 제 성음이 좋아서 '귀를 씻었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죠. 제 다양한 작업이 한눈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 안 해요. 더불어 가는 것이지, 다른 길을 가는 것이 아닙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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